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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 Jan, 2026
기술 블로그 구독 리스트, 다 읽지 못한 죄책감
아침 7시, 출근길 지하철지하철에서 폰을 켰다. 알림 167개. Feedly 53개, Medium 42개, 유튜브 72개. 어제 자기 전에 다 읽은 것 같은데. 스크롤을 내렸다. 제목들이 지나간다. "Rust로 시작하는 시스템 프로그래밍" "Next.js 14의 새로운 기능들" "LLM 파인튜닝 실전 가이드" 다 중요해 보인다. 다 읽어야 할 것 같다. 근데 출근하면 회의부터다. 일단 '나중에 읽기'에 추가했다. 나중에 읽기 폴더. 482개. 구독 리스트의 무게 작년 연말에 정리했다. 구독 리스트. "진짜 필요한 것만 남기자"고 다짐했다. 남은 구독:기술 블로그 23개 유튜브 채널 17개 뉴스레터 8개 팟캐스트 5개"줄였다"고 생각했는데. 매일 올라오는 글. 평균 15개. 일주일이면 105개. 한 달이면 450개. 일주일에 10개 읽으면 선방이다. 나머지 95개는 쌓인다.한 달 전에 저장한 글이 있다. "2024년 주목할 프론트엔드 트렌드" 아직 안 읽었다. 벌써 5월이다. 트렌드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회사에서 느끼는 격차 오전 10시. 스탠드업 미팅. 김대리가 말한다. "이번에 Vercel AI SDK 써봤는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Vercel AI SDK.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며칠 전에 저장한 글이 있었다. "Vercel AI SDK 완벽 가이드" 아직 읽지 않았다. "좋던데요? 박 파트장님도 한번 보세요." "응, 봐야지." 저장 목록에 추가했다. 또. 점심시간. 후배들이 얘기한다. "요즘 Bun 쓰시는 분 있어요?" "저 로컬에서 써봤는데 진짜 빠르더라고요." Bun. 들어봤다. 뭐였지. Node.js 대체재? 아니면 빌드 툴? 구글링했다. 아티클이 쏟아진다. "Why Bun is 3x faster than Node.js" 나중에 읽기에 추가. 483개. 주말의 의식 토요일 오전. 커피를 내렸다. "오늘은 밀린 글 좀 읽어야지." 노트북을 켰다. Notion을 열었다. '읽을 거리' 페이지. 스크롤이 끝없다. 카테고리별로 정리해뒀다.프론트엔드 (78개) 백엔드 (95개) 아키텍처 (62개) DevOps (41개) AI/ML (117개) 커리어 (89개)합계 482개. 어제 하나 더 늘었구나.AI/ML 카테고리부터 보자. 제일 최신 기술이니까. 첫 번째 글. "GPT-4 API 활용 가이드" 작성일: 2023년 4월. 1년 전이다. 이미 GPT-4o 나왔다. 이거 읽어도 되나. 삭제했다. 116개. 두 번째 글. "LangChain 시작하기" 작성일: 2023년 7월. 이것도 옛날이다. 근데 기초니까 읽어야 하나. 일단 놔뒀다. 세 번째 글. "RAG 파이프라인 구축" 작성일: 2024년 1월. 이건 최근이다. 읽어야 한다. 클릭했다. 읽기 시작했다. 5분 지났다. 아들이 들어온다. "아빠 점심 뭐 먹어?" 글을 닫았다. 다시 나중에. 불안의 정체 저녁. 가족들은 TV를 본다. 나는 방에서 폰을 본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한다. "주니어 개발자가 알아야 할 10가지" "시니어가 되는 법" "45세 개발자의 이직 성공기" 마지막 거 클릭했다. 45세. 나랑 같다. 영상 초반. 그 사람 스펙. "최신 기술 스택 꾸준히 공부했고요." 최신 기술. 나는 Java랑 Spring만. 요즘 애들 쓰는 거. 잘 모른다. 댓글을 봤다. "꾸준함이 답이네요." "저도 매일 기술 블로그 읽어요." 매일. 나도 매일 보긴 한다. 근데 제목만 본다. 내용은 안 읽는다. 구독한 뉴스레터가 왔다. "이번 주 프론트엔드 소식" 열어봤다. 링크가 15개. 좋은 정보들이다. 분명히. 북마크했다. 484개. 월요일 아침, 1on1 김대리와 1on1이다. "요즘 공부하시는 거 있으세요?" 갑자기 긴장된다. "응, 뭐... 이것저것." "저는 요즘 TypeScript 깊게 파고 있어요." "이번에 제네릭 완전 이해했거든요." TypeScript. 나도 쓴다. 근데 제네릭. 쓰긴 하는데 정확히는. 며칠 전에 본 글이 있었다. "TypeScript 제네릭 마스터하기" 읽으려고 저장했다. 2주 전. 아직 안 읽었다. "파트장님은 어떤 거 보세요?" "나는... 아키텍처 쪽?" 사실 아무것도 제대로 못 봤다. 회의하고 코드리뷰하고 나면. 저녁이다. 밤 11시, 침대에서 불을 끄고 누웠다. 폰을 켰다. 습관적으로. Feedly를 열었다. 오늘 새 글 18개. 제목들을 읽었다. "Rust의 소유권 시스템 이해하기" "Docker 컨테이너 최적화 팁" "마이크로서비스 모니터링 전략" 다 좋은 글이다. 분명히. 읽고 싶다. 진짜. 별표를 눌렀다. 저장. 485개. 폰을 내려놨다. 천장을 봤다. 내일은 읽을 수 있을까. 모레는? 목요일 점심, 후배의 질문 식당에서 최주임이 물었다. "파트장님, 이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폰을 보여준다. 어떤 기술 블로그 글이다. "이 사람이 Clean Architecture를..." 나는 글을 훑어봤다. 5초 만에 핵심을 파악했다. "음, 맞는 얘기긴 한데." "실무에선 케바케지." 20년 경력의 직관이다. 글을 안 읽어도 안다. 대충. 근데 이게 맞나. 요즘 트렌드는 다를 수도 있다. 내가 놓친 게 있을 수도. "제대로 읽어보고 얘기해줄게." 북마크했다. 486개. 금요일 저녁, 정리 시도 퇴근 30분 전. 정리하기로 했다. Notion 페이지를 열었다. 486개 중에서. 진짜 읽을 것만 남기자. 기준을 정했다.6개월 이상 된 글: 삭제 너무 기초적인 글: 삭제 당장 쓸 일 없는 기술: 삭제클릭 클릭 클릭. 삭제 삭제 삭제. 30분 후. 486개에서 312개로 줄었다. 여전히 많다. 하나씩 카테고리를 봤다. "꼭 읽어야 할 것" 태그를 달았다. 97개가 '꼭'이 됐다. 97개. 한 개당 20분이면. 1940분. 32시간. 주말에 하루 3시간씩 읽으면. 11주. 3개월. 3개월 동안 새 글은 안 나오나. 주말, 아내의 한마디 일요일 아침. 리빙에서 커피를 마신다. 아내가 물었다. "또 공부해?" "응, 밀린 거 좀 봐야 돼." "맨날 밀렸다고 하더라." 맞다. 맨날 밀렸다. "읽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그럼 구독 줄이면 되잖아." 그게 안 된다. 다 필요한 정보다. "요즘 기술이 너무 빨리 바뀌어서." "근데 아빠 회사에서 잘하잖아." "파트장까지 됐는데." 회사에서 잘하는 거랑. 최신 기술 아는 거랑. 다르다. "그래도 계속 공부해야지." 아내는 그냥 웃었다. 월요일, 새로운 프로젝트 회의실. 임원이 말한다. "새 프로젝트 시작합니다." 화면에 기술 스택이 나온다. Java, Spring Boot, React. 익숙하다. 다 아는 것들. "박 파트장님이 리드 맡아주세요." "네." 회의가 끝났다. 사무실로 돌아왔다. Notion을 열었다. '읽을 거리' 312개. React 카테고리를 봤다. "React 18의 새로운 기능" "Suspense 완벽 가이드" "Server Components 이해하기" 읽어야 한다. 이번엔 진짜. 근데 프로젝트는 React 17이다. 회사 표준이 아직 안 바뀌었다. 그럼 이거 지금 읽어야 하나. 화요일, 코드 리뷰 후배가 올린 PR을 봤다. 코드가 깔끔하다. 근데 낯선 패턴이 보인다. 주석을 달았다. "이 부분 설명 좀 해줄래?" 30분 후 답변이 왔다. "아, 이거 Compound Pattern이에요." "Kent C. Dodds 블로그에서 봤어요." Kent C. Dodds. 유명한 사람이다. 나도 구독한다. 그 글 본 것 같기도 하다. 제목은 기억나는데 내용은. "아 그거. 나중에 같이 얘기하자." Feedly를 열었다. 검색했다. "Compound Pattern" 있다. 7개월 전 글. '나중에 읽기'에 있었다. 지금 읽었다. 10분 만에. 좋은 패턴이다. 7개월 전에 읽었으면. 내가 먼저 제안했을 텐데. 수요일, 동기 모임 대학 동기들을 만났다. 다들 IT 업계. 성준이가 말한다. "요즘 AI 대박 아니냐?" "우리 회사 LLM 도입한대." 재현이가 받는다. "우리도. 근데 할루시네이션 문제가." 민석이도 거든다. "RAG로 해결 가능하지 않아?" 다들 술술 얘기한다. LLM, 할루시네이션, RAG. 나도 안다. 개념은. 근데 디테일은. 저장해둔 글이 있다. "LLM 할루시네이션 해결법" "RAG 시스템 구축 가이드" 60개쯤. "박시니어는 어때?" "우리도 검토 중이야." 사실 우리 팀은 아직이다. 개인적으로 관심만 있다. "나도 요즘 공부하는데." 거짓말은 아니다. 글은 모으고 있다. 목요일, 체력의 한계 저녁 8시. 사무실에 혼자 남았다. 오늘은 코딩 좀 하려고. 커피를 마셨다. 세 번째. 코드를 짜기 시작했다. 30분 집중했다. 슬랙 알림. 김대리. "내일 회의 자료 확인 부탁드려요." 문서를 열었다. 검토했다. 20분 지났다. 다시 코딩으로 돌아왔다. 뭐 하고 있었지. 컨텍스트 스위칭. 예전엔 괜찮았는데. 요즘은 힘들다. 9시. 졸리다. 집에 가야겠다. 지하철에서 폰을 켰다. 유튜브 알림 12개. "개발자 생산성 높이는 법" 클릭했다. 10분짜리. 3분 보다가 졸았다. 금요일, 결심 오후 3시. 회의 없는 시간. 결심했다. 지금 당장 하나 읽는다. 뭐든. Notion '읽을 거리'를 열었다. 맨 위부터 보자. "Go 언어 시작하기" 작성일 1년 전. 당장 쓸 일 없다. 패스. "Kubernetes Pod 이해하기" 작성일 8개월 전. 우리 인프라팀이 한다. 패스. "효율적인 코드 리뷰 방법" 작성일 3개월 전. 이거다. 지금 필요한 거. 읽기 시작했다. 5분 후. 노크 소리. "파트장님 잠깐만요." 글을 닫았다. 결국 못 읽었다. 토요일, 깨달음 아침. 커피를 마시며 생각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10년 전엔 달랐다. 블로그 글 하나 나오면. 그날 바로 읽었다. 회사 끝나고 스터디도 했다. 주말엔 토이 프로젝트도 했다. 지금은. 글은 모으기만 한다. 읽을 시간은 없다. 그런데. 진짜 시간이 없는 걸까. 아니면 우선순위가 밀린 걸까. 솔직히 말하면. 밤에 유튜브 본다. 1시간. 넷플릭스도 본다. 1시간. 폰으로 뉴스도 본다. 30분. 그 시간에 읽으면 되는데. 근데 그 시간은. 머리를 쓰기 싫은 시간이다. 기술 글은.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코드도 따라해야 한다. 퇴근하고 그럴 체력이 없다. 일요일, 실험 오늘은 해보기로 했다. 진짜 읽는 거. 타이머를 켰다. 25분. 포모도로 기법. Notion에서 글 하나 골랐다. "TypeScript 제네릭 마스터하기" 읽기 시작했다. 10분 지났다. 내용이 좋다. 예제도 따라했다. 15분 지났다. 이해가 된다. "아, 이렇게 쓰는 거구나." 25분 끝. 한 글을 다 읽었다. 기분이 좋다. 뭔가 배웠다는 느낌. 312개에서 311개로 줄었다는 성취감. 또 하나 읽었다. "React Hooks 실전 팁" 25분. 완독. 310개. 점심 먹고 또 읽었다. "Docker 컨테이너 최적화" 25분. 완독. 309개. 저녁까지 총 5개 읽었다. 304개 남았다. 월요일, 변화 출근길. 지하철. 폰을 켰다. Feedly 알림 23개. 예전 같으면 다 열어봤다. 오늘은 다르게 했다. 제목만 훑었다. "진짜 필요한가?" 자문했다. 23개 중 3개만 저장했다. 나머지는 '읽은 상태'로 표시. 회사 도착. 304개에서 307개. 3개만 늘었다. 예전엔 20개씩 늘었다. 화요일, 적용 팀 회의. 새 프로젝트 기술 스택 논의. 김대리가 제안한다. "이번엔 TypeScript 제네릭 적극 활용하면 어떨까요?" 나는 대답했다. "좋지. 이렇게 쓰면 되겠네." 주말에 읽은 내용을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김대리가 놀란다. "오 파트장님 완전 마스터하셨네요." 기분이 좋았다. 읽길 잘했다. 수요일, 재정비 저녁. 집에서 Notion을 열었다. 307개 리스트. 카테고리를 다시 봤다. 솔직해지기로 했다. "AI/ML" 카테고리 117개. 당장 우리 프로젝트엔 안 쓴다. 관심은 있지만 우선순위는 낮다. 폴더를 새로 만들었다. "언젠가 읽을 것" 80개를 옮겼다. "프론트엔드" 카테고리 78개. 나는 백엔드 파트장이다. 알아야 하지만 깊게는 아니다. 50개를 옮겼다. "읽을 거리" 177개로 줄었다. "언젠가" 130개. 177개. 이 정도면 할 만하다. 목요일, 루틴 아침 30분 일찍 출근했다. 회사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글 하나 읽었다. "효율적인 코드 리뷰" 25분. 완독. 바로 적용 가능한 내용. 점심시간. 밥 먹고 20분 남았다. 짧은 글 하나 읽었다. "Git Rebase vs Merge" 오후 6시. 퇴근 전. 10분 남았다. 짧은 아티클 훑었다. "Java 21 새 기능" 하루 3개. 60분. 176개에서 173개. 늘어나는 속도보다. 읽는 속도가 빠르다. 금요일, 효과 코드 리뷰 시간. 최주임 PR을 봤다. 목요일에 읽은 글. "효율적인 코드 리뷰" 내용이 생각났다. 댓글을 달았다. 구체적으로. 예시와 함께. 최주임 답변. "오 완전 이해했어요. 고맙습니다!" 예전 내 리뷰. "이 부분 수정해주세요." 지금 내 리뷰. "이 부분은 이런 이유로 수정하면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차이가 느껴진다. 읽은 게 쌓인다. 적용이 된다. 주말, 정산 일요일 저녁. 이번 주를 돌아봤다. 읽은 글: 12개 늘어난 글: 8개 순감소: 4개 173개에서 169개. 천천히 줄고 있다. 그런데 깨달았다.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다. 12개를 읽었다. 12개에서 뭔가 배웠다. 그게 실력이 됐다. 예전엔. 500개를 모았지만. 0개를 읽었다. 지금은. 169개가 있고. 조금씩 읽는다. 2주 후 Notion '읽을 거리' 142개. 한 달 전 312개에서 거의 반. 매일 23개씩 읽는다. 새로 추가되는 건 하루 12개. 균형이 맞춰지고 있다. 그런데 더 중요한 변화. 회의에서 말이 늘었다. "이런 방법도 있어요." 구체적 근거와 함께. 후배들이 질문한다. 예전엔 얼버무렸다. 지금은 설명한다. 코드가 달라졌다. 읽은 글의 패턴들이. 자연스럽게 손에서 나온다. 한 달 후, 회고 금요일 저녁. 한 달을 정리했다. 읽은 글: 52개 시간: 약 25시간 하루 평균: 50분 50분이면. 유튜브 2편. 넷플릭스 1편. 그걸 글 읽기로 바꿨다. 달라진 것들: 회의 발언권이 생겼다. "요즘은 이렇게 한대요." 근거 있는 의견. 코드 리뷰 품질 올랐다. "이 패턴 괜찮은데요." 구체적 피드백. 후배들 신뢰 느껴진다. "파트장님 의견 듣고 싶어요." 예전엔 형식적 보고. 무엇보다. 불안감이 줄었다. '뒤처지는 거 아냐?' 매일 읽으니까 괜찮다. '다 알아야 하는데.' 다 알 순 없다. 필요한 것만.구독은 줄이지 않았다. 대신 읽는 방법을 바꿨다. 모으기보다 소화하기. 숫자보다 이해하기. 그게 답이었다.
- 09 Dec, 2025
주말 기술 블로그, '나 뒤처지는 거 아니야?' 라는 불안
주말 기술 블로그, '나 뒤처지는 거 아니야?' 라는 불안 토요일 아침 10시 아내가 나갔다. 아이들도 학원. 집에 혼자다. 커피 내렸다. 노트북 켰다. 습관처럼 북마크를 연다. "기술 블로그" 폴더. 안 읽은 글이 47개다. 지난주에도 47개였는데. 요새 핫하다는 Rust 글. Bun 성능 벤치마크. React 19 무슨 기능. 전부 읽어야 할 것 같다. 근데 읽으면 뭐가 달라지나. 20년 전엔 이렇지 않았다. 자바 새 버전 나와도 몇 달 뒤에 봐도 됐다. 지금은? 어제 나온 기술을 오늘 모르면 뒤처진 것 같다. 스크롤을 내린다. "2024년 개발자가 알아야 할 10가지." 클릭했다가 닫았다. 작년 글도 못 봤는데.읽기 시작하면 첫 문단은 괜찮다. "Rust는 메모리 안전성을..." 알겠다. 이건 안다. 두 번째 문단. 코드가 나온다. async fn, await, Arc<Mutex<T>>. 뭔지는 알겠는데 손으로 쳐보진 않았다. 세 번째 문단. 실전 예제. 200줄짜리 코드. "이렇게 하면 제로 카피가..." 머리가 아프다. 아들이 "아빠 이거 어떻게 해?" 하면 10분 안에 답 준다. 근데 Rust 배우려면 몇 시간이 필요한가. 아니, 몇 달. 탭을 하나 더 연다. "Next.js 14 서버 컴포넌트." 이것도 읽어야 한다. 우리 회사는 Next.js 12 쓴다. 14는 언제 쓰나. 15분 지났다. 아직 한 글도 제대로 안 읽었다. 그냥 훑었다. 훑는 것도 읽는 거라고 우기면 되나. 예전엔 이렇지 않았는데 2010년쯤. Spring 3.0 나왔을 때. 레퍼런스 문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토요일 오후 통째로 썼다. 코드도 따라 쳤다. 그때는 재밌었다. 새로운 걸 배우는 게. "이걸 월요일에 써먹어야지" 했다. 실제로 썼다. 지금은? Next.js 배워도 쓸 데가 없다. 우리 프로젝트는 JSP다. 레거시 유지보수가 80%다. Rust 배워도 마찬가지. 회사에서 자바 쓴다. 개인 프로젝트? 할 시간이 없다. 그럼 왜 읽나. 불안해서다. "요즘 개발자는 이거 다 안다"는 말이 무섭다. 면접관으로 들어간 적 있다. 27살 지원자가 말했다. "Rust로 CLI 툴 만들어봤습니다." 나는 Rust로 Hello World도 안 해봤다. 면접 끝나고 검색했다. "Rust 기초." 그 지원자 붙였다. 나보다 잘하니까. 근데 기분은 이상했다. "내가 뒤처졌구나."후배들은 당연하게 월요일 출근. 막내가 물었다. "파트장님, Bun 써보셨어요?" "아니. 그게 뭔데." "Node.js 대체하는 런타임이요. 엄청 빠르대요." "음. 우리 프로젝트엔 필요 없을 것 같은데." "그냥 궁금해서요." 그냥 궁금해서. 이 말이 부럽다. 나도 예전엔 "그냥 궁금해서" 새 기술 공부했다. 지금은 "이거 실무에 쓸 수 있나"부터 생각한다. 쓸 수 없으면 안 본다. 근데 그러면 영영 모르는 기술이 된다. 후배는 주말에 Bun으로 토이 프로젝트 만들었단다. "3시간 걸렸어요." 나는 주말에 뭐 했나. 밀린 드라마 봤다. 틀린 건 아니다. 쉬는 것도 중요하다. 근데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나만 안 쉬는 건가" 싶다가도 "나만 공부 안 하는 건가" 싶다. 읽은 척하기 팀 회의. 누가 말했다. "요즘 React Server Component가 대세래요." "맞아. 나도 봤어." 거짓말이다. 제목만 봤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음. 장단점이 있지. 서버 부하는 늘어날 수 있고." 대충 얼버무렸다. 다행히 더 안 물었다. 회의 끝나고 검색했다. "React Server Component란." 10분 읽었다. 대충 알겠다. 아니, 대충 아는 척할 수 있을 정도로. 이게 요즘 내 공부법이다. 모르는 기술 나오면 10분 검색. 키워드만 익힌다. "SSR", "hydration", "streaming". 이 단어들 넣어서 말하면 아는 것처럼 들린다. 진짜 아는 건 아니다. 코드 못 짠다. 근데 회의에서 막히진 않는다. 이게 맞나. 모르겠다. 근데 다른 방법도 없다. 전부 깊게 공부할 시간은 없다.진짜 배우려면 Rust 제대로 배우려면 시간이 얼마나 드나. 책을 봤다. "The Rust Programming Language." 600페이지. 하루 10페이지 읽으면 2개월. 근데 읽기만 하면 안 된다. 코드 쳐야 한다. 에러 보고 고쳐야 한다. 그럼 4개월. 4개월 동안 매일 1시간. 가능한가. 평일엔 야근. 주말엔 가족. 1시간 내기도 어렵다. 그럼 짬짬이? 출퇴근 지하철에서? 가능하다. 근데 피곤하다. 지하철 타면 졸린다. 핸드폰으로 유튜브 보다가 내린다. 점심시간? 밥 먹고 나면 30분. 커피 마시면 10분. 10분으로 뭘 배우나. 퇴근 후? 9시에 집 도착. 씻고 밥 먹으면 10시. 가족이랑 얘기하면 11시. 그때부터 공부? 30분 하면 졸린다. 계산해보면 답 없다. 시간이 없다. 근데 "시간 없어"라고 하면 핑계처럼 들린다. 후배 코드 리뷰하면서 PR 올라왔다. 후배가 짠 코드. 흐름은 괜찮다. 근데 모르는 게 있다. suspend fun fetchData() = coroutineScope { val deferred = async { repository.getData() } deferred.await() }코틀린이다. 우리 팀이 작년부터 쓰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 자바로 짠다. suspend, coroutineScope, async. 들어본 건데 정확히 모른다. 대충 비동기라는 건 알겠다. 댓글 달았다. "Good." 뭐라고 더 쓸 말이 없다. 예전엔 코드리뷰가 신났다. "여기 이렇게 고치면 더 좋을 것 같아." 구체적으로 알려줬다. 지금은? "Good", "LGTM", "Approve". 짧다. 할 말이 없어서. 후배가 물었다. "이 부분 어떻게 생각하세요?" "음. 나도 코틀린 공부 중이라 확실하진 않은데." 솔직하게 말했다. 후배는 "네"라고만 했다. 표정이 이상했다. 실망한 것 같기도. 파트장인데 코틀린 모른다. 이게 말이 되나. '나중에' 리스트 북마크 폴더를 열었다. "나중에 볼 것" 폴더. 글이 312개다. 제일 오래된 건 2년 전 글. "Docker Kubernetes 완벽 가이드". 안 봤다. 작년 글도 있다. "함수형 프로그래밍 입문". 안 봤다. 이번 달 글도 있다. "AI 시대 개발자의 역할". 안 본다. 전부 언젠가 보려고 저장했다. 언젠가는 안 온다. 알고 있다. 근데 지우진 못한다. 지우면 진짜 안 볼 것 같아서. 희망 고문이다. "나중에 볼 거야"라는 희망. 실제론 안 본다. 근데 버리면 '포기'한 것 같다. 후배한테 물었다. "너는 기술 블로그 어떻게 관리해?" "저요? 안 봐요. 필요하면 그때 찾아봐요." 충격이었다. "안 봐요"를 당연하게 말한다. 나는 '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뒤처지는 거 걱정 안 돼?" "뒤처지면 어때요. 필요할 때 배우면 되죠." 맞는 말이다. 근데 나는 못 한다. 불안하다. 유튜브 알고리즘 유튜브 켰다. 추천에 뜬다. "초보 개발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기술 스택." "시니어 개발자도 모르는 최신 트렌드." 클릭했다. 15분짜리 영상. 빠르게 넘긴다. 2배속으로. 7분 만에 끝. 뭐 배웠나. 기억 안 난다. "요즘은 이게 대세"라는 말만 남았다. 구체적인 건 없다. 또 클릭했다. "개발자 공부법 - 하루 30분으로 성장하기." 봤다. 내용은 뻔하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 "실습하기". 알고 있다. 다 안다. 근데 안 된다. 되면 벌써 했다. 영상 보는 게 공부한 기분 들게 한다. 실제론 아무것도 안 했는데. 15분 봤으니 "오늘 공부했다" 싶다. 착각이다. 알고 있다. 근데 또 본다. 내일도 볼 거다. 컨퍼런스 가면 회사에서 보냈다. "개발자 컨퍼런스 갈 사람?" 손 들었다. 금요일이라 좋다. 코엑스 갔다. 사람 많다. 다들 젊다. 20대, 30대. 나 같은 사람은 별로 없다. 첫 세션. "AI 기반 코드 생성의 미래." 들어갔다. 앞자리 앉았다. 발표 시작. GPT-4로 코드 짠다. Copilot 쓴다. "이제 개발자는 코딩 말고 설계에 집중해야 합니다." 맞는 말 같다. 근데 불안하다. '내 자리가 없어지는 거 아냐?' 옆 사람이 고개 끄덕인다. 메모한다. 열심히 듣는다. 나도 메모했다. "AI", "설계 중심", "역할 변화". 나중에 볼 일 없다. 두 번째 세션. "클라우드 네이티브 아키텍처." 어렵다. 모르는 용어 투성이. "서비스 메시", "사이드카 패턴". 30분 들었는데 이해 못 했다. 졸렸다. 커피 마시러 나왔다. 복도에 사람들 많다. 다들 얘기한다. "방금 발표 좋았어." "나도 써봐야겠어." 나는 뭐 써봐야 하나. 모르겠다. 커피만 마셨다. 월요일 출근 팀원이 물었다. "컨퍼런스 어땠어요?" "좋았어. 요즘 트렌드 알았어." "뭐가 핫해요?" "음. AI랑 클라우드 네이티브?" "구체적으로요?" 막혔다. 구체적으론 모른다. 그냥 들었다. "나중에 자료 공유해줄게." 안 했다. 자료 찾기 귀찮아서. 팀원도 안 찾았다. 다들 바빠서. 결국 컨퍼런스도 "다녀왔다"는 것만 남았다. 배운 건 없다. 돈은 회사 돈. 시간은 근무시간. 손해는 없다. 근데 얻은 것도 없다. 임원님 말씀 임원님이 말했다. "우리 회사도 AI 도입해야 해. 개발 생산성 높여야지." "네. 좋습니다." "박 파트장이 한번 검토해봐. 다음 주까지." "네." 검토? 뭘 검토하나. AI 툴은 많다. Copilot, Cursor, Tabnine. 다 써봤나? 안 봤다. 주말에 찾아봤다. "AI 코딩 툴 비교." 블로그 10개 읽었다. 다 비슷하다. "생산성 향상", "코드 품질 개선". 월요일에 보고했다. "Copilot 괜찮아 보입니다." "왜?" "많이 쓰고, 안정적이고, VS Code 연동 잘 되고." "얼마야?" "월 10달러." "팀 전체면 얼마?" "8명이니까... 960달러. 연간 만 불 좀 넘네요." "비싸네. 효과는 확실해?" 모른다. 써본 적 없다. 블로그만 봤다. "네. 보통 30% 생산성 향상된다고 합니다." "30%면 괜찮네. 진행해봐." 결정됐다. 나도 처음 써본다. Copilot 써보니 설치했다. VS Code에. 로그인하고 활성화. 코드 짰다. 주석 쓰니까 코드 자동완성. 신기하다. 맞는 코드다. 한 시간 썼다. 편하다. 타이핑 덜 한다. 근데 이상하다. 내가 코드 짠 건가, AI가 짠 건가. 경계가 모호하다. 예전엔 한 줄 한 줄 생각하면서 짰다. 지금은? 제안 보고 엔터. 또 제안 보고 엔터. 빠르긴 하다. 근데 덜 생각하게 된다. 후배한테 물었다. "너 이거 써봤어?" "네. 작년부터요." "어때?" "편해요. 근데 가끔 이상한 코드 줘요." "이상한 거 어떻게 알아?" "그냥 이상하잖아요." 그냥. 이 말이 무섭다. "그냥 안다"는 건 기본기가 있다는 거다. 나도 안다. 20년 짰으니까. 근데 새로운 언어는? 코틀린에서 이상한 코드 알아챌 수 있나. 기본기 회식 자리. 팀장님이 말했다. "요즘 신입들은 기본기가 약해." "그렇죠." "옛날엔 자료구조, 알고리즘 다 알았는데." "맞습니다." 근데 나도 까먹었다. 레드블랙트리? 10년 전 면접 때 공부했다. 지금은 설명 못 한다. "AI 시대엔 기본기가 더 중요해. AI는 도구일 뿐이야." 맞는 말이다. 근데 나도 AI 쓴다. 나도 도구에 의존한다. 차이가 뭔가. 나는 경험이 있다? 20년 경력? 그게 앞으로도 의미 있나. GPT-4가 내 20년 경험보다 더 많은 코드 본 거 아닌가. 더 다양한 문제 풀어본 거 아닌가.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근데 자꾸 생각난다. 토요일 저녁 결국 한 줄도 안 배웠다. Rust도 안 봤다. Next.js도 안 봤다. 유튜브만 봤다. "개발자 트렌드" 영상 5개. 본 것 같은데 기억 안 난다. 북마크는 50개 됐다. 읽을 일 없다. 아내가 물었다. "오늘 뭐 했어?" "공부했어." "뭐?" "기술 공부." 거짓말이다. 유튜브 봤다. 근데 "유튜브 봤어"라고 하기 부끄럽다. 아내는 "음"하고 넘어갔다. 관심 없다. 나도 관심 없으면 편할까. 불안의 정체 왜 불안할까. 생각해봤다. 뒤처지는 게 무섭다? 뭐에서? 나는 파트장이다. 이미 관리직이다. 최신 기술 몰라도 일은 된다. 이직? 할 생각 없다. 여기 9년 다녔다. 연봉도 괜찮다. 그럼 뭐가 문제냐. 자존심이다. "개발자"라는 정체성. 20년 했다. 그게 나를 정의한다. 근데 최신 기술 모르면 '진짜 개발자'가 아닌 것 같다. 누가 그래? 아무도 안 그랬다. 나 혼자 생각한다. 후배들은 나 보고 뭐라 안 한다. "파트장님 옛날 사람이다" 이런 소리 안 한다. 내가 오버하는 거다. 근데 멈출 수가 없다. 습관이다. 20년 된 습관. 가끔은 가끔은 생각한다. '몰라도 되는 거 아냐?' Rust 몰라도 자바 잘하면 되잖아. Next.js 몰라도 Spring 잘하면 되잖아. 전부 다 알 순 없다. 인정해야 한다. 근데 인정하면 '포기'한 것 같다. '포기'와 '선택'은 다르다. 알고 있다. 근데 느낌은 비슷하다. "나는 Rust 안 배운다." 이렇게 선언하면 편할까. 시도 안 해봤다. 무섭다. 후배가 "Rust 어때요?"라고 물으면 "안 해봤어"라고 답하는 게 무섭다. "관심 없어"도 이상하다. "시간 없어"는 핑계 같다. 그래서 "나중에 해볼게"라고 한다. 나중은 안 온다. 임원 승진하면 내년에 임원 대상자다. 승진하면 연봉 오른다. 근데 개발은 못 한다. 예산 짜고, 보고서 쓰고, 임원 회의 들어간다. 코딩은? 일주일에 한 번? 아니면 아예 안 할 수도. 그럼 기술 공부는 더 안 해도 되나. 필요 없으니까. 근데 그게 더 무섭다. '개발자'에서 '관리자'로 완전히 넘어가는 거. 돌아올 수 없다. 승진 거부할까. 생각해봤다. 바보 같은 소리다. 아내가 뭐라 할까. 부모님은? "승진 안 할래요" 이러면 "왜?"라고 물을 거다. "개발하고 싶어서요" 이러면 이해할까. 안 할 거다. 승진한다. 그리고 개발은 덜 한다. 기술 공부는 더 안 한다. 이게 정답인 것 같다. 근데 마음은 불편하다. 20년 후배에게 입사 동기가 창업했다. 스타트업. 성공했다. 작년에 엑싯했다. 만나서 물었다. "기술 공부 어떻게 해?" "안 해. 직원들이 알아서 하지." "불안 안 해?" "왜 불안해? 내가 다 알 필요 없잖아." 충격이었다. "다 알 필요 없다"를 당연하게 말한다. "나는 안 그래. 모르면 불안해." "그럼 계속 공부해야지. 평생." "그게 가능해?" "모르지. 근데 너가 선택한 거잖아." 맞다. 내가 선택했다. '개발자'로 남기로. 그럼 평생 배워야 한다. 가능한가. 모르겠다. 근데 다른 길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도 북마크 열었다. 안 읽은 글 53개. 하나 클릭했다. "Go언어 시작하기." 읽었다. 10분. 뭐 배웠나. 모르겠다. 그래도 읽었다. 0보단 낫다. 이렇게 위로한다. 내일도 그럴 거다. 모레도. 계속.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 근데 멈출 수도 없다. 토요일 오후 3시. 아내가 "나가자"고 한다. "곧" 이라고 답했다. 노트북 닫았다. 일어났다. 내일 또 열 거다. 불안은 안 없어진다. 알고 있다. 익숙해지는 것밖에. 20년 개발자의 주말. 이렇다.배워도 끝이 없고, 안 배워도 불안하다. 그래서 계속 화면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