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블로그 구독 리스트, 다 읽지 못한 죄책감

기술 블로그 구독 리스트, 다 읽지 못한 죄책감

아침 7시, 출근길 지하철지하철에서 폰을 켰다. 알림 167개. Feedly 53개, Medium 42개, 유튜브 72개. 어제 자기 전에 다 읽은 것 같은데. 스크롤을 내렸다. 제목들이 지나간다. "Rust로 시작하는 시스템 프로그래밍" "Next.js 14의 새로운 기능들" "LLM 파인튜닝 실전 가이드" 다 중요해 보인다. 다 읽어야 할 것 같다. 근데 출근하면 회의부터다. 일단 '나중에 읽기'에 추가했다. 나중에 읽기 폴더. 482개. 구독 리스트의 무게 작년 연말에 정리했다. 구독 리스트. "진짜 필요한 것만 남기자"고 다짐했다. 남은 구독:기술 블로그 23개 유튜브 채널 17개 뉴스레터 8개 팟캐스트 5개"줄였다"고 생각했는데. 매일 올라오는 글. 평균 15개. 일주일이면 105개. 한 달이면 450개. 일주일에 10개 읽으면 선방이다. 나머지 95개는 쌓인다.한 달 전에 저장한 글이 있다. "2024년 주목할 프론트엔드 트렌드" 아직 안 읽었다. 벌써 5월이다. 트렌드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회사에서 느끼는 격차 오전 10시. 스탠드업 미팅. 김대리가 말한다. "이번에 Vercel AI SDK 써봤는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Vercel AI SDK.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며칠 전에 저장한 글이 있었다. "Vercel AI SDK 완벽 가이드" 아직 읽지 않았다. "좋던데요? 박 파트장님도 한번 보세요." "응, 봐야지." 저장 목록에 추가했다. 또. 점심시간. 후배들이 얘기한다. "요즘 Bun 쓰시는 분 있어요?" "저 로컬에서 써봤는데 진짜 빠르더라고요." Bun. 들어봤다. 뭐였지. Node.js 대체재? 아니면 빌드 툴? 구글링했다. 아티클이 쏟아진다. "Why Bun is 3x faster than Node.js" 나중에 읽기에 추가. 483개. 주말의 의식 토요일 오전. 커피를 내렸다. "오늘은 밀린 글 좀 읽어야지." 노트북을 켰다. Notion을 열었다. '읽을 거리' 페이지. 스크롤이 끝없다. 카테고리별로 정리해뒀다.프론트엔드 (78개) 백엔드 (95개) 아키텍처 (62개) DevOps (41개) AI/ML (117개) 커리어 (89개)합계 482개. 어제 하나 더 늘었구나.AI/ML 카테고리부터 보자. 제일 최신 기술이니까. 첫 번째 글. "GPT-4 API 활용 가이드" 작성일: 2023년 4월. 1년 전이다. 이미 GPT-4o 나왔다. 이거 읽어도 되나. 삭제했다. 116개. 두 번째 글. "LangChain 시작하기" 작성일: 2023년 7월. 이것도 옛날이다. 근데 기초니까 읽어야 하나. 일단 놔뒀다. 세 번째 글. "RAG 파이프라인 구축" 작성일: 2024년 1월. 이건 최근이다. 읽어야 한다. 클릭했다. 읽기 시작했다. 5분 지났다. 아들이 들어온다. "아빠 점심 뭐 먹어?" 글을 닫았다. 다시 나중에. 불안의 정체 저녁. 가족들은 TV를 본다. 나는 방에서 폰을 본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한다. "주니어 개발자가 알아야 할 10가지" "시니어가 되는 법" "45세 개발자의 이직 성공기" 마지막 거 클릭했다. 45세. 나랑 같다. 영상 초반. 그 사람 스펙. "최신 기술 스택 꾸준히 공부했고요." 최신 기술. 나는 Java랑 Spring만. 요즘 애들 쓰는 거. 잘 모른다. 댓글을 봤다. "꾸준함이 답이네요." "저도 매일 기술 블로그 읽어요." 매일. 나도 매일 보긴 한다. 근데 제목만 본다. 내용은 안 읽는다. 구독한 뉴스레터가 왔다. "이번 주 프론트엔드 소식" 열어봤다. 링크가 15개. 좋은 정보들이다. 분명히. 북마크했다. 484개. 월요일 아침, 1on1 김대리와 1on1이다. "요즘 공부하시는 거 있으세요?" 갑자기 긴장된다. "응, 뭐... 이것저것." "저는 요즘 TypeScript 깊게 파고 있어요." "이번에 제네릭 완전 이해했거든요." TypeScript. 나도 쓴다. 근데 제네릭. 쓰긴 하는데 정확히는. 며칠 전에 본 글이 있었다. "TypeScript 제네릭 마스터하기" 읽으려고 저장했다. 2주 전. 아직 안 읽었다. "파트장님은 어떤 거 보세요?" "나는... 아키텍처 쪽?" 사실 아무것도 제대로 못 봤다. 회의하고 코드리뷰하고 나면. 저녁이다. 밤 11시, 침대에서 불을 끄고 누웠다. 폰을 켰다. 습관적으로. Feedly를 열었다. 오늘 새 글 18개. 제목들을 읽었다. "Rust의 소유권 시스템 이해하기" "Docker 컨테이너 최적화 팁" "마이크로서비스 모니터링 전략" 다 좋은 글이다. 분명히. 읽고 싶다. 진짜. 별표를 눌렀다. 저장. 485개. 폰을 내려놨다. 천장을 봤다. 내일은 읽을 수 있을까. 모레는? 목요일 점심, 후배의 질문 식당에서 최주임이 물었다. "파트장님, 이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폰을 보여준다. 어떤 기술 블로그 글이다. "이 사람이 Clean Architecture를..." 나는 글을 훑어봤다. 5초 만에 핵심을 파악했다. "음, 맞는 얘기긴 한데." "실무에선 케바케지." 20년 경력의 직관이다. 글을 안 읽어도 안다. 대충. 근데 이게 맞나. 요즘 트렌드는 다를 수도 있다. 내가 놓친 게 있을 수도. "제대로 읽어보고 얘기해줄게." 북마크했다. 486개. 금요일 저녁, 정리 시도 퇴근 30분 전. 정리하기로 했다. Notion 페이지를 열었다. 486개 중에서. 진짜 읽을 것만 남기자. 기준을 정했다.6개월 이상 된 글: 삭제 너무 기초적인 글: 삭제 당장 쓸 일 없는 기술: 삭제클릭 클릭 클릭. 삭제 삭제 삭제. 30분 후. 486개에서 312개로 줄었다. 여전히 많다. 하나씩 카테고리를 봤다. "꼭 읽어야 할 것" 태그를 달았다. 97개가 '꼭'이 됐다. 97개. 한 개당 20분이면. 1940분. 32시간. 주말에 하루 3시간씩 읽으면. 11주. 3개월. 3개월 동안 새 글은 안 나오나. 주말, 아내의 한마디 일요일 아침. 리빙에서 커피를 마신다. 아내가 물었다. "또 공부해?" "응, 밀린 거 좀 봐야 돼." "맨날 밀렸다고 하더라." 맞다. 맨날 밀렸다. "읽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그럼 구독 줄이면 되잖아." 그게 안 된다. 다 필요한 정보다. "요즘 기술이 너무 빨리 바뀌어서." "근데 아빠 회사에서 잘하잖아." "파트장까지 됐는데." 회사에서 잘하는 거랑. 최신 기술 아는 거랑. 다르다. "그래도 계속 공부해야지." 아내는 그냥 웃었다. 월요일, 새로운 프로젝트 회의실. 임원이 말한다. "새 프로젝트 시작합니다." 화면에 기술 스택이 나온다. Java, Spring Boot, React. 익숙하다. 다 아는 것들. "박 파트장님이 리드 맡아주세요." "네." 회의가 끝났다. 사무실로 돌아왔다. Notion을 열었다. '읽을 거리' 312개. React 카테고리를 봤다. "React 18의 새로운 기능" "Suspense 완벽 가이드" "Server Components 이해하기" 읽어야 한다. 이번엔 진짜. 근데 프로젝트는 React 17이다. 회사 표준이 아직 안 바뀌었다. 그럼 이거 지금 읽어야 하나. 화요일, 코드 리뷰 후배가 올린 PR을 봤다. 코드가 깔끔하다. 근데 낯선 패턴이 보인다. 주석을 달았다. "이 부분 설명 좀 해줄래?" 30분 후 답변이 왔다. "아, 이거 Compound Pattern이에요." "Kent C. Dodds 블로그에서 봤어요." Kent C. Dodds. 유명한 사람이다. 나도 구독한다. 그 글 본 것 같기도 하다. 제목은 기억나는데 내용은. "아 그거. 나중에 같이 얘기하자." Feedly를 열었다. 검색했다. "Compound Pattern" 있다. 7개월 전 글. '나중에 읽기'에 있었다. 지금 읽었다. 10분 만에. 좋은 패턴이다. 7개월 전에 읽었으면. 내가 먼저 제안했을 텐데. 수요일, 동기 모임 대학 동기들을 만났다. 다들 IT 업계. 성준이가 말한다. "요즘 AI 대박 아니냐?" "우리 회사 LLM 도입한대." 재현이가 받는다. "우리도. 근데 할루시네이션 문제가." 민석이도 거든다. "RAG로 해결 가능하지 않아?" 다들 술술 얘기한다. LLM, 할루시네이션, RAG. 나도 안다. 개념은. 근데 디테일은. 저장해둔 글이 있다. "LLM 할루시네이션 해결법" "RAG 시스템 구축 가이드" 60개쯤. "박시니어는 어때?" "우리도 검토 중이야." 사실 우리 팀은 아직이다. 개인적으로 관심만 있다. "나도 요즘 공부하는데." 거짓말은 아니다. 글은 모으고 있다. 목요일, 체력의 한계 저녁 8시. 사무실에 혼자 남았다. 오늘은 코딩 좀 하려고. 커피를 마셨다. 세 번째. 코드를 짜기 시작했다. 30분 집중했다. 슬랙 알림. 김대리. "내일 회의 자료 확인 부탁드려요." 문서를 열었다. 검토했다. 20분 지났다. 다시 코딩으로 돌아왔다. 뭐 하고 있었지. 컨텍스트 스위칭. 예전엔 괜찮았는데. 요즘은 힘들다. 9시. 졸리다. 집에 가야겠다. 지하철에서 폰을 켰다. 유튜브 알림 12개. "개발자 생산성 높이는 법" 클릭했다. 10분짜리. 3분 보다가 졸았다. 금요일, 결심 오후 3시. 회의 없는 시간. 결심했다. 지금 당장 하나 읽는다. 뭐든. Notion '읽을 거리'를 열었다. 맨 위부터 보자. "Go 언어 시작하기" 작성일 1년 전. 당장 쓸 일 없다. 패스. "Kubernetes Pod 이해하기" 작성일 8개월 전. 우리 인프라팀이 한다. 패스. "효율적인 코드 리뷰 방법" 작성일 3개월 전. 이거다. 지금 필요한 거. 읽기 시작했다. 5분 후. 노크 소리. "파트장님 잠깐만요." 글을 닫았다. 결국 못 읽었다. 토요일, 깨달음 아침. 커피를 마시며 생각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10년 전엔 달랐다. 블로그 글 하나 나오면. 그날 바로 읽었다. 회사 끝나고 스터디도 했다. 주말엔 토이 프로젝트도 했다. 지금은. 글은 모으기만 한다. 읽을 시간은 없다. 그런데. 진짜 시간이 없는 걸까. 아니면 우선순위가 밀린 걸까. 솔직히 말하면. 밤에 유튜브 본다. 1시간. 넷플릭스도 본다. 1시간. 폰으로 뉴스도 본다. 30분. 그 시간에 읽으면 되는데. 근데 그 시간은. 머리를 쓰기 싫은 시간이다. 기술 글은.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코드도 따라해야 한다. 퇴근하고 그럴 체력이 없다. 일요일, 실험 오늘은 해보기로 했다. 진짜 읽는 거. 타이머를 켰다. 25분. 포모도로 기법. Notion에서 글 하나 골랐다. "TypeScript 제네릭 마스터하기" 읽기 시작했다. 10분 지났다. 내용이 좋다. 예제도 따라했다. 15분 지났다. 이해가 된다. "아, 이렇게 쓰는 거구나." 25분 끝. 한 글을 다 읽었다. 기분이 좋다. 뭔가 배웠다는 느낌. 312개에서 311개로 줄었다는 성취감. 또 하나 읽었다. "React Hooks 실전 팁" 25분. 완독. 310개. 점심 먹고 또 읽었다. "Docker 컨테이너 최적화" 25분. 완독. 309개. 저녁까지 총 5개 읽었다. 304개 남았다. 월요일, 변화 출근길. 지하철. 폰을 켰다. Feedly 알림 23개. 예전 같으면 다 열어봤다. 오늘은 다르게 했다. 제목만 훑었다. "진짜 필요한가?" 자문했다. 23개 중 3개만 저장했다. 나머지는 '읽은 상태'로 표시. 회사 도착. 304개에서 307개. 3개만 늘었다. 예전엔 20개씩 늘었다. 화요일, 적용 팀 회의. 새 프로젝트 기술 스택 논의. 김대리가 제안한다. "이번엔 TypeScript 제네릭 적극 활용하면 어떨까요?" 나는 대답했다. "좋지. 이렇게 쓰면 되겠네." 주말에 읽은 내용을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김대리가 놀란다. "오 파트장님 완전 마스터하셨네요." 기분이 좋았다. 읽길 잘했다. 수요일, 재정비 저녁. 집에서 Notion을 열었다. 307개 리스트. 카테고리를 다시 봤다. 솔직해지기로 했다. "AI/ML" 카테고리 117개. 당장 우리 프로젝트엔 안 쓴다. 관심은 있지만 우선순위는 낮다. 폴더를 새로 만들었다. "언젠가 읽을 것" 80개를 옮겼다. "프론트엔드" 카테고리 78개. 나는 백엔드 파트장이다. 알아야 하지만 깊게는 아니다. 50개를 옮겼다. "읽을 거리" 177개로 줄었다. "언젠가" 130개. 177개. 이 정도면 할 만하다. 목요일, 루틴 아침 30분 일찍 출근했다. 회사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글 하나 읽었다. "효율적인 코드 리뷰" 25분. 완독. 바로 적용 가능한 내용. 점심시간. 밥 먹고 20분 남았다. 짧은 글 하나 읽었다. "Git Rebase vs Merge" 오후 6시. 퇴근 전. 10분 남았다. 짧은 아티클 훑었다. "Java 21 새 기능" 하루 3개. 60분. 176개에서 173개. 늘어나는 속도보다. 읽는 속도가 빠르다. 금요일, 효과 코드 리뷰 시간. 최주임 PR을 봤다. 목요일에 읽은 글. "효율적인 코드 리뷰" 내용이 생각났다. 댓글을 달았다. 구체적으로. 예시와 함께. 최주임 답변. "오 완전 이해했어요. 고맙습니다!" 예전 내 리뷰. "이 부분 수정해주세요." 지금 내 리뷰. "이 부분은 이런 이유로 수정하면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차이가 느껴진다. 읽은 게 쌓인다. 적용이 된다. 주말, 정산 일요일 저녁. 이번 주를 돌아봤다. 읽은 글: 12개 늘어난 글: 8개 순감소: 4개 173개에서 169개. 천천히 줄고 있다. 그런데 깨달았다.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다. 12개를 읽었다. 12개에서 뭔가 배웠다. 그게 실력이 됐다. 예전엔. 500개를 모았지만. 0개를 읽었다. 지금은. 169개가 있고. 조금씩 읽는다. 2주 후 Notion '읽을 거리' 142개. 한 달 전 312개에서 거의 반. 매일 23개씩 읽는다. 새로 추가되는 건 하루 12개. 균형이 맞춰지고 있다. 그런데 더 중요한 변화. 회의에서 말이 늘었다. "이런 방법도 있어요." 구체적 근거와 함께. 후배들이 질문한다. 예전엔 얼버무렸다. 지금은 설명한다. 코드가 달라졌다. 읽은 글의 패턴들이. 자연스럽게 손에서 나온다. 한 달 후, 회고 금요일 저녁. 한 달을 정리했다. 읽은 글: 52개 시간: 약 25시간 하루 평균: 50분 50분이면. 유튜브 2편. 넷플릭스 1편. 그걸 글 읽기로 바꿨다. 달라진 것들: 회의 발언권이 생겼다. "요즘은 이렇게 한대요." 근거 있는 의견. 코드 리뷰 품질 올랐다. "이 패턴 괜찮은데요." 구체적 피드백. 후배들 신뢰 느껴진다. "파트장님 의견 듣고 싶어요." 예전엔 형식적 보고. 무엇보다. 불안감이 줄었다. '뒤처지는 거 아냐?' 매일 읽으니까 괜찮다. '다 알아야 하는데.' 다 알 순 없다. 필요한 것만.구독은 줄이지 않았다. 대신 읽는 방법을 바꿨다. 모으기보다 소화하기. 숫자보다 이해하기. 그게 답이었다.

Spring 생태계 20년, 새 기술로 갈아탈 수 있을까

Spring 생태계 20년, 새 기술로 갈아탈 수 있을까

월요일 아침, IDE를 켰다 월요일 아침 9시. IntelliJ를 켰다. 익숙한 Spring Boot 프로젝트가 열렸다. 20년째 보는 화면이다. @RestController @RequestMapping("/api") public class UserController {손이 저절로 움직인다. 타이핑 속도는 여전히 빠르다. 문제는 이게 2025년에도 의미 있는 코드인가. 슬랙에 후배가 물었다. "파트장님, 이번 신규 프로젝트 Nest.js로 해도 될까요?" 나는 3초 고민하다가 답했다. "Spring으로 하자. 우리가 잘 아는 걸로." 창 밖을 봤다. 안전한 선택이었나.전문성이라는 이름의 울타리 작년에 기술 면접관으로 들어갔다. 지원자가 이력서를 냈다. "Spring 5년, Kotlin 3년, Go 2년" 나는 물었다. "Spring은 어떤 버전 쓰셨나요?" "Boot 3.x입니다." "IoC 컨테이너 동작 원리는?" 대답을 잘했다. 그다음 내가 물었다. "그런데 왜 Go를 공부하셨죠?" "MSA 환경에서 경량 서비스 만들려고요." 면접 끝나고 나왔다. 복도에서 생각했다. 나는 Go를 모른다. Kotlin도 프로젝트에서 안 써봤다. 20년 경력이 있다. 하지만 5년 경력자가 아는 걸 나는 모른다. 이게 전문성인가, 고집인가. 저녁에 집에 와서 Go 튜토리얼을 켰다. 30분 보다가 껐다. "내일 회의 준비해야지."후배의 사표 두 달 전이다. 5년차 후배가 사표를 냈다. 잘하는 애였다. 1on1 미팅을 잡았다. "왜 나가려고?" "스타트업 가려고요. Rust 백엔드 포지션이요." 나는 물었다. "여기서도 새 기술 쓸 수 있는데." "파트장님, 솔직히 말씀드려도 될까요?" "그래." "여기선 안 돼요. 레거시가 너무 많아요." "신규 프로젝트 있잖아." "그것도 결국 Spring이잖아요. 파트장님이 잘 아시는 거." 칼이 꽂혔다. 맞는 말이었다. "Rust는 배워봤어?" "주말마다 공부했어요. 6개월." "어려웠겠네." "처음엔 어려웠는데, 재밌더라고요." 후배는 웃었다. 나는 웃지 못했다. 그날 밤 Rust 공식 문서를 열었다. Ownership 개념을 읽었다. 이해가 안 됐다. 30분 후에 탭을 닫았다. "나는 Spring 전문가다." 스스로에게 말했다. 위로인지 변명인지 모르겠다.대학 동기 모임 지난주 토요일. 대학 동기들을 만났다. 다들 40대 중반이다. 최진수는 스타트업 CTO다. "요즘 팀에서 TypeScript 전환했어." "힘들었겠네." "처음엔 그랬지. 근데 지금은 괜찮아." 김태훈은 SI에서 프리랜서로 전향했다. "Python 배워서 데이터 쪽 하고 있어." "Java 20년 했는데?" "그래서 더 바꾼 거야. 이대로면 늙어 죽어." 나만 대기업에 남았다. 나만 Spring만 한다. "너는 뭐 새로 배우는 거 없어?" 진수가 물었다. "Spring WebFlux 공부 중이야." "그거 2017년에 나온 건데." 침묵. 맥주를 마셨다. "전문성이 있잖아. 그게 너 강점이야." 태훈이 위로했다. 고맙지만 씁쓸했다. 전문성이 울타리가 됐다. 안전하지만 좁다. 금요일 저녁, 혼자 남았다 지난주 금요일. 팀원들은 6시에 퇴근했다. 나는 남았다. 핑계는 코드 정리. 실제로는 새 기술 공부였다. Next.js 공식 문서를 열었다. "App Router vs Pages Router" 이게 뭔 소린지 모르겠다. YouTube에서 튜토리얼을 찾았다. 강의자가 20대처럼 보였다. "자, 여러분 이건 진짜 쉬워요!" 나한테는 안 쉬웠다. React 개념도 헷갈린다. Virtual DOM이 뭐였지. 1시간 보다가 포기했다. 다시 Spring 코드를 열었다. 이건 편하다. 눈 감고도 짤 수 있다. 그게 문제다. 창밖을 봤다. 8시였다. 빌딩에 불이 켜져 있었다. 저 안에도 나 같은 사람이 있을까. 20년 경력이 짐처럼 느껴진다. 새로 시작하려면 이걸 내려놔야 한다. 근데 이거 말고 내가 뭘 할 수 있지. 마우스 커서가 깜빡였다. Spring Boot Application.java 익숙한 코드. 저장하고 IntelliJ를 껐다. 내일 생각하자. 선택이 아니라 타협 월요일 아침이다. 또 회의가 있다. 아키텍처 리뷰 미팅. 후배가 제안했다. "이번 프로젝트, MSA로 분리하면서 일부는 Go로 해볼까요?" 팀원들이 쳐다봤다. 내 대답을 기다린다. 3초 생각했다. "Go 할 줄 아는 사람?" 두 명이 손을 들었다. "프로덕션 경험은?" 손이 내려갔다. "리스크가 크다." 내가 말했다. "배포 파이프라인도 새로 짜야 하고." "모니터링도 달라지고." "문제 생기면 대응할 사람이 없어." 맞는 말이다. 합리적인 판단이다. 근데 진짜 이유는 다르다. 나도 모르는 기술이 늘어나는 게 불안하다. 팀을 컨트롤할 수 없게 된다. "Spring으로 갑시다." 내가 결론 냈다. "대신 WebFlux 써보자." 타협이다. 새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Spring이다. 내 울타리 안이다. 회의가 끝났다. 후배들 표정이 아쉬워 보였다. 미안하다. 근데 어쩔 수 없다. 체력이 답이다 새 기술을 배우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을 만들려면 체력이 필요하다. 체력은 나이를 이길 수 없다. 단순한 산수다. 20대 후배를 봤다. 낮에 회의하고 개발하고 저녁 먹고 또 개발하고 집 가서 사이드 프로젝트 한다. 주말에 스터디 간다. 나는? 낮에 회의만 5개. 코딩은 저녁 6시부터. 9시 넘으면 집중력 떨어진다. 집 가면 녹초. 주말엔 가족과 시간 보내고 쉰다. 새 기술 공부? 언제 하지. 지난달에 시도했다.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서 1시간씩 공부. 일주일 했다. 회사에서 졸았다. 회의 중에 눈이 감겼다. 2주 만에 포기했다. "젊을 때 했어야지." 혼자 중얼거렸다. 근데 젊을 때는 뭐가 중요한지 몰랐다. 체력이 답인데 체력은 돌아오지 않는다. 연봉 9500만원의 무게 현실적으로 계산해봤다. 내가 새 기술로 이직한다고 치자. Go 신입으로 가면? 연봉 4000만원. 반토막이다. 경력을 인정받는다 쳐도 6000만원 받기 힘들다. Go 5년 경력자가 시장에 많다. 나보다 젊고 저렴하다. 지금 집 대출이 3억 남았다. 아들 학원비가 월 150만원. 딸도 내년이면 중학생. 아내는 일 안 한 지 10년. 새로 시작할 여유가 없다. 경제적으로. "돈 때문에 못 바꾸는 거야." 스스로에게 말한다. 맞다. 근데 전부는 아니다. 20년 쌓은 자존심도 있다. "Spring 전문가"라는 타이틀. 컨퍼런스 발표도 했다. 사내에서 인정받는다. 이걸 버리고 신입처럼 시작하는 게 두렵다. 돈도 문제지만 정체성도 문제다. 그래도 키보드를 두드린다 어제 저녁이었다. 아들이 물었다. "아빠, 코딩 가르쳐줘." "뭐 배우고 싶은데?" "파이썬이요. 학교에서 배워요." 나는 파이썬을 잘 모른다. "아빠는 자바를 하는데." "자바는 어려워 보여요." 맞다. 요즘 애들은 파이썬으로 시작한다. 자바는 구식이다. "알았어, 같이 해보자." YouTube를 켰다. 아들과 같이 파이썬 기초를 봤다. print("Hello, World!")쉬웠다. 재미있었다. 아들이 좋아했다. 1시간 후 아들이 말했다. "아빠, 생각보다 코딩이 재미있네요." 그 순간 깨달았다. 새 기술을 배우는 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아니다. 프로그래밍 사고방식은 그대로다. 문제 해결 능력도 그대로다. 20년 경험도 사라지지 않는다. 문법만 다를 뿐이다. 밤에 혼자 다시 파이썬을 켰다. Flask 튜토리얼을 열었다. Spring과 비슷한 구조다. Routing, Controller, Service. 이해가 됐다. 빨리 됐다. "할 수 있겠는데?" 혼잣말을 했다. 전문성은 프레임워크가 아니다 금요일 오후다. 신입사원 교육을 맡았다. 올해 입사한 애들. 다들 20대 초반이다. "Spring을 왜 배워야 하나요?" 한 명이 물었다. 예전 같으면 이렇게 답했다. "산업 표준이니까." "레거시 시스템 많으니까." "안정적이니까." 근데 어제 답은 달랐다. "안 배워도 돼." 애들이 놀랐다. "진짜요?" "대신 이걸 배워." 화이트보드에 썼다.문제를 작게 나누는 법 의존성을 관리하는 법 테스트 가능한 코드 가독성 있는 구조"이건 프레임워크가 아니야." "프로그래밍 원칙이지." "Spring으로 배우든 Go로 배우든" "Django로 배우든 상관없어." "이게 진짜 전문성이야." 말하면서 깨달았다. 나도 이제 알았다. 20년간 내가 배운 건 Spring이 아니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이었다. 그 원칙은 어떤 언어로든 적용된다. 어떤 프레임워크로든 쓸 수 있다. 내 전문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옷을 갈아입는 것뿐이다. 월요일 아침, 다시 시작 오늘 아침이다. 출근했다. IntelliJ를 켰다. Spring 프로젝트가 열렸다. 익숙하다. 편하다. 그리고 VSCode도 켰다. Go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main.go 비어있는 화면이다. 두렵다. 하지만 도전할 만하다. 점심시간에 후배한테 물었다. "Go 스터디, 나도 들어가도 돼?" "파트장님이요?" "응. 배우고 싶어." 후배가 웃었다. "좋죠. 환영입니다." 오후에 팀 미팅을 했다. "신규 프로젝트 건." "일부는 Go로 해보자." "내가 같이 배울게." 팀원들 표정이 달라졌다. 기대하는 눈빛. "실패할 수도 있어." 솔직하게 말했다. "근데 해보자." 퇴근하고 집에 왔다. 저녁 먹고 노트북을 켰다. Go 공식 문서. 처음부터 차근차근. package mainimport "fmt"func main() { fmt.Println("Hello, World!") }실행했다. 됐다. 작은 시작이다. 20년 경력을 버리는 게 아니다. 20년 경력 위에 하나를 더하는 거다. Spring 전문가에서 개발자로 돌아가는 거다. 선택은 계속된다 다음 주 월요일이 온다. 또 회의가 있을 거다. 또 결정을 내려야 한다. "레거시 유지할까요, 새로 만들까요?" "Spring 쓸까요, 다른 거 쓸까요?" "안전하게 갈까요, 모험할까요?" 정답은 없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이젠 안다. 선택의 기준을. 기술이 아니라 문제를 본다. 프레임워크가 아니라 원칙을 본다. 경력이 아니라 학습을 본다. Spring 20년이 무의미한 게 아니다. 그게 전부가 아닐 뿐이다. 45살이 늦은 게 아니다. 시작 안 하는 게 늦는 거다. 체력이 부족하다. 시간이 부족하다. 여유가 없다. 맞다. 다 맞다. 근데 그래도 한다. 조금씩. 천천히. 새 기술로 갈아탄다는 건 기존을 버리는 게 아니다. 확장하는 거다. 전문성이 족쇄가 될지 날개가 될지는 내가 정한다. 키보드를 두드린다. 오늘도.20년 경력이 무거울 때가 있다. 근데 그게 짐이 될지 자산이 될지는 내 선택이다. Spring도 하고 Go도 배운다. 천천히.

야근한 다음 날, 하루 종일 피곤한 이유

야근한 다음 날, 하루 종일 피곤한 이유

어제 야근했다 어제 밤 11시까지 남았다. 긴급 배포. 사실 긴급도 아닌데 팀장이 긴급이라고 했다. 집에 와서 씻고 누웠더니 12시 반. 눈을 감았는데 코드가 보인다. while문이 돌아간다. 잠이 안 온다. 결국 잔 건 새벽 2시. 알람은 7시. 5시간 잤다.출근길부터 이상하다 지하철에서 졸았다. 평소엔 안 그런다. 기사 읽거나 메일 체크한다. 오늘은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다. 종점까지 갈 뻔했다. 회사 도착했다. 엘리베이터에서 거울을 봤다. 눈 밑이 까맣다. "파트장님 안색이..." 하는 후배를 웃으면서 지나쳤다. 괜찮다고 했다. 전혀 괜찮지 않다. 오전 회의가 지옥이다 9시 30분 주간 회의. 1시간짜리. 15분 지나니까 머리가 무겁다. 30분 지나니까 눈꺼풀이 감긴다. 회의실 온도는 24도. 딱 좋은 온도다. 졸기 딱 좋다는 뜻이다. "파트장님 의견은 어떠세요?" 깜짝 놀라서 눈을 떴다. 뭘 물어본 거지. 5초 멍했다. "아 그거... 두 가지 다 검토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만능 답변이다. 20년 차의 지혜다.30대 때는 아니었다 30대 초반엔 이틀 밤샘도 했다. 금요일 밤 야근하고 토요일 오후까지 일하고, 집 가서 씻고 또 일요일 나와서 오후까지. 그리고 월요일 정상 출근. 지금 생각하면 미친 짓이다. 그런데 그때는 했다. 할 수 있었다. 월요일에 좀 피곤하긴 했다. 그래도 오후 되면 괜찮아졌다. 지금은? 하루 야근했는데 이틀째 끌고 간다. 체력의 문제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점심 먹고 나니까 식당 갔다. 된장찌개 먹었다. 밥 한 공기 다 먹었다. 자리로 돌아왔다. 의자에 앉았다. 5분 후 정신을 차렸다. 졸았다. 앉아서. 모니터에 슬랙 알림 17개. 아무것도 안 읽혔다. "파트장님 커피 드실래요?" 고맙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얼음 빼고. 마셨다. 30분 후에 각성 효과가 올 것이다. 그 30분이 길다.오후 3시, 최악의 시간 지금 3시 10분이다. 하루 중 가장 졸린 시간이다. 평소에도 3시는 좀 졸리다. 오늘은 정도가 다르다. 눈을 뜨고 있는 게 고통이다. 아니, 눈을 뜨고 있는 게 불가능하다. 화장실 갔다 왔다. 찬물로 세수했다. 5분간 효과 있었다. 자리 돌아와서 앉으니까 다시 졸립다. 코드 리뷰 해야 하는데 한 줄 읽고 딴 생각한다. 다시 읽는다. 이해가 안 된다. 또 읽는다. 평소 같으면 10분이면 끝날 리뷰를 30분째 하고 있다. 예전엔 다음 날 운동도 갔다 30대 중반까지는 야근하고 다음 날 헬스장 갔다. "어제 늦게까지 했는데 운동까지 하네?" 하던 후배들. "체력이 국력이지" 하면서 웃었다. 지금은 그 후배가 팀장이다. 여전히 야근하고 다음 날 운동 간다. 나는 지금 의자에 앉아서 졸고 있다. 체력의 차이다. 10년의 차이다. 저녁 6시, 드디어 정규 업무 시간 끝났다. 평소 같으면 7시까지는 남아서 일한다. 오늘은 못 하겠다. "먼저 들어갑니다" 슬랙에 올렸다. "파트장님 어제 늦게까지 하셨으니까요" 팀원이 답했다. 고맙다. 눈물 날 것 같다. 가방 챙겼다. 노트북 덮었다. 일어섰다. 일어서는데 허리가 뻐근하다. 하루 종일 앉아 있었다.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엘리베이터 탔다. 거울 봤다. 아침보다 더 안 좋다. 집에 와서 현관문 열었다. 아내가 "일찍 왔네" 한다. "응 오늘 일찍 나왔어" 신발 벗었다. 양말 벗었다. 거실 소파에 그대로 누웠다. "저녁 먹어?" "응... 10분 후에" 눈을 감았다. 정신을 차리니까 8시였다. 2시간 잤다. 소파에서. 저녁 먹고 씻고 침대에 누웠다. 9시 반. 아들이 방문 열고 "아빠 이거 좀 봐줘" 한다. "내일..." 하고 눈을 감았다. 미안하다. 정말 못 하겠다. 결국 인정하는 수밖에 이제 45다. 20대처럼 못 한다. 30대처럼도 못 한다. 야근하면 다음 날 망한다. 이틀은 끌고 간다. 주말에 쉬어도 월요일까지 피곤하다. 이게 현실이다. "나이 들면 체력 관리 해야지" 하던 선배들 말이 이해된다. 그때는 "저는 괜찮은데요" 했다. 지금 그 나이가 됐다. 전혀 괜찮지 않다. 그래도 해야 한다 인정은 했다. 그런데 일은 해야 한다. 긴급 배포는 또 온다. 야근은 또 한다. 다만 이제는 안다. 다음 날 대가를 치른다는 걸. 그래서 야근 다음 날은 중요한 미팅 안 잡는다. 기술 검토 같은 것도 다음다음 날로 미룬다. 오후 3시에는 일어나서 걷는다. 10분이라도. 커피는 2시 이후로 안 마신다. 마시면 밤에 잠을 못 잔다. 적응하는 중이다. 나이 드는 것에. 후배들에게는 "야근 최대한 하지 마" 한다. "정말 급한 거 아니면 내일 해" "집에 가서 쉬어" 그렇게 말한다. 나처럼 되지 말라는 뜻이다. 20년 동안 야근하면서 체력 갈아넣지 말라는 뜻이다. 후배들은 "네 알겠습니다" 하고 칼퇴한다. 잘한다. 진짜 잘한다. 나는 그 시간에 남아서 일한다. 파트장이니까. 웃긴다. 하지 말라고 하면서 내가 하고 있다. 내일은 금요일이다 다행이다. 내일 하루만 버티면 주말이다. 주말에는 12시간 잘 것이다. 토요일 오전은 통째로 잔다. 일어나서 밥 먹고 또 낮잠 잘 것이다. 그렇게 해야 월요일에 정상이다. 이게 45세의 주말이다. 20대 때는 주말에 등산 갔다. 30대 때는 축구했다. 지금은 잔다. 체력 회복에 쓴다.야근 한 번에 이틀이 간다. 이게 40대다.

'내가 젊을 때는' 이라는 말을 참아내는 법

'내가 젊을 때는' 이라는 말을 참아내는 법

"내가 젊을 때는" 입에서 맴도는 순간 회의 중이었다. 신입이 물었다. "파트장님, 이 기능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야 하나요?" 입이 근질거렸다. "내가 젊을 때는 이보다 훨씬 복잡한 걸..." 혀끝까지 올라왔다. 삼켰다. "응, 레거시 코드가 그렇게 돼 있어서. 리팩토링하면 좋긴 한데." 무난하게 넘어갔다. 다행이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생각했다. 왜 그 말을 참았을까. 사실이긴 한데. 20년 전 내가 짰던 시스템은 지금보다 훨씬 복잡했다. 문서도 없었다. 레퍼런스도 없었다. 스택오버플로우도 없었다. 그냥 책 보고, 야근하고, 부딪히면서 배웠다. 지금 애들은 유튜브에 튜토리얼도 있고, GPT한테 물어보면 코드도 나오고.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다고.참는 게 습관이 됐다 요즘 나는 그 말을 하루에 5번쯤 참는다. "이 정도 야근은..." "옛날엔 주말에도..." "우리 때는 문서 같은 거..." 입 밖으로 나오기 직전에 브레이크 밟는다. 꼰대 되기 싫어서. 점심시간에 후배들이 회사 욕한다. "업무 강도 너무 세요." "야근 많아요." "번아웃 올 것 같아요." 나는 고개만 끄덕인다. "그래, 힘들지." 속으로는 생각한다. 우리 때는 9시 출근 11시 퇴근이 기본이었는데. 주말에도 나왔는데. 그래도 말 안 한다. 말하면 뭐가 달라지나. 그냥 꼰대 소리만 들을 텐데. 1on1 때도 그렇다. 5년차 개발자가 고민을 털어놓는다. "파트장님, 저 기술 스택이 너무 빨리 변해서 따라가기 힘들어요." "응, 나도 그래."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다르다. "나는 20년 동안 자바 하나로 먹고 살았어. 너는 5년 만에 벌써 3개 언어 하잖아. 그래도 잘하고 있어." 그런데 그렇게 말하면 또 '옛날 자랑'이 된다. 그냥 짧게 끝낸다. "힘들면 말해. 같이 고민하자."그런데 그 경험이 쓸모없나 어제 코드리뷰 했다. 3년차가 짠 API였다. "이거 트랜잭션 처리 이렇게 하면 동시성 이슈 생길 것 같은데." "아, 그런가요? 테스트는 통과했는데요." "응, 트래픽 적을 때는 괜찮아. 근데 사용자 많아지면..." 설명했다. 10년 전에 내가 똑같이 삽질했던 이야기. 새벽 3시에 장애 터졌던 이야기. 그때 어떻게 해결했는지.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감사합니다!" 후배는 고쳤다. 장애는 안 났다. 나는 생각했다. 이게 '내가 젊을 때는' 인가, 아닌가. 경험을 말한 건데. 자랑한 건 아닌데. 실제로 도움이 됐는데. 그런데 왜 찝찝할까. 기술 회의 때도 그렇다. 아키텍처 논의 중이었다. "마이크로서비스로 가는 게 어떨까요?" 젊은 팀장이 제안했다. 다들 좋다고 한다. 트렌드니까.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리 서비스 규모에서 그게 필요할까? 모노리스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파트장님, 요즘은 다 MSA로 가는 추세잖아요." "응, 맞아. 근데 우리가 10년 전에 SOA 비슷하게 했다가 운영 지옥이었거든." 말해놓고 후회했다. 또 '10년 전' 얘기했다. 꼰대 됐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우리는 모노리스로 갔다. 6개월 후 다들 '다행'이라고 했다. 내 경험이 도움이 됐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찝찝했다.선 긋기의 기술 이제는 기준이 생겼다. '내가 젊을 때는'을 말해도 되는 순간이 있다. 말해도 되는 때:구체적 문제에 구체적 해결책이 있을 때 물어봤을 때 실패 경험을 공유할 때"10년 전에 이렇게 했다가 장애 났어. 이렇게 하면 안 돼." 이건 괜찮다. 도움이 된다. 말하면 안 되는 때:요즘 문화를 비판할 때 누가 힘들다고 할 때 내가 더 힘들었다고 말하고 싶을 때"우리 때는 야근을 해도..." 이건 안 된다. 아무도 안 궁금하다. 기준은 간단하다. 이 말이 상대에게 도움이 되나, 아니면 내 자존감만 채우나. 도움이 안 되면 입 닫는다. 세대 차이는 현실이다 그래도 솔직히 말하면. 답답할 때가 있다. 요즘 애들은 9시 출근 6시 퇴근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주말 출근? 말도 안 된다고 한다. 야근? 보상받아야 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100% 동의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못 살았다. 그게 잘못된 거였다는 걸 이제 안다. 그래서 후배들은 다르게 살면 좋겠다. 근데 가끔 이런 생각도 든다. 우리가 그렇게 야근하고 주말 날려서, 지금 이 회사가 있는 거 아닌가. 지금 애들이 9시 6시 할 수 있는 것도, 우리가 시스템 다 만들어놨기 때문 아닌가. 이런 생각 하면 꼰대다. 아는데. 그래도 가끔 든다. 팀원이 야근 싫다고 한다. "알겠어, 내일 하자." 라고 한다. 그리고 내가 밤 10시까지 남아서 한다. 이게 맞나 싶다. 후배들은 워라밸 지킨다. 나는 파트장이라서 책임진다. 이게 공평한가. 그런데 뭐 어쩌겠나. 세대가 다르다. 시대가 바뀌었다. 나도 적응해야 한다. 결국 참는 게 맞다 생각해봤다. 정말 많이. 내 경험은 소중하다. 20년이 헛되지 않다. 실제로 도움이 될 때도 많다. 그런데 그걸 '내가 젊을 때는'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순간, 다 망한다. 상대는 듣고 싶지 않다. 비교당하고 싶지 않다. 평가받고 싶지 않다. 그냥 지금 문제를 같이 풀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문장을 바꿨다. "내가 젊을 때는" → "예전에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우리 때는" → "이런 경우도 있었어" "요즘 애들은" → 아예 안 함 조금 돌아가는 것 같지만, 이게 맞다. 어차피 전달하고 싶은 건 경험이지, 비교가 아니니까. 회의 중이다. 또 신입이 물었다. "이거 왜 이렇게 복잡해요?" "옛날 코드가 그래. 근데 최근에 비슷한 케이스 리팩토링한 적 있어. 같이 보자." 이렇게 말했다. 신입이 고맙다고 한다. 입에서 맴돌던 말은 그냥 삼켰다. "내가 젊을 때는 이보다 훨씬..." 삼키는 게 습관이 됐다. 나쁘지 않다. 때로는 말해야 할 때도 그런데 가끔은 말한다. 후배가 번아웃으로 힘들어한다. "그만두고 싶어요." 이럴 때는 말한다. "나도 8년차 때 그랬어. 진짜 그만둘 뻔했어. 그때..." 경험을 공유한다. 내가 어떻게 이겨냈는지. 뭐가 도움이 됐는지. 이건 '내가 젊을 때는'이 아니다. 그냥 선배로서 도움이다. 신입이 실수로 장애 냈다. 새벽 2시에 전화 왔다. 울먹인다. "파트장님, 죄송해요. 제가..." "괜찮아. 나도 5년차 때 DB 날린 적 있어. 그것보단 낫다." 실패 경험을 말한다. 완벽하지 않았던 나를 보여준다. 후배는 조금 안심한다. "정말요?" "진짜다. 같이 복구하자." 이런 건 말해도 된다. 아니, 말해야 한다. 기준은 여전히 같다. 이 말이 상대에게 도움이 되나. 도움이 된다면, '내가 젊을 때는'도 괜찮다. 나이 듦을 받아들이기 45살이다. 개발 20년 했다. 후배들은 나를 보고 '경력자'라고 한다. 예의상 '선배님'이라고 한다. 실제로는 '꼰대 되기 직전'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맞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젊지 않다. 체력도 떨어진다. 최신 기술은 애들이 나보다 더 잘 안다. 그래도 20년은 20년이다. 그 시간이 무의미하지 않다. 경험은 쌓였다. 실패도 많이 했다. 성공도 했다. 그걸 잘 전달하는 게 내 역할이다. 우쭐대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도움이 되게. "내가 젊을 때는"이라는 말을 참는 게 아니라, 더 나은 문장으로 바꾸는 거다. 그게 진짜 시니어 개발자다. 꼰대는 경험을 무기로 쓴다. 시니어는 경험을 도구로 쓴다. 나는 시니어가 되고 싶다. 오늘도 참았다 퇴근길이다. 피곤하다. 오늘도 "내가 젊을 때는"을 4번쯤 참았다. 대신 후배한테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 이런 적 있었어. 이렇게 해봐." 후배는 고맙다고 했다. 도움이 됐다고 했다. 집에 왔다. 맥주 한 캔 땄다. 나쁘지 않은 하루다. 내일도 참을 것 같다. 괜찮다. 익숙해졌다. 그리고 가끔은, 정말 필요할 때는, 말할 것이다. "내가 젊을 때는" 대신, "내 경험으로는"이라고.20년 경력은 무기가 아니라 나침반이다. 방향만 알려주면 된다.

45세 개발 파트장의 급여표 - 선택지 읽기

45세 개발 파트장의 급여표 - 선택지 읽기

금요일 저녁, 급여표를 열었다 7시다. 팀원들 다 갔다. 인사팀에서 온 메일이다. "2025년 직급별 예상 급여표". 임원 트랙과 전문직 트랙이 나뉘어 있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커피를 다시 탔다. 네 번째다.위로 가는 길 - 임원 트랙 계산했다. 진지하게. 현재: 파트장 (부장급)연봉 9500만원 팀원 8명 관리 코딩 시간 하루 2시간 회의 하루 4시간다음: 팀장 (상무급)예상 연봉 1억 3000만원 파트 3개 관리 (약 25명) 코딩 시간 거의 없음 회의 하루 6시간+ 임원 대우 시작 (전용 주차, 별도 식당)그 다음: 본부장 (전무급)예상 연봉 1억 8000만원 부서 전체 책임 (100명+) 코딩? 그게 뭐죠 회의 하루 종일 골프 필수 사내 정치 필수어제 상무님 통화 들었다. 새벽 1시에 임원 회의 준비한다고. 주말에 골프 약속 3개. 그분 작년에 코드 짠 거 본 적 있나? 없다.위로 가는 길의 디테일 금전적 보상연봉 3500만원 상승 (세후 2200만원) 스톡옵션 가능성 퇴직금 급증 (5년 더 하면 2억+) 복지: 임원 전용 뭔가 많음비금전적 대가개발 완전 포기 기술 트렌드에서 멀어짐 정치 능력 필수 책임 범위 극대화 (뭐만 하면 너 책임) 스트레스 레벨 상승 언제든 잘릴 수 있음 (임원은 계약직 성격)어제 점심에 팀장님이 말했다. "박 파트장, 위로 가려면 코드 내려놔야 해. 진짜로." 알고 있다. 그게 싫어서 10년 버텼는데. 계산기를 두드렸다. 월 290만원 더 받는다. 세금 빼면 180만원. 이게... 개발 포기할 가치인가? 아래로 가는 길 - 전문직 트랙 우리 회사에 있다. "수석 개발자" 제도. 수석 개발자 (Principal Engineer)예상 연봉 1억 1000만원 관리 업무 없음 코딩 하루 6시간+ 기술 리더십 (멘토링, 아키텍처) 회의는 필요한 것만 승진 압박 없음작년에 김 수석이 우리 팀 왔었다. 49세. 그 양반, 오후 내내 코드 짰다. 회의 거절했다. "제 시간이 비싸거든요." 멋있었다. 근데 연봉은 나보다 1500만원 더 받는다. 임원은 아니다.아래로 가는 길의 현실 전문직 트랙 신청했다는 동기한테 물었다. "솔직히 어때?" 그 친구 말이다. 좋은 점:코딩 실컷 함 회의 압박 없음 기술 공부에 집중 스트레스 적음 일찍 퇴근 가능 나이 들어도 존중받음안 좋은 점:연봉 천장 낮음 (최대 1억 3000만원) 승진 기회 없음 (여기가 끝) 사내 영향력 제한적 팀원들이 "저분 왜 파트장 아니지?" 함 동기들 임원 되면 미묘함 평생 "기술자" 이미지그 친구가 웃으면서 말했다. "근데 행복해. 진짜로." 나는 대답을 못 했다. 급여표 계산 - 10년 후 엑셀을 켰다. 진지하게 계산했다. 임원 트랙 (55세 본부장 가정)10년 누적 연봉: 약 15억 스톡옵션: 추가 2억? 퇴직금: 3억 합계: 20억전문직 트랙 (55세 수석 개발자)10년 누적 연봉: 약 12억 스톡옵션: 없음 퇴직금: 2억 합계: 14억차이는 6억이다. 6억. 아파트 한 채 값이다. 근데 이게 행복의 차이일까? 화요일 점심, 후배와의 대화 32살 김 대리가 물었다. "파트장님은 어디로 가실 거예요?" "모르겠어." "전 전문직 갈 거예요. 코딩하고 싶어서 이 일 시작했거든요." 이 친구, 연봉 6000만원이다. 나 32살 때보다 1500만원 많다. "근데 결혼하고 애 낳으면 생각 바뀔 수도 있어." "그럴까요? 파트장님은요?" 나는 15년 전을 떠올렸다. 결혼식 날. 아내한테 말했다. "나 평생 개발자로 살 거야." 지금은? 하루 2시간 코딩한다. 그마저도 회의 때문에 끊긴다. "나는... 생각이 바뀌더라." 김 대리는 고개를 저었다. 믿지 않는 표정이다. 10년 후에 보자. 목요일 밤, 아내와의 대화 아내한테 물었다. "임원 되면 연봉 3500 오르는데." "좋네." "근데 코딩은 못 해." "..." 아내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당신 요즘 행복해 보여?" 대답을 못 했다. "임원 되면 더 안 행복해질 거 같은데." "그래도 돈은..." "우리 지금도 충분해. 애들 대학까지 다 계산했잖아." 맞다. 계산했다. 지금 연봉이면 된다. "근데 동기들은 다 임원이야." "동기들이 당신 인생 사나?" 말문이 막혔다. 아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 밤에 코딩할 때 제일 행복해 보여. 나는 그게 좋아." 금요일 오전, 인사팀장과의 면담 인사팀장이 불렀다. "박 부장님, 트랙 선택하셨어요?" "아직이요." "이번 달까지 결정하셔야 해요." 테이블 위에 두 장의 문서가 있다. 왼쪽: 임원 트랙 신청서 오른쪽: 전문직 트랙 신청서 "참고로, 임원 트랙 가시면 내년 승진 대상이에요." 심장이 뛴다. "전문직 가시면... 승진은 없어요. 대신 편하시죠." 편하다는 게 좋은 말인가, 나쁜 말인가. "고민 좀 더 해보겠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왔다. 손이 떨린다. 그날 저녁, IDE를 켰다 팀원들 다 갔다. IntelliJ를 켰다. 새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개인 공부용이다. Kotlin + Spring Boot. 요즘 애들이 쓰는 거. 9시부터 12시까지. 3시간 코딩했다. 아무도 방해 안 한다. 슬랙도 조용하다. 함수를 짰다. 테스트를 통과했다. 리팩토링했다. 행복했다. 3시간 동안 급여표 생각 안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생각했다. "이게 내 일이었지." 월요일 아침, 결정 인사팀에 메일을 보냈다. 제목: 전문직 트랙 신청 본문은 한 줄이다. "코딩하고 싶습니다." 전송 버튼을 눌렀다. 심장이 뛴다. 후회될까? 모르겠다. 점심 때 동기한테 전화가 왔다. 이번에 전무 된 친구다. "야, 너 전문직 간다며?" "어. 들었어?" "미쳤냐. 임원 트랙 가면 나랑 같이 갈 수 있는데." "난 코딩이 좋아." "...그래. 근데 나중에 후회하지 마." "너는 후회 안 해?" 침묵. "...가끔. 코드 짜고 싶을 때." 전화를 끊었다. 2주 후, 발령 공지가 떴다. "박시니어 부장, 수석 개발자(Principal Engineer) 선임" 관리 업무 없음. 기술 자문 역할. 연봉은 1000만원 올랐다. 임원 트랙보다 2500만원 적다. 팀장님이 찾아왔다. "고생 많았어요. 이제 편하게 코딩하세요." "감사합니다." "근데 정말 괜찮아요? 임원 트랙 가실 수 있었는데." "전 이게 맞는 것 같아요." 팀장님이 웃었다. "부럽네요. 저는 이미 늦었어요." 그날 저녁, 관리 업무 인수인계를 시작했다. 1on1 일정, 평가 자료, 회의록 템플릿. 후임 파트장한테 넘긴다. 짐을 덜어내는 기분이다. 한 달 후, 수석 개발자의 하루 오전 10시 출근. (코어타임만 지키면 됨) 메일 10개. 슬랙 20개. 30분이면 끝. 오전 내내 코딩. 새 아키텍처 설계. 점심 먹고 1시간 산책. 기술 팟캐스트 들음. 오후 코딩. 후배 멘토링 1시간. 6시 퇴근. 저녁에 기술 블로그 쓰거나 공부. 이게 내 일이다. 주말에 컨퍼런스 갔다. 발표했다. 사람들이 물었다. "어느 회사세요?" "대기업 IT 자회사요." "직급이?" "수석 개발자요." "멋있네요." 임원이라고 했을 때보다 반응이 좋다.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3개월 후, 후회는 후회할까 봐 걱정했다. 안 한다. 아니, 가끔 한다. 동기들 임원 소식 들을 때. "이사 승진", "본부장 발령". 그때는 '내가 잘한 걸까' 싶다. 근데 다음 날 아침. IDE 켜고 코드 짤 때. '잘했다' 싶다. 지난주 아들이 물었다. "아빠, 회사에서 뭐 해?" "코딩해." "멋있다!" 이게 답이다. 임원이라고 했으면 "멋있다" 안 했을 거다. "바쁘겠다" 했겠지. 6개월 후, 급여표를 다시 봤다 연말이다. 작년 이맘때 봤던 그 급여표를 다시 열었다. 내가 선택한 길:연봉 1억 500만원 관리 업무 없음 코딩 하루 6시간 회의 주 3시간 저녁 있는 삶 주말 온전히 내 시간내가 포기한 길:연봉 1억 3000만원 (차이 2500만원) 임원 대우 더 높은 퇴직금 사내 영향력 승진 기회 동기들과의 동급2500만원 차이. 월 200만원이다. 세후 120만원. 이 돈으로 뭘 살 수 있나? 행복? 못 산다. 나는 이미 있으니까. 1년 후, 전 동료를 만났다 작년에 임원 된 전 동료를 만났다. "어때? 임원 생활." "죽겠어. 골프 주 2회, 회식 주 3회." "코딩은?" "그게 뭐야. 이제 못 해." "후회해?" 그 친구가 잠시 멈췄다. "...아니. 이게 내 선택이니까." "나도." 우리는 웃었다. 다른 길을 선택했지만, 후회는 안 한다. 그게 중요하다. 카페를 나서면서 그 친구가 말했다. "그래도 너 부럽다. 코딩하잖아." "너도 부러워. 연봉 많잖아." "..." "농담이야. 나 안 부러워." 진심이다. 지금, 금요일 저녁 7시다. 자리를 정리한다. 노트북을 닫는다. 개인 맥북이다. 회사 업무용이 아니라. 주말에 할 개인 프로젝트가 있다. Go 언어로 CLI 툴 만들기. 재미로. 아무도 시키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어서. 연봉? 직급? 중요하지 않다. 내가 뭘 하는지가 중요하다. 나는 개발자다. 45세 개발자. 앞으로 10년, 20년 더 코딩할 거다. 그게 내 길이다. 급여표는 접었다. 서랍에 넣었다. 다시 볼 일 없다.결국 급여표는 숫자일 뿐이다. 내 하루를 채우는 건 코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