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기술 블로그, '나 뒤처지는 거 아니야?' 라는 불안

주말 기술 블로그, '나 뒤처지는 거 아니야?' 라는 불안

주말 기술 블로그, '나 뒤처지는 거 아니야?' 라는 불안 토요일 아침 10시 아내가 나갔다. 아이들도 학원. 집에 혼자다. 커피 내렸다. 노트북 켰다. 습관처럼 북마크를 연다. "기술 블로그" 폴더. 안 읽은 글이 47개다. 지난주에도 47개였는데. 요새 핫하다는 Rust 글. Bun 성능 벤치마크. React 19 무슨 기능. 전부 읽어야 할 것 같다. 근데 읽으면 뭐가 달라지나. 20년 전엔 이렇지 않았다. 자바 새 버전 나와도 몇 달 뒤에 봐도 됐다. 지금은? 어제 나온 기술을 오늘 모르면 뒤처진 것 같다. 스크롤을 내린다. "2024년 개발자가 알아야 할 10가지." 클릭했다가 닫았다. 작년 글도 못 봤는데.읽기 시작하면 첫 문단은 괜찮다. "Rust는 메모리 안전성을..." 알겠다. 이건 안다. 두 번째 문단. 코드가 나온다. async fn, await, Arc<Mutex<T>>. 뭔지는 알겠는데 손으로 쳐보진 않았다. 세 번째 문단. 실전 예제. 200줄짜리 코드. "이렇게 하면 제로 카피가..." 머리가 아프다. 아들이 "아빠 이거 어떻게 해?" 하면 10분 안에 답 준다. 근데 Rust 배우려면 몇 시간이 필요한가. 아니, 몇 달. 탭을 하나 더 연다. "Next.js 14 서버 컴포넌트." 이것도 읽어야 한다. 우리 회사는 Next.js 12 쓴다. 14는 언제 쓰나. 15분 지났다. 아직 한 글도 제대로 안 읽었다. 그냥 훑었다. 훑는 것도 읽는 거라고 우기면 되나. 예전엔 이렇지 않았는데 2010년쯤. Spring 3.0 나왔을 때. 레퍼런스 문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토요일 오후 통째로 썼다. 코드도 따라 쳤다. 그때는 재밌었다. 새로운 걸 배우는 게. "이걸 월요일에 써먹어야지" 했다. 실제로 썼다. 지금은? Next.js 배워도 쓸 데가 없다. 우리 프로젝트는 JSP다. 레거시 유지보수가 80%다. Rust 배워도 마찬가지. 회사에서 자바 쓴다. 개인 프로젝트? 할 시간이 없다. 그럼 왜 읽나. 불안해서다. "요즘 개발자는 이거 다 안다"는 말이 무섭다. 면접관으로 들어간 적 있다. 27살 지원자가 말했다. "Rust로 CLI 툴 만들어봤습니다." 나는 Rust로 Hello World도 안 해봤다. 면접 끝나고 검색했다. "Rust 기초." 그 지원자 붙였다. 나보다 잘하니까. 근데 기분은 이상했다. "내가 뒤처졌구나."후배들은 당연하게 월요일 출근. 막내가 물었다. "파트장님, Bun 써보셨어요?" "아니. 그게 뭔데." "Node.js 대체하는 런타임이요. 엄청 빠르대요." "음. 우리 프로젝트엔 필요 없을 것 같은데." "그냥 궁금해서요." 그냥 궁금해서. 이 말이 부럽다. 나도 예전엔 "그냥 궁금해서" 새 기술 공부했다. 지금은 "이거 실무에 쓸 수 있나"부터 생각한다. 쓸 수 없으면 안 본다. 근데 그러면 영영 모르는 기술이 된다. 후배는 주말에 Bun으로 토이 프로젝트 만들었단다. "3시간 걸렸어요." 나는 주말에 뭐 했나. 밀린 드라마 봤다. 틀린 건 아니다. 쉬는 것도 중요하다. 근데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나만 안 쉬는 건가" 싶다가도 "나만 공부 안 하는 건가" 싶다. 읽은 척하기 팀 회의. 누가 말했다. "요즘 React Server Component가 대세래요." "맞아. 나도 봤어." 거짓말이다. 제목만 봤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음. 장단점이 있지. 서버 부하는 늘어날 수 있고." 대충 얼버무렸다. 다행히 더 안 물었다. 회의 끝나고 검색했다. "React Server Component란." 10분 읽었다. 대충 알겠다. 아니, 대충 아는 척할 수 있을 정도로. 이게 요즘 내 공부법이다. 모르는 기술 나오면 10분 검색. 키워드만 익힌다. "SSR", "hydration", "streaming". 이 단어들 넣어서 말하면 아는 것처럼 들린다. 진짜 아는 건 아니다. 코드 못 짠다. 근데 회의에서 막히진 않는다. 이게 맞나. 모르겠다. 근데 다른 방법도 없다. 전부 깊게 공부할 시간은 없다.진짜 배우려면 Rust 제대로 배우려면 시간이 얼마나 드나. 책을 봤다. "The Rust Programming Language." 600페이지. 하루 10페이지 읽으면 2개월. 근데 읽기만 하면 안 된다. 코드 쳐야 한다. 에러 보고 고쳐야 한다. 그럼 4개월. 4개월 동안 매일 1시간. 가능한가. 평일엔 야근. 주말엔 가족. 1시간 내기도 어렵다. 그럼 짬짬이? 출퇴근 지하철에서? 가능하다. 근데 피곤하다. 지하철 타면 졸린다. 핸드폰으로 유튜브 보다가 내린다. 점심시간? 밥 먹고 나면 30분. 커피 마시면 10분. 10분으로 뭘 배우나. 퇴근 후? 9시에 집 도착. 씻고 밥 먹으면 10시. 가족이랑 얘기하면 11시. 그때부터 공부? 30분 하면 졸린다. 계산해보면 답 없다. 시간이 없다. 근데 "시간 없어"라고 하면 핑계처럼 들린다. 후배 코드 리뷰하면서 PR 올라왔다. 후배가 짠 코드. 흐름은 괜찮다. 근데 모르는 게 있다. suspend fun fetchData() = coroutineScope { val deferred = async { repository.getData() } deferred.await() }코틀린이다. 우리 팀이 작년부터 쓰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 자바로 짠다. suspend, coroutineScope, async. 들어본 건데 정확히 모른다. 대충 비동기라는 건 알겠다. 댓글 달았다. "Good." 뭐라고 더 쓸 말이 없다. 예전엔 코드리뷰가 신났다. "여기 이렇게 고치면 더 좋을 것 같아." 구체적으로 알려줬다. 지금은? "Good", "LGTM", "Approve". 짧다. 할 말이 없어서. 후배가 물었다. "이 부분 어떻게 생각하세요?" "음. 나도 코틀린 공부 중이라 확실하진 않은데." 솔직하게 말했다. 후배는 "네"라고만 했다. 표정이 이상했다. 실망한 것 같기도. 파트장인데 코틀린 모른다. 이게 말이 되나. '나중에' 리스트 북마크 폴더를 열었다. "나중에 볼 것" 폴더. 글이 312개다. 제일 오래된 건 2년 전 글. "Docker Kubernetes 완벽 가이드". 안 봤다. 작년 글도 있다. "함수형 프로그래밍 입문". 안 봤다. 이번 달 글도 있다. "AI 시대 개발자의 역할". 안 본다. 전부 언젠가 보려고 저장했다. 언젠가는 안 온다. 알고 있다. 근데 지우진 못한다. 지우면 진짜 안 볼 것 같아서. 희망 고문이다. "나중에 볼 거야"라는 희망. 실제론 안 본다. 근데 버리면 '포기'한 것 같다. 후배한테 물었다. "너는 기술 블로그 어떻게 관리해?" "저요? 안 봐요. 필요하면 그때 찾아봐요." 충격이었다. "안 봐요"를 당연하게 말한다. 나는 '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뒤처지는 거 걱정 안 돼?" "뒤처지면 어때요. 필요할 때 배우면 되죠." 맞는 말이다. 근데 나는 못 한다. 불안하다. 유튜브 알고리즘 유튜브 켰다. 추천에 뜬다. "초보 개발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기술 스택." "시니어 개발자도 모르는 최신 트렌드." 클릭했다. 15분짜리 영상. 빠르게 넘긴다. 2배속으로. 7분 만에 끝. 뭐 배웠나. 기억 안 난다. "요즘은 이게 대세"라는 말만 남았다. 구체적인 건 없다. 또 클릭했다. "개발자 공부법 - 하루 30분으로 성장하기." 봤다. 내용은 뻔하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 "실습하기". 알고 있다. 다 안다. 근데 안 된다. 되면 벌써 했다. 영상 보는 게 공부한 기분 들게 한다. 실제론 아무것도 안 했는데. 15분 봤으니 "오늘 공부했다" 싶다. 착각이다. 알고 있다. 근데 또 본다. 내일도 볼 거다. 컨퍼런스 가면 회사에서 보냈다. "개발자 컨퍼런스 갈 사람?" 손 들었다. 금요일이라 좋다. 코엑스 갔다. 사람 많다. 다들 젊다. 20대, 30대. 나 같은 사람은 별로 없다. 첫 세션. "AI 기반 코드 생성의 미래." 들어갔다. 앞자리 앉았다. 발표 시작. GPT-4로 코드 짠다. Copilot 쓴다. "이제 개발자는 코딩 말고 설계에 집중해야 합니다." 맞는 말 같다. 근데 불안하다. '내 자리가 없어지는 거 아냐?' 옆 사람이 고개 끄덕인다. 메모한다. 열심히 듣는다. 나도 메모했다. "AI", "설계 중심", "역할 변화". 나중에 볼 일 없다. 두 번째 세션. "클라우드 네이티브 아키텍처." 어렵다. 모르는 용어 투성이. "서비스 메시", "사이드카 패턴". 30분 들었는데 이해 못 했다. 졸렸다. 커피 마시러 나왔다. 복도에 사람들 많다. 다들 얘기한다. "방금 발표 좋았어." "나도 써봐야겠어." 나는 뭐 써봐야 하나. 모르겠다. 커피만 마셨다. 월요일 출근 팀원이 물었다. "컨퍼런스 어땠어요?" "좋았어. 요즘 트렌드 알았어." "뭐가 핫해요?" "음. AI랑 클라우드 네이티브?" "구체적으로요?" 막혔다. 구체적으론 모른다. 그냥 들었다. "나중에 자료 공유해줄게." 안 했다. 자료 찾기 귀찮아서. 팀원도 안 찾았다. 다들 바빠서. 결국 컨퍼런스도 "다녀왔다"는 것만 남았다. 배운 건 없다. 돈은 회사 돈. 시간은 근무시간. 손해는 없다. 근데 얻은 것도 없다. 임원님 말씀 임원님이 말했다. "우리 회사도 AI 도입해야 해. 개발 생산성 높여야지." "네. 좋습니다." "박 파트장이 한번 검토해봐. 다음 주까지." "네." 검토? 뭘 검토하나. AI 툴은 많다. Copilot, Cursor, Tabnine. 다 써봤나? 안 봤다. 주말에 찾아봤다. "AI 코딩 툴 비교." 블로그 10개 읽었다. 다 비슷하다. "생산성 향상", "코드 품질 개선". 월요일에 보고했다. "Copilot 괜찮아 보입니다." "왜?" "많이 쓰고, 안정적이고, VS Code 연동 잘 되고." "얼마야?" "월 10달러." "팀 전체면 얼마?" "8명이니까... 960달러. 연간 만 불 좀 넘네요." "비싸네. 효과는 확실해?" 모른다. 써본 적 없다. 블로그만 봤다. "네. 보통 30% 생산성 향상된다고 합니다." "30%면 괜찮네. 진행해봐." 결정됐다. 나도 처음 써본다. Copilot 써보니 설치했다. VS Code에. 로그인하고 활성화. 코드 짰다. 주석 쓰니까 코드 자동완성. 신기하다. 맞는 코드다. 한 시간 썼다. 편하다. 타이핑 덜 한다. 근데 이상하다. 내가 코드 짠 건가, AI가 짠 건가. 경계가 모호하다. 예전엔 한 줄 한 줄 생각하면서 짰다. 지금은? 제안 보고 엔터. 또 제안 보고 엔터. 빠르긴 하다. 근데 덜 생각하게 된다. 후배한테 물었다. "너 이거 써봤어?" "네. 작년부터요." "어때?" "편해요. 근데 가끔 이상한 코드 줘요." "이상한 거 어떻게 알아?" "그냥 이상하잖아요." 그냥. 이 말이 무섭다. "그냥 안다"는 건 기본기가 있다는 거다. 나도 안다. 20년 짰으니까. 근데 새로운 언어는? 코틀린에서 이상한 코드 알아챌 수 있나. 기본기 회식 자리. 팀장님이 말했다. "요즘 신입들은 기본기가 약해." "그렇죠." "옛날엔 자료구조, 알고리즘 다 알았는데." "맞습니다." 근데 나도 까먹었다. 레드블랙트리? 10년 전 면접 때 공부했다. 지금은 설명 못 한다. "AI 시대엔 기본기가 더 중요해. AI는 도구일 뿐이야." 맞는 말이다. 근데 나도 AI 쓴다. 나도 도구에 의존한다. 차이가 뭔가. 나는 경험이 있다? 20년 경력? 그게 앞으로도 의미 있나. GPT-4가 내 20년 경험보다 더 많은 코드 본 거 아닌가. 더 다양한 문제 풀어본 거 아닌가.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근데 자꾸 생각난다. 토요일 저녁 결국 한 줄도 안 배웠다. Rust도 안 봤다. Next.js도 안 봤다. 유튜브만 봤다. "개발자 트렌드" 영상 5개. 본 것 같은데 기억 안 난다. 북마크는 50개 됐다. 읽을 일 없다. 아내가 물었다. "오늘 뭐 했어?" "공부했어." "뭐?" "기술 공부." 거짓말이다. 유튜브 봤다. 근데 "유튜브 봤어"라고 하기 부끄럽다. 아내는 "음"하고 넘어갔다. 관심 없다. 나도 관심 없으면 편할까. 불안의 정체 왜 불안할까. 생각해봤다. 뒤처지는 게 무섭다? 뭐에서? 나는 파트장이다. 이미 관리직이다. 최신 기술 몰라도 일은 된다. 이직? 할 생각 없다. 여기 9년 다녔다. 연봉도 괜찮다. 그럼 뭐가 문제냐. 자존심이다. "개발자"라는 정체성. 20년 했다. 그게 나를 정의한다. 근데 최신 기술 모르면 '진짜 개발자'가 아닌 것 같다. 누가 그래? 아무도 안 그랬다. 나 혼자 생각한다. 후배들은 나 보고 뭐라 안 한다. "파트장님 옛날 사람이다" 이런 소리 안 한다. 내가 오버하는 거다. 근데 멈출 수가 없다. 습관이다. 20년 된 습관. 가끔은 가끔은 생각한다. '몰라도 되는 거 아냐?' Rust 몰라도 자바 잘하면 되잖아. Next.js 몰라도 Spring 잘하면 되잖아. 전부 다 알 순 없다. 인정해야 한다. 근데 인정하면 '포기'한 것 같다. '포기'와 '선택'은 다르다. 알고 있다. 근데 느낌은 비슷하다. "나는 Rust 안 배운다." 이렇게 선언하면 편할까. 시도 안 해봤다. 무섭다. 후배가 "Rust 어때요?"라고 물으면 "안 해봤어"라고 답하는 게 무섭다. "관심 없어"도 이상하다. "시간 없어"는 핑계 같다. 그래서 "나중에 해볼게"라고 한다. 나중은 안 온다. 임원 승진하면 내년에 임원 대상자다. 승진하면 연봉 오른다. 근데 개발은 못 한다. 예산 짜고, 보고서 쓰고, 임원 회의 들어간다. 코딩은? 일주일에 한 번? 아니면 아예 안 할 수도. 그럼 기술 공부는 더 안 해도 되나. 필요 없으니까. 근데 그게 더 무섭다. '개발자'에서 '관리자'로 완전히 넘어가는 거. 돌아올 수 없다. 승진 거부할까. 생각해봤다. 바보 같은 소리다. 아내가 뭐라 할까. 부모님은? "승진 안 할래요" 이러면 "왜?"라고 물을 거다. "개발하고 싶어서요" 이러면 이해할까. 안 할 거다. 승진한다. 그리고 개발은 덜 한다. 기술 공부는 더 안 한다. 이게 정답인 것 같다. 근데 마음은 불편하다. 20년 후배에게 입사 동기가 창업했다. 스타트업. 성공했다. 작년에 엑싯했다. 만나서 물었다. "기술 공부 어떻게 해?" "안 해. 직원들이 알아서 하지." "불안 안 해?" "왜 불안해? 내가 다 알 필요 없잖아." 충격이었다. "다 알 필요 없다"를 당연하게 말한다. "나는 안 그래. 모르면 불안해." "그럼 계속 공부해야지. 평생." "그게 가능해?" "모르지. 근데 너가 선택한 거잖아." 맞다. 내가 선택했다. '개발자'로 남기로. 그럼 평생 배워야 한다. 가능한가. 모르겠다. 근데 다른 길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도 북마크 열었다. 안 읽은 글 53개. 하나 클릭했다. "Go언어 시작하기." 읽었다. 10분. 뭐 배웠나. 모르겠다. 그래도 읽었다. 0보단 낫다. 이렇게 위로한다. 내일도 그럴 거다. 모레도. 계속.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 근데 멈출 수도 없다. 토요일 오후 3시. 아내가 "나가자"고 한다. "곧" 이라고 답했다. 노트북 닫았다. 일어났다. 내일 또 열 거다. 불안은 안 없어진다. 알고 있다. 익숙해지는 것밖에. 20년 개발자의 주말. 이렇다.배워도 끝이 없고, 안 배워도 불안하다. 그래서 계속 화면만 본다.

이 나이에 이직하면 받아주나? - 현실적 고민

이 나이에 이직하면 받아주나? - 현실적 고민

링크드인을 켰다 링크드인을 켰다. 3개월 만이다. 알림이 47개다. 대부분 광고다. "시니어 개발자 구합니다" 메시지가 2개 있다. 열어봤다. 하나는 스타트업. 연봉 6000만원. 웃겼다. 하나는 외국계. 연봉은 협의. 영어 면접 본다고 한다. 프로필을 봤다. 마지막 수정이 2021년이다. 기술스택에 Spring 3.0이라고 써있다. 지금 5.x 아닌가. 경력은 화려하다. 20년. 프로젝트 10개. 수상 3번. 근데 이걸 누가 보냐.옆팀 김 부장이 이직했다. 작년에. 50살이었다. 핀테크 스타트업 갔다. CTO로. 3개월 만에 돌아왔다. 정확히는 못 돌아왔다. 우리 회사는 안 받아줬다. 지금 중견기업에 있다. 연봉은 2000 깎였다고 들었다. "거기 애들이 말을 안 들어" 그가 말했다. 술자리에서. "CTO인데요?" "CTO가 뭐 대단해. 평균 나이 29살인데. 내가 꼰대지." 그는 소주를 마셨다. "여기가 낫다. 진짜로." 우리 회사 채용공고를 봤다 인사팀에 물어봤다. "혹시 외부에서 파트장급 뽑나요?" "왜요? 이직하시게요?" 농담조였다. "아뇨. 그냥 궁금해서." "거의 안 뽑아요. 뽑아도 내부 승진 우선이고." "그럼 외부는?" "음... 35세 미만? 시니어급으로 데려와서 키우죠." 35세 미만. 나는 45살이다.점심시간에 채용 사이트를 봤다. 원티드. 로켓펀치. 프로그래머스. "시니어 백엔드 개발자" 검색했다. 200개 나왔다. 조건을 봤다.경력 5~10년 나이 제한 없음 (거짓말) 최신 기술스택 필수클릭했다. 10개. 우대사항을 봤다.MSA 구축 경험 (있다) 클라우드 아키텍처 설계 (있다) 팀 리딩 경험 (있다) Kotlin, Go 능숙자 (없다) 스타트업 문화 적응 가능자 (??)마지막 게 뭐냐. "빠른 의사결정, 수평적 문화, 능동적 업무 태도" 번역하면 야근이다. 주말 출근이다. 칼퇴 없다는 뜻이다. 헤드헌터가 전화했다 작년 말이었다. 번호 모른다고 뜨는데 받았다. "박 파트장님?" "네." "저는 ㅇㅇ헤드헌팅 이 대리라고 합니다. 혹시 이직 의향 있으신가요?" 심장이 뛰었다. "어... 일단 들어볼게요." "네. 저희 클라이언트가 시니어 개발자를 찾고 있습니다. 금융권입니다. 연봉은 현재 대비 120% 수준으로 제안 가능하고요." 계산했다. 9500의 120%. 1억 1400만원. "나이는 괜찮나요?" "네? 아 네. 경력이 중요하죠." 이력서 보냈다. 3일 뒤 전화 왔다. "죄송한데요. 클라이언트가 40세 이하를 원한다고 하네요." "처음에는 괜찮다고." "제가 잘못 파악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끊었다. 이력서에 생년월일이 있었다.동기 녀석이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 대학 동기 단톡방이 있다. 8명. 작년에 한 놈이 썼다. "삼성 계열사에서 연락 왔는데 갈까?" "연봉?" "1억 5000." "ㅅㅂ 가라" "근데 나 43인데 괜찮으려나" "너 경력이 얼만데. 걱정 마." 그 놈은 네이버 출신이다. 10년 있었다. 지금은 게임 회사 팀장이다. 결국 갔다. 삼성 계열사로. 나도 축하한다고 썼다. 근데 속으로 생각했다. '네이버 출신이니까 가능한 거지.' 우리 회사 이름 대면 "아 거기요?" 반응이다. 좋은 의미 아니다. 이직 준비를 해봤다 1월에 각오했다. "올해는 이직하자." 깃헙을 정리했다. 커밋이 드문드문하다. 회사 일은 회사 깃랩에 있다. 개인 프로젝트가 없다. 토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Next.js로. 3일 하고 멈췄다. 문법이 낯설다. 공식 문서 읽는데 2시간 걸렸다. 이거 언제 완성하냐.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만들려고 했다. 레퍼런스를 찾았다. 다들 20대 30대다. 깔끔하다. 세련됐다. 애니메이션 화려하다. 따라 하기 시작했다. 디자인 센스가 없다. 10년 전 느낌이 난다. 한 달 뒤 포기했다. 면접 기출 문제를 봤다 카카오 코딩 테스트 기출이 있다. 유튜브에. 풀어봤다. 첫 문제. 1시간 걸렸다. 정답은 20분 컷이란다. 두 번째 문제. 못 풀었다. 해설을 봤다. DP였다. Dynamic Programming. 학교 다닐 때 배웠다. 기억 안 난다. 댓글을 봤다. "이 정도는 기본 아닌가요?" "30분 컷 했습니다" "저 고3인데 20분 걸렸어요" 고3이 나보다 빠르다. 알고리즘 책을 샀다. "이것이 코딩 테스트다". 700쪽. 하루에 10쪽 읽으면 70일. 두 달 반. 30쪽 읽고 덮었다. 회사 일하랴. 팀원 관리하랴. 이거 공부할 시간 없다. 현실을 계산했다 냉정하게 봤다. 내가 45살에 이직하면. 연봉은 깎인다. 거의 확실하다. 유지되면 감사다. 올라가면 기적이다. 직급도 애매하다. 파트장? 그냥 시니어? 책임? 회사마다 다르다. 팀은? 새로 적응해야 한다. 내가 막내일 수도 있다. 파트장이 35살일 수도 있다. 기술은? 배워야 한다. 회사마다 스택이 다르다. 3개월은 적응 기간이다. 그 기간에 나는 짐이다. 문화는? 우리 회사는 느리다. 안정적이다. 새 회사는? 빠르다. 역동적이다. = 야근 많다. 건강은? 지금도 피곤하다. 새 회사 가면? 더 피곤하다. 계산 끝났다. 답은 명확하다. 안 된다. 그래도 궁금하긴 하다 가끔 생각한다. '내가 정말 경쟁력 없나?' 20년 경력이다. 큰 프로젝트 10개 넘게 했다. 장애 대응 경험 수십 번. 코드 리뷰 수천 개. 후배 육성 수십 명. 이게 시장에서 무가치한가? 외국은 다르다던데. 실리콘밸리는 시니어를 우대한다던데. 한국만 유독 나이 차별이 심하다던데. 근데 나 영어 못 한다. 이력서를 영어로 못 쓴다. 면접을 영어로 못 본다. 결국 한국에서 살아야 한다. 한국 시장의 룰을 따라야 한다. 그 룰은 명확하다. "개발자는 35살까지" 예외는 있다. 네이버 출신. 카카오 출신. 쿠팡 출신. 토스 출신. 우리 회사 출신은 없다. 옆팀 막내가 이직했다 28살이다. 경력 3년. "토스 붙었어요!" 축하해줬다. 진심이었다. "연봉 얼마나 올랐어?" "2000 올랐어요." 2000만원. 나는 파트장 달고 500 올랐다. 쓴웃음 나왔다. "거기 힘들다던데?" "괜찮아요. 배울 게 많대요." 배울 게 많다. 좋은 말이다. 나는 뭘 배우나. 요즘. 회의하는 법? 보고서 쓰는 법? 정치하는 법? 코드는 안 배운다. 그 애가 떠난 자리에 신입이 왔다. 25살. 코딩 테스트 만점이란다. 내가 면접 봤다. 물어봤다. "MSA 경험 있어요?" "아뇨. 근데 배우고 싶어요." "Kafka는?" "책으로 공부했습니다." "실무는?" "빨리 하고 싶습니다." 열정이 있다. 눈빛이 다르다. 나도 저랬나. 20년 전에. 팀장이 물어봤다 1on1 시간이었다. "요즘 어때요?" "괜찮습니다." "얼굴이 안 좋아 보이던데." "피곤해서 그래요." "무슨 고민 있어요?" 말할까 말까 했다. 했다. "팀장님. 솔직히 물어봐도 돼요?" "그럼요." "저 같은 나이에 이직 가능할까요?" 팀장은 48살이다. 나보다 3살 많다. 이 회사 20년 다녔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글쎄요. 어렵죠." "어렵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거죠. 솔직히." "왜요?" "회사 입장에서 생각해봐요. 45살 뽑을 바엔 30살 뽑죠. 10년 더 부릴 수 있잖아요." 논리적이다. 반박할 수 없다. "근데 경력은?" "경력은 중요해요. 근데 나이도 중요해요. 현실이 그래요." "그럼 여기서 계속?" "그게 답이죠. 제 생각엔." 팀장이 웃었다. 쓸쓸한 웃음이었다. "저도 고민했어요. 5년 전에. 근데 안 갔어요." "후회해요?" "글쎄요. 갔으면 어땠을까 싶긴 해요. 근데 안 간 것도 후회는 아니에요." 애매한 대답이다. 그게 정답인 것 같기도 하다. 아내한테 말했다 저녁 먹다가 꺼냈다. "여보. 나 이직할까?" "갑자기?" "요즘 생각이 많아." "연봉 더 주는 데 있어?" "글쎄. 찾아봐야지." "나이 때문에 안 뽑는 거 아냐?" 직설적이다. 근데 맞다. "그럴 수도 있지." "그럼 왜 가려고?" "여기 있으면... 발전이 없어." "발전이 뭔데. 돈 잘 벌잖아." "돈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럼 뭐가 중요한데?" 대답 못 했다. 뭐가 중요하지? 성장? 45살에 성장? 우습다. 도전? 무슨 도전? 누구한테? 자아실현? 개발자로서의 자존심? 허세다. "그냥 있어. 애들 대학 보내야지." 아내 말이 맞다. 현실적이다. 근데 마음 한편이 씁쓸하다. 주말에 코딩했다 혼자 있고 싶었다. 카페 갔다. 노트북 켰다. 개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간단한 거. Todo 앱. "또 Todo냐" 싶지만 뭐 어쩌겠나. React로 만들었다. Next.js 말고 그냥 React. 익숙한 거. 4시간 만들었다. 완성했다. 추가 기능 넣었다. 드래그 앤 드롭. 날짜 필터. 로컬 스토리지. 배포했다. Vercel에. URL 복사했다. 톡방에 공유 안 했다. 창피해서. 혼자 봤다. 새로고침 했다. 잘 된다. 뿌듯하다. 20년 만에 혼자 뭔가 만들었다. 회사 일 아니고. 평가 안 받고. 보고 안 하고. 그냥 내가 만들고 싶어서 만들었다. 이 느낌. 이게 개발자지. 결론은 안 났다 아직도 모르겠다. 이직할까 말까. 알고리즘 문제를 더 풀어볼까. 포트폴리오를 다시 만들어볼까. 헤드헌터한테 적극적으로 연락해볼까. 아니면 그냥 여기 있을까. 파트장 달고. 연봉 조금씩 올리면서. 임원까지 노려볼까. 답이 없다. 45살 개발자의 이직은.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다. 확률의 문제다. 10% 될까? 5%? 1%? 모르겠다. 근데 확실한 건. 0%는 아니라는 것.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것. 어디선가 누군가는 나를 원할 수도 있다는 것. 그 가능성이. 나를 괴롭힌다.이직은 안 할 것 같다. 근데 링크드인은 계속 켤 것 같다.

9500만원 연봉, 이게 천장인가 시작인가

9500만원 연봉, 이게 천장인가 시작인가

9500만원 연봉, 이게 천장인가 시작인가 급여명세서를 볼 때마다 매달 25일. 급여명세서가 온다. 세전 791만원. 세후 손에 쥐는 건 570만원쯤. 나쁘지 않다. 아니, 솔직히 좋은 편이다. 대한민국 상위 5% 안에 든다고 들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답답할까.임원 승진 대상자 명단에 내 이름이 있다는 걸 들었다. 지난주 임원 회의록을 실수로 받았는데, 거기 내 이름이 있었다. "박 파트장, 차기 임원 후보로 검토" 그 순간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바로 답답해졌다. 1억의 무게 임원이 되면 연봉이 1억 2천쯤 된다고 한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선배들 통해 들은 거다. 거기에 스톡옵션, RSU 같은 거 붙으면 실제론 더 많다. 월급이 세후 700만원 넘는다. 지금보다 130만원 더 많다. 130만원. 우리 집 관리비 + 통신비 + 아이들 학원비다. 아내한테 말했다. "임원 제안 들어올 것 같아." "오빠, 대박이네! 받아야지." "근데... 그럼 개발은 못 해." "개발은 왜 못 해? 임원이면 더 많이 하는 거 아니야?" 설명했다. 임원은 관리다. 전략이다. 보고서다. 임원 회의다. 본사 임원들 상대다. 코딩은 안 한다. 못 한다. 시간이 없다. 아내는 이해 못 했다. "그래도 연봉이 더 많으면 좋은 거 아니야?"그렇다. 좋은 거다. 객관적으로는. 그런데 주관적으로는 모르겠다. 코딩이 좋다는 걸 인정하기까지 20년 전, 처음 회사 들어왔을 때. 난 코딩이 일이었다.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해서 하는 거였다. 10년 차쯤 됐을 때. 코딩이 편해졌다. 손에 익었다. 그래도 여전히 일이었다. 15년 차. 팀장 달았다. 관리 업무가 늘었다. 코딩 시간이 줄었다. 그때 알았다. 나는 코딩이 좋다. 회의하고, 보고서 쓰고, 일정 조율하고, 인사평가하고. 이런 걸 하다가 저녁 6시 넘어서 혼자 IDE 켜고 코드 짤 때. 그때가 제일 편하다. 문제를 코드로 푸는 게 좋다. 컴파일 에러는 명확하다. 뭐가 잘못됐는지 알려준다. 사람은 그렇지 않다. 미팅에서 "검토하겠습니다"는 YES인지 NO인지 모른다. 코드는 거짓말을 안 한다. 돌아가면 돌아가는 거고, 안 되면 안 되는 거다.지난주에 신입이 물어봤다. "파트장님, 이 로직 어떻게 짜야 할까요?" 같이 앉아서 2시간 짰다. 리팩토링하고, 테스트 케이스 만들고, 최적화하고. 그 2시간이 행복했다. 그 순간만큼은 파트장도 아니고, 관리자도 아니고, 개발자였다. 임원실에서 코드를 짜는 사람은 없다 우리 회사 임원 7명. 다들 개발자 출신이다. CTO도, 부사장도, 전무도. 그중에 코드 짜는 사람은 0명이다. 작년에 CTO가 개발팀 회의에 왔다. "요즘 개발 트렌드가 어떤가요?" 물어보는 거다. 요즘 개발 트렌드를. 개발 총괄한테. 그때 알았다. 저 자리에 가면 나도 저렇게 된다. "요즘은 뭐가 유행인가요?"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된다. 선배 임원 한 분이 솔직하게 말했다. "나도 코딩하고 싶어. 근데 시간이 없어. 하루 종일 회의야. 본사에서 자료 달라면 만들어야 하고. 주말에 집에서 코딩해볼까 했는데, 환경 세팅하다가 포기했어." 그분은 지금 연봉이 1억 8천이라고 한다. 부럽냐고? 글쎄. 9500만원이 적은 건 아니다 객관적으로 보자. 연봉 9500만원.서울 강남 아파트 중형 대출 이자 낸다 아이 둘 사교육 시킨다 부모님 용돈 드린다 1년에 해외여행 한 번 간다 노후 준비 조금씩 한다다 된다. 빠듯하지만 된다. 1억 2천 되면 뭐가 달라지나.아파트를 조금 더 큰 걸로 갈아탄다 아이 학원을 한두 개 더 보낸다 여행을 일 년에 두 번 간다 노후 준비를 조금 더 빨리 한다그게 다다. 삶의 질이 20% 올라간다. 그런데 일의 만족도는 50% 떨어진다. 계산이 안 맞는다. 아내는 이해 못 한다. "그래도 돈이 많으면 좋잖아." 맞다. 좋다. 그런데. 45세, 다시 개발자가 되려면 만약 임원 됐다가 다시 개발자로 돌아가려면 어떻게 될까. 불가능하다. 일단 시장에서 안 받아준다. "임원 하다가 왜 다시 개발자로?" 의심한다. 설령 받아준다 해도 연봉이 깎인다. 임원 1억 2천에서 시니어 개발자 8천으로. 그리고 가장 큰 문제. 기술 따라잡기가 힘들다. 지금도 버거운데. Next.js, Rust, Go, K8s, MSA... 요즘 채용공고 보면 모르는 게 반이다. 3년 동안 임원실에서 보고서 쓰다가 나오면? 5년 전 기술로 무장한 개발자다. 그걸 45세에 따라잡는 건. 솔직히 자신 없다. 그래서 지금이 갈림길이다 임원 승진 제안이 오면. 받으면: 개발자로서의 삶은 끝난다. 연봉은 오른다. 명함은 좋아진다. 코딩은 못 한다. 거절하면: 개발자로 남는다. 연봉은 여기서 정체한다. 후배들은 빠르게 추격한다. 임원 기회는 다시 안 온다. 둘 다 리스크가 있다. 선배한테 물었다. 55세에 임원 은퇴한 분. "형, 후회 없으세요?" "후회는... 글쎄. 돈은 많이 벌었어. 근데 개발은 못 했지. 지금 다시 하려니까 엄두가 안 나." "그럼 후회하는 거 아니에요?" "후회라기보단... 아쉽지. 가끔 코드 짤 때가 그리워." 그분은 지금 작은 스타트업에서 고문 한다. 개발은 안 하고 자문만 한다. 월 200만원 받는다. 아들이 물어봤다 "아빠, 회사에서 뭐 해?" "음... 여러 가지. 회의도 하고, 개발도 하고." "개발이 뭔데?" "컴퓨터 프로그램 만드는 거야." "아, 코딩? 쿨하다! 나도 배우고 싶어." 그 순간. 알았다. 내가 아들한테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건 "코딩한다"는 거였다. "회의한다", "보고서 쓴다"는 자랑할게 못 된다. 아들이 "우리 아빠는 임원이야"라고 자랑할까, "우리 아빠는 개발자야"라고 자랑할까. 솔직히 모르겠다. 근데 나는 후자로 불리고 싶다. 동기들 모임 대학 동기 5명. 한 달에 한 번 만난다.A는 작은 회사 대표. 연봉 개념 없음. 잘될 땐 잘되고 안 될 땐 월급도 못 받음. B는 대기업 임원. 연봉 2억. 스톡옵션 5억. C는 공무원. 연봉 6천. 정시 퇴근. 연금 보장. D는 프리랜서 개발자. 연봉 1억 2천. 프로젝트 따라 들쭉날쭉. 나는 파트장. 연봉 9500.누가 제일 행복한가. 글쎄. B는 돈은 많은데 주말에도 일한다. 밤 11시에 슬랙 온다. C는 칼퇴근하는데 하는 일이 재미없다고 한다. D는 자유로운데 불안정하다. 내년에 일 있을지 모른다. A는 도전적인데 스트레스가 심하다. 작년에 위궤양 걸렸다. 나는? 애매하다. 안정적이지만 자유롭지 않다. 돈은 괜찮은데 천장이 보인다. 개발은 하는데 점점 못 하게 된다. 그날 D가 말했다. "야, 너 임원 안 돼? 그럼 나처럼 프리랜서 해." 웃었다. 45세에 프리랜서. 용기가 안 난다. 결국 선택의 문제 누가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임원이 정답인 사람도 있다. 개발자가 정답인 사람도 있다. 나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1억 2천을 벌면서 불행한 것보다, 9500을 벌면서 행복한 게 낫다. 이건 맞다. 그런데 또 확실한 건. 돈이 많으면 선택지가 넓어진다. 아이들 교육, 부모님 건강, 내 노후. 이것도 맞다. 둘 다 맞으니까 고민이다. 며칠 전, 신입이 물었다. "파트장님은 앞으로 뭐 하고 싶으세요?" 대답을 못 했다. "글쎄... 개발도 하고 싶고, 임원도... 음." 신입이 웃었다. "둘 다 하시면 되죠." 그게 되면 얼마나 좋겠냐. 9500, 천장인가 시작인가 제목으로 돌아왔다. 9500만원. 이게 내 천장인가, 아니면 1억 2천으로 가는 시작인가. 솔직히 아직도 모르겠다. 다만 알게 된 건. 천장이든 시작이든, 그건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의 문제다. 무엇으로 정의되고 싶은지의 문제다. 나는 "임원이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아니면 "개발자였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당장 답은 안 나온다. 임원 제안이 정식으로 오면 그때 결정해야지. 다만 확실한 건.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는 할 거다. 선택하지 않은 길이 궁금할 거다. 그게 인생이니까.오늘도 6시 넘어서 코드를 켰다. 내일도 그럴 거다. 이게 계속될 수 있을까.

관리직인가, 개발직인가 - 파트장이라는 정체성의 혼란

관리직인가, 개발직인가 - 파트장이라는 정체성의 혼란

관리직인가, 개발직인가 - 파트장이라는 정체성의 혼란 파트장이라는 애매한 자리 작년에 파트장 달았다. 승진 축하한다고 팀장이 저녁 쏘고. 집에 와서 명함 보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개발 파트장. 이게 관리직인가, 개발직인가. 월요일 아침부터 회의다. 주간계획, 분기목표, 리소스배분. 10시부터 12시까지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점심 먹고 오후 2시, 또 회의. 타팀 협업 논의. 코드 짤 시간은 언제 나오나. 퇴근 전에 IDE 켰다. 일주일 전에 만들던 기능. 코드 보는데 뭘 하려던 건지 기억이 안 난다. 주석도 안 써놨다. 6시 반, 후배가 퇴근 인사하고 나간다. 나는 이제 시작인데.코드 리뷰는 언제 후배들이 PR 올린다. 하루에 10개씩 쌓인다. 아침에 출근하면 슬랙 알림 15개. "파트장님 코드리뷰 부탁드립니다" 점심시간에 본다. 급하게 본다. 제대로 못 본다. 어제 승인한 코드에서 버그 났다. 내가 놓친 거다. 후배한테 미안하다. "괜찮습니다"라고 하는데. 괜찮을 리가 없다. 예전엔 코드리뷰가 즐거웠다. 후배 코드 보면서 "이렇게 하면 더 좋아" 알려주고. 같이 고민하고. 지금은 체크리스트 확인하듯 본다. 테스트 있나, 네이밍 괜찮나, 로직 문제 없나. 5분 안에 끝낸다. 이게 리뷰인가 싶다. 팀장한테 말했다. "코드리뷰 시간이 부족합니다" "회의 줄여볼게요" 다음 주에 회의 하나 더 생겼다.1on1은 또 언제 팀원 8명. 한 달에 한 번씩 1on1 한다. "요즘 어때요?" "괜찮습니다" 괜찮을 리 없다는 거 안다. 근데 물어볼 시간이 없다. 1on1 30분 잡는데. 10분은 근황 얘기. 10분은 업무 얘기. 나머지 10분에 진짜 얘기가 나와야 하는데. "다음 미팅 시간이라 이만" 끊기는 거다. 신입 후배 하나가 있다. 작년에 들어왔다. 코드 짜는데 어려워한다. "시간 날 때 같이 짜봅시다" 석 달째 시간이 안 난다. 어제 그 후배가 또 PR 올렸다. 똑같은 실수가 있다. 지난번에도 지적했던 거다. "이 부분 다시 확인해 주세요" 댓글 달고 나서 죄책감 든다. 내가 제대로 안 가르쳐줘서 그런 건데. 예전엔 후배 옆자리에 앉아서. 같이 화면 보면서. "여기 이렇게, 저기 저렇게" 했는데. 지금은 댓글로 끝이다.내 코드는 언제 짜나 이번 분기 목표가 있다. 신규 기능 개발. 내가 맡았다. 설계는 한 달 전에 끝났다. 구현은 아직 시작도 못 했다. 매일 "오늘은 코딩한다" 다짐한다. 출근하면 메일부터 본다. 답장하다 보면 1시간. 슬랙 확인한다. 긴급한 거 처리한다. 또 1시간. 회의 시간이다. 점심 먹고 오후. 후배가 질문한다. "이 부분 어떻게 하면 될까요?" 30분 같이 본다. 다른 후배가 온다. "배포 이슈 있습니다" 로그 확인한다. 원인 찾는다. 1시간 지났다. 6시다. 이제 코딩 시작할까. 팀장이 부른다. "내일 발표 자료 좀 봐줘요" 8시 되어서 퇴근한다. 코드 한 줄 못 짰다. 집에 와서 노트북 켠다. 피곤하다. 잠깐만 누웠다가. 새벽 2시에 깬다. 내일도 회의다. 개발자인가 관리자인가 기술 블로그 본다. 요즘 트렌드가 뭔지. "Rust로 고성능 API 만들기" "Kubernetes 실전 가이드" "AI 시대의 백엔드 아키텍처" 읽다가 만다. 읽을 시간도 없고. 읽어도 써먹을 곳이 없다. 우리 팀은 Java Spring이다. 15년 된 레거시다. 바꿀 수도 없고. 바꿀 이유도 없다. 그래도 읽는다. 뒤처지는 게 무섭다. 기술 면접관 들어간 적 있다. 지원자가 물었다. "요즘 MSA 전환 어떻게 생각하세요?" 대답하다가 막혔다. 이론은 안다. 실무는 모른다. 지원자가 나보다 더 잘 알았다. 합격시켰다. 그 사람 지금 우리 팀에 있다. 기술적인 건 그 후배한테 물어본다. 이게 맞나 싶다. 친구 만났다. 대학 동기다. 걔는 CTO다. "요즘 뭐 해?" "회의하고, 리뷰하고" "코딩은?" "못 한다" 친구가 웃었다. "넌 관리자야" 집에 오는 길에 생각했다. 나는 개발자인가. 관리자인가. 둘 다 아닌 것 같다. 승진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작년 이맘때. 팀장이 불렀다. "파트장 제안이 들어왔어요" 고민했다. 파트장 되면 연봉 오른다. 팀원 관리도 해야 한다. 코딩은 줄어든다. "며칠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틀 고민했다. 아내한테 물었다. "연봉 얼마나 올라?" "1000만원쯤" "해" 승진했다. 첫 달은 괜찮았다. 회의도 신선하고. 팀 관리도 재미있고. 두 번째 달부터 이상했다. 코딩할 시간이 없다. IDE 켜는 횟수가 줄었다. 석 달 지나니까. 내가 개발자가 맞나 싶었다. 동료들이 축하한다. "승진 축하해요" "이제 편하시겠어요" 편할 리가 없다. 더 바쁘다. 더 피곤하다. 더 불안하다. 코드 짜는 시간은 줄었는데. 책임은 늘었다. 팀원이 실수하면 내 책임. 일정 밀리면 내 책임. 장애 나면 내 책임. 예전엔 내 코드만 책임지면 됐다. 지금은 8명 코드를 책임진다. 밤에 잠 안 올 때가 있다. "내가 뭘 하고 있나" 승진이 축복인지. 저주인지. 모르겠다. 팀원들의 눈빛 신입 후배가 물어본다. "파트장님은 어떻게 공부하세요?" 대답이 막힌다. "틈날 때 블로그 보고..." 거짓말이다. 요즘 공부 안 한다. 다른 후배가 말한다. "저도 나중에 파트장 되고 싶어요" 웃으면서 답한다. "열심히 해봐" 속으로 생각한다. "안 되는 게 나을 거야" 팀원들이 나를 본다. 궁금해한다. 저 사람은 코드를 짜나. 저 사람은 개발자가 맞나. 증명하고 싶다. "나도 개발자야" 근데 증명할 방법이 없다. 예전엔 실력으로 인정받았다. 코드 잘 짜고. 문제 잘 해결하고. 기술 리드하고. 지금은 직급으로 인정받는다. 파트장이니까. 경력 20년이니까. 실력은 모른다. 나도 모른다. 무서운 거다. 어디로 가야 하나 임원 제안 들어왔다. 내년쯤. 승진하면 연봉 1억 넘는다. 개발은 영영 못 한다. 고민 중이다. 임원 되면 완전히 관리자다. 전략 짜고. 예산 관리하고. 경영진 미팅하고. 코드는 못 본다. 기술은 몰라도 된다. 이게 내가 원하던 길인가. 20년 전에 개발 시작했다. 처음 코드 짤 때. "Hello World" 찍을 때. 그때가 좋았다. 밤새 코딩하고. 새벽에 배포하고. 에러 잡고.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 지금은 재미가 없다. 회의록 쓰고. 일정 관리하고. 보고서 만들고. 이게 내가 하고 싶던 일인가. 퇴사하고 싶을 때가 있다. 작은 회사 가서. 다시 개발자로. 근데 현실이다. 나이 45에. 연봉 9500에. 다시 개발자로 취직되나. 아니, 개발자로 일할 수 있나. 체력도 문제다. 밤샘 코딩은 이제 못 한다. 그냥 이 길로 가는 거다. 파트장에서 임원으로. 관리자로. 개발자는 아닌 사람으로. 그래도 어제 신입 후배가 PR 올렸다. 내가 조언했던 거 반영했다. 코드가 깔끔했다. 칭찬 댓글 달았다. "잘했어요" 후배가 답했다. "파트장님 덕분입니다" 기분이 좋았다. 조금. 오늘 회의에서. 내가 제안한 아키텍처. 팀장이 채택했다. "역시 박 파트장" 기분이 좋았다. 조금. 퇴근 전에 코드 짰다. 30분. 겨우 30분. 그래도 짰다. IDE 켜고. 함수 하나 만들고. 테스트 돌리고. 손에 익은 동작들. 이게 좋다. 아직은. 파트장이 뭔지 모르겠다. 개발자인지 관리자인지 모르겠다. 그냥 하는 거다. 오늘도. 내일도. 회의하고. 리뷰하고. 가끔 코딩하고. 이게 내 일이다. 지금은.파트장 1년 차. 아직도 모르겠다. 내가 뭔지.

슬랙 100개 알림, 진짜 중요한 건 뭐지?

슬랙 100개 알림, 진짜 중요한 건 뭐지?

슬랙 100개 알림, 진짜 중요한 건 뭐지? 오전 9시 10분. 자리에 앉았다. 노트북을 켰다. 슬랙이 뜬다. 빨간 숫자가 보인다. 127개. "어제 퇴근할 때 다 읽었는데."127개의 정체 스크롤을 내렸다.전사 공지 8개 다른 팀 채널 잡담 40개 내 팀 채널 업무 15개 DM 12개 멘션 6개 리액션 알림 46개리액션이 거의 반이다. "누가 내 메시지에 👍 눌렀습니다" 알아서 뭐하나. 멘션 6개부터 읽었다. 진짜 중요한 건 2개였다. 나머지는 "파트장님 의견 궁금합니다" 류. 의견 안 내도 진행되는 것들. DM 12개. 급한 건 1개. "통화 가능하세요?" 30분 전 메시지다. 이미 해결됐을 거다. 읽는 데 1시간 9시 10분에 시작했다. 10시 5분에 끝났다. 55분 걸렸다. 읽기만 한 게 아니다.답장 8개 리액션 20개 "확인했습니다" 5개확인했다는 답장을 안 하면 불안하다. "파트장님 못 보신 건가" 생각할까봐.10시 5분. 이제 일을 시작한다. 아, 10시 30분에 회의가 있다. 25분 남았다. 코드를 짤까? 25분이면 뭘 하나. 환경 세팅만 10분이다. 메일이나 볼까. 메일 47개. 됐다. 2시간 뒤 회의 끝났다. 12시 20분. 점심 먹고 왔다. 1시 30분. 슬랙을 켰다. 42개. 1시간 30분 만에 42개. 계산해봤다. 하루 8시간이면 약 224개. 실제로는 퇴근 후에도 온다. 자기 전까지 치면 300개는 된다. 예전엔 이메일이었다. 하루 한두 번 확인하면 됐다. 지금은 실시간이다. 5분마다 확인 안 하면 불안하다. "나만 그런가?" 팀원들 보면 다들 슬랙 켜놓고 산다. 알림 소리 나면 바로 본다. 나도 봐야 하나?코딩하려고 하면 2시. 드디어 코딩 시간이다. 레거시 리팩토링 작업. 집중이 필요하다. IntelliJ를 켰다. 코드를 읽기 시작했다. "이 로직은..." 띵. 슬랙이다. "파트장님 잠깐 봐주세요" 링크가 있다. 클릭했다. 코드 리뷰 요청이다. 리뷰했다. 10분 걸렸다. 다시 내 코드로 돌아왔다. "아, 뭐 보고 있었지?" 처음부터 다시 읽는다. 띵. 또 왔다. "프로덕션 에러 확인 부탁드립니다" 로그를 봤다. NullPointerException. 원인을 찾았다. 15분. "수정해서 배포하세요" 답장. 다시 내 코드. "이 메서드가..." 띵띵. 두 개가 동시에 왔다. 포기했다. 진짜 중요한 건 저녁 6시. 팀원들이 하나둘 퇴근한다. "먼저 가겠습니다" "들어가세요" 6시 30분. 사무실이 조용해졌다. 슬랙도 조용하다. 이제 코딩한다. 집중한다. 드디어 된다.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 동안 끊김 없이 짰다. 오늘 하루 중 가장 생산적인 시간. 9시 10분. 퇴근 준비. 슬랙을 봤다. 저녁 6시 이후 메시지 3개. 3개. 낮 8시간 동안 200개. 저녁 3시간 동안 3개. "진짜 중요한 메시지는 하루에 몇 개나 될까?" 계산해봤다. 오늘 받은 슬랙 300개 중내가 직접 답해야 하는 것: 15개 시급한 것: 3개 나만 할 수 있는 것: 5개진짜 중요한 건 5개였다. 나머지 295개는 뭐였나. 30대 후배의 말 어제 후배랑 술 마셨다. 35살 시니어 개발자. 잘한다. 실력 있다. "형, 슬랙 알림 다 꺼놨어요" "네?" "DM하고 멘션만 켜놨어요" 충격이었다. "그럼 팀 채널은?" "점심 먹고 한 번, 퇴근 전에 한 번만 봐요" "급한 건 어떡하는데?" "진짜 급하면 전화 와요" "..." "형도 그렇게 하세요" "내가 파트장인데 그래도 되나?" "더 그래야죠. 형이 계속 답장하니까 애들도 물어보는 거예요" "..." 맞는 말이다. 내가 5분 안에 답장하니까 팀원들도 5분 안에 답 기대한다. 악순환이다. 실험 오늘 실험했다. 알림을 껐다. 멘션만 남겼다. 불안했다. 10분마다 슬랙을 켰다. 습관이다. 참았다. 30분에 한 번만 봤다. 급한 건 없었다. 점심 먹고 한 번 봤다. 밀린 메시지 47개. 중요한 건 2개. 10분 만에 처리했다. 오후 3시에 한 번 봤다. 32개. 중요한 건 1개. 놀라운 건 세상은 잘 돌아갔다. 내가 즉답하지 않아도 팀원들은 알아서 했다. 오히려 좋았다. "파트장님 의견 듣고 결정할게요" 대신 "이렇게 결정했습니다" 가 늘었다. 코딩 시간 알림을 끈 첫날. 오전에 2시간 코딩했다. 끊김 없이. 20년 개발했다. 코딩은 몰입이 중요하다. 15분 집중하면 로직이 보인다. 1시간 집중하면 구조가 보인다. 5분마다 끊기면 영원히 15분을 못 채운다. 겉핥기만 하다 끝난다. 요즘 퇴근 후에 집에서 코딩한 이유가 이거였다. 낮엔 집중을 못 하니까. 근데 이제 낮에도 된다. 알림만 껐을 뿐인데. 파트장의 역할 고민했다. "파트장이 메시지 늦게 확인하면 안 되는 거 아냐?" 아니다. 파트장의 역할은 즉답이 아니다.방향 잡아주기 막힌 거 뚫어주기 의사결정하기 성장 도와주기이걸 하려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슬랙 100개 읽을 시간 말고. 즉답은 주니어도 한다. "스펙 확인했고, 코드 짰고, PR 올렸습니다" 빠르다. 정확하다. 파트장은 다른 걸 해야 한다. "이 방향이 맞나?" "3개월 뒤를 보면?" "기술 부채가 쌓이진 않나?" 이런 생각은 슬랙 알림 띵띵 울릴 때 안 된다. 규칙을 만들었다 팀 회의에서 얘기했다. "슬랙 사용 규칙 만들자"긴급: 전화 또는 멘션 중요: DM 참고: 채널 메시지 잡담: 따로 채널 만들기"슬랙은 실시간 답장 기대하지 않기" "1시간 내 답장 없어도 재촉 안 하기" "급하면 전화하기" 팀원들 반응이 좋았다. "사실 저도 슬랙 스트레스였어요" "알림 때문에 집중이 안 돼요" 다들 불편했던 거다. 말을 안 했을 뿐. 2주 후 규칙 만든 지 2주 됐다. 슬랙 메시지가 줄었다. 하루 평균 300개에서 150개로. 반으로 줄었다. 중요한 건 늘었다. "이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질문의 질이 올랐다. "급한데 봐주세요" 가 사라졌다. 코딩 시간이 늘었다. 낮에 3시간은 집중한다. 예전엔 불가능했다. 팀원들 표정도 좋아졌다. "요즘 일하기 편해요" "집중이 잘 돼요" 전화는 늘었나? 아니다. 오히려 줄었다. 진짜 급한 일이 별로 없었던 거다. 다른 팀 파트장 옆팀 파트장이 물어봤다. "요즘 슬랙 적게 쓰네?" "알림 껐어요" "그게 되냐?" "되던데요" "나도 해볼까..." "해보세요. 팀도 편해져요" 2주 뒤에 다시 만났다. "진짜 되네" "그죠?" "근데 처음엔 불안했어" "저도요. 일주일 적응 기간 필요해요" "애들이 자기들끼리 해결하더라" "원래 할 수 있었던 거죠" 우리가 너무 빨리 답해줘서 팀원들이 생각할 기회를 못 가진 거다. 임원의 슬랙 우리 임원은 슬랙을 안 한다. 메일만 한다. 하루 두 번 확인한다. 예전엔 답답했다. "왜 슬랙 안 보세요?" 이제 안다. 저래야 맞다. 임원은 더 큰 그림을 봐야 한다. 슬랙 100개 읽을 시간에 전략을 짜야 한다. 파트장도 마찬가지다. 코드 짜고 방향 잡을 시간이 필요하다. 슬랙 읽느라 하루 가면 안 된다. 20대의 슬랙 팀 막내가 말했다. "저는 슬랙이 편한데요" "응?" "이메일보다 빠르고 가볍잖아요" 맞다. 그건 맞다. 하지만. "너 하루에 슬랙 몇 개 와?" "음... 한 200개?" "다 읽어?" "대충요. 중요한 것만" "중요한 거 몇 개?" "10개요?" "나머지 190개는?" "그냥... 스쳐 지나가요" 그렇다. 20대는 스쳐 지나간다. 45세는 다 읽는다. 이게 차이다. 세대 차이 30대 중반부터는 슬랙에 피로하다. 40대는 슬랙이 고역이다. 20대는 즉각 반응한다. 40대는 숙고하고 답한다. 20대는 동시에 10개 처리한다. 40대는 하나씩 깊게 판다. 틀린 게 아니다. 다른 거다. 근데 회사는 20대 방식을 요구한다. "빠른 소통" "실시간 협업" 40대는 적응해야 한다. 아니면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는 후자를 택했다. 결론 슬랙 100개. 진짜 중요한 건 5개다. 나머지 95개는정보 공유 단순 확인 리액션 잡담다 필요하다. 하지만 즉각 반응할 필요는 없다. 파트장의 일은 모든 슬랙에 답하는 게 아니다. 중요한 5개에 집중하는 거다. 알림을 껐다. 하루 3번 확인한다. 급하면 전화 온다. 코딩 시간이 늘었다. 생각할 시간이 생겼다. 팀원들도 만족한다. 20년 개발했다. 이제 안다. 빠른 답장보다 깊은 생각이 중요하다.슬랙은 껐다. 근데 이메일이 늘었다. 이것도 줄여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