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on1 면담에서 진심으로 후배를 칭찬하려고 노력하는 이유

1on1 면담에서 진심으로 후배를 칭찬하려고 노력하는 이유

1on1 일정 잡기 월요일 아침이다. 캘린더를 연다. 이번 주 1on1 면담 4건. 김대리, 이대리, 최사원, 박사원. 각 30분씩 잡혀 있다. 솔직히 귀찮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 시간에 코드 한 줄이라도 더 볼 수 있다. 하지만 안 할 수는 없다. 3년 전까지만 해도 나도 받는 입장이었다. 그때 우리 파트장은 1on1 시간에 그냥 업무 얘기만 했다. "진행 상황 어때? 일정 괜찮아?" 5분 만에 끝났다. 허탈했다. '이게 1on1이야?' 그래서 다짐했다. 내가 파트장 되면 진짜로 하자.칭찬 준비하기 1on1 전날 밤이다. 집에서 노트북을 켠다. 각 팀원의 최근 커밋 기록을 본다. 코드 리뷰 히스토리도 확인한다. 김대리는 지난주에 레거시 코드 리팩토링했다. 700줄짜리 클래스를 4개로 쪼갰다. "오, 잘했네." 혼자 중얼거린다. 이대리는 신규 API 문서를 엄청 잘 썼다. 예제 코드까지 다 있다. 최사원은 버그를 3시간 만에 찾았다. 다른 사람들은 하루 종일 헤맸던 거다. 박사원은... 음. 좀 고민된다. 성과가 명확하지 않다. 근데 매일 9시까지 남아서 공부한다. 이것도 칭찬할 거리다. "노력하는 모습 보기 좋다" 이건 너무 뻔하다. "최근에 공부하는 거 보니까 성장 속도가 빠르네." 이게 낫다. 노트에 적는다. 내일 면담 때 쓸 거다. 왜 이렇게까지 하냐고? 예전에 그냥 즉흥적으로 칭찬했다가 망한 적이 있다. "요즘 열심히 하는 것 같아." 후배가 어색하게 웃었다. "아... 네..." 진심이 안 느껴졌던 거다. 준비 없이 던진 말은 가볍다.김대리와의 면담 화요일 오후 2시. 회의실에 들어간다. 김대리가 먼저 와 있다. 노트북 들고 약간 긴장한 표정이다. "편하게 앉아." 커피 한 잔 건넨다. "요즘 어때?" 일단 가볍게 시작한다. "바쁘긴 한데 괜찮습니다." 표준 답변이다. "지난주 레거시 리팩토링 봤어." 본론으로 들어간다. 김대리 표정이 미묘하게 바뀐다. '봤구나' 하는 눈빛이다. "700줄짜리를 쪼갰더라. 어떻게 접근했어?" 이게 중요하다. 그냥 "잘했어" 하면 끝이다. 구체적으로 물으면 다르다. 진짜 봤다는 걸 안다. 김대리가 설명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기능별로 나눌까 했는데요..." 5분 동안 열심히 얘기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다. "그 판단 좋았어. 책임 분리가 명확해졌어." "SRP 원칙 적용한 거 보이더라. 요즘 클린 코드 공부하나?" "네, 퇴근하고 조금씩 보고 있습니다." "효과 있네. 코드에서 보여." 김대리가 웃는다. 진짜 웃음이다. 이게 진심이 전달되는 순간이다. 준비한 게 빛을 발한다. "다만 테스트 코드가 좀 아쉬웠어." 칭찬만 하면 오히려 어색하다. "리팩토링은 좋은데 커버리지가 떨어졌거든." "아... 맞습니다. 시간이 부족해서..." "이해해. 근데 다음엔 테스트부터 보강하고 시작하면 어때?"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칭찬 7, 피드백 3. 이 비율이 적당하다. 면담 끝나고 나가면서 김대리가 말한다. "감사합니다. 파트장님." 표정이 밝다. 이런 게 보람이다.세대 차이의 벽 수요일 오전이다. 최사원과 면담이다. 27살, 입사 2년차. 완전히 다른 세대다. 면담 준비하면서 고민했다. 내가 꼰대처럼 보이면 어쩌지. "요즘 젊은 애들은" 이런 말은 절대 안 한다. 근데 가끔 튀어나올 뻔하다. 최사원이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밝다. 우리 때와는 다르다. "편하게 앉아. 커피?" "전 아아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한겨울에도 아이스다. "요즘 프로젝트 어때?" "재밌어요! 새로운 기술 써보는 게 좋습니다." '재밌다'는 표현을 쓴다. 우리 때는 '배울 게 많다' 했는데. "지난주 버그 찾은 거 봤어." "아, 그거요? 운이 좋았어요." 겸손하다. 근데 진짜 실력이다. "운이 아니야. 로그 추적 방식이 체계적이더라." "네트워크 탭 보면서 하나씩 지워가는 거 어디서 배웠어?" "유튜브요. 요즘 좋은 영상 많아요." 유튜브. 나는 책으로 배웠는데. 세대 차이를 느낀다. 근데 방법이 뭐가 중요한가. "효과적이면 되는 거지. 좋아." "저도 파트장님 코드 리뷰 보면서 많이 배워요." "내 리뷰에서?" "네, 주석 다는 방식이랑 네이밍 센스가 좋으세요." 순간 뿌듯하다. 역으로 칭찬받았다. "고마워. 근데 너도 네이밍은 잘해." "REST API 엔드포인트 설계 보면 직관적이야." 최사원이 활짝 웃는다. "감사합니다!" 이 순간이 좋다. 세대가 달라도 통한다. 진심으로 대하면 전달된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 박사원의 고민 목요일 오후다. 마지막 면담이다. 박사원, 입사 1년차. 가장 막내다. 얘는 좀 걱정이다. 성과가 눈에 안 보인다. 회의실에 들어온다. 표정이 어둡다. "무슨 일 있어?" "아니요, 괜찮습니다." 거짓말이다. 표정에 다 나온다. "편하게 얘기해. 여긴 평가하는 자리 아니야." "...사실 요즘 좀 힘듭니다." "뭐가?" "다들 너무 잘하세요. 저만 못하는 것 같아요." 신입 특유의 고민이다. 나도 겪었다. "네가 못한다고 생각해?" "네... 김대리님이랑 이대리님 보면..." 비교하고 있다. 위험한 신호다. "걔네 경력이 몇 년인데." "그건 알죠. 근데 저는 1년 됐는데도..." 말을 잇지 못한다. 여기서 "넌 잘하고 있어" 하면 안 된다. 공허하다. 구체적으로 가야 한다. "너 매일 9시까지 남아서 공부하지?" "...네." "뭐 공부해?" "요즘은 알고리즘이랑 자바 심화..." "왜 그걸 하는데?" "실력이 부족한 것 같아서요." "코드 짤 때 막히는 게 있어?" "아니요, 그건 아닌데..." "그럼 됐어." 박사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지난달에 네가 짠 사용자 인증 로직 봤어." "예외 처리가 꼼꼼했어. 엣지 케이스까지 다 고려했더라." "그건... 그냥..." "그냥이 아니야. 1년차가 그거 생각하기 쉽지 않아." "저도 1년차 때 예외 처리 대충 했거든." "버그 터져서 혼났어. 너는 미리 막았어." 박사원 표정이 조금 풀린다. "그리고 문서화 잘해. 리드미 파일 보면 이해하기 쉬워." "코드만 잘 짜면 뭐해. 남이 못 알아보면 소용없어." "너는 그걸 알고 있어." "..."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건 실력이 늘고 있다는 거야." "작년 이맘때 네 코드랑 지금 비교해봐." "완전 다를 거야." 박사원이 고개를 끄덕인다. "다만 한 가지만 조언하면." "네." "남이랑 비교하지 마. 어제의 너랑 비교해." "매일 조금씩 나아지면 돼." 진부한 말 같지만 사실이다. 나도 이렇게 배웠다. "알고리즘 공부는 좋은데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 "회사 일 잘하는 게 먼저야." "네... 감사합니다." 나가면서 박사원 표정이 많이 밝아졌다. 이게 1on1의 진짜 의미다. 업무 점검이 아니다. 사람을 보는 시간이다. 왜 이렇게까지 하나 금요일 저녁이다. 이번 주 면담 다 끝났다. 피곤하다. 정신적으로 소모가 크다. 그냥 "잘하고 있어" 하면 10분이면 끝난다. 근데 30분씩 쓴다. 왜 이렇게까지 하냐면. 10년 전 생각이 난다. 내가 대리였을 때다. 당시 파트장은 관심이 없었다. 1on1 해도 형식적이었다. "고생 많아. 계속 잘해봐." 끝이었다.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 몰랐다. 어디를 개선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표류하는 기분이었다. 그때 다짐했다. 내가 파트장 되면 다르게 하자. 후배들이 나처럼 표류하지 않게.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꼰대 소리 듣기 싫다. "요즘 파트장들은 소통이 안 돼." 이런 말 듣고 싶지 않다. MZ 세대랑 일하려면 방식을 바꿔야 한다. 명령하고 지시하는 게 아니라. 인정하고 격려하는 거다. 근데 이게 생각보다 어렵다. 진심이 없으면 티가 난다. 형식적으로 하면 역효과다. 그래서 준비한다. 구체적으로 관찰한다. "잘했어"가 아니라. "이 부분이 좋았어" 라고 말한다. 차이는 크다. 후배들 표정이 달라진다. '아, 진짜 봤구나.' 이게 신뢰다. 실패한 적도 있다 작년 일이다. 신입이 한 명 들어왔다. 첫 1on1 면담 때였다. 준비를 덜 하고 갔다. "요즘 적응 잘돼?" "네, 괜찮습니다." "힘든 거 없어?" "없습니다." 대화가 안 이어졌다. 그래서 급하게 말했다. "열심히 하는 거 보기 좋아." 신입이 어색하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분위기가 싸했다. 면담 끝나고 반성했다. '내가 준비를 안 했구나.' 얘가 뭘 했는지 몰랐다. 그냥 대충 칭찬했다. 들통났다. 다음 면담은 달랐다. 일주일 동안 지켜봤다. 코드 커밋 5개 확인했다. 질문한 내용 3개 기억했다. "지난주 로그인 기능 구현 봤어." "유효성 검사 로직 깔끔하더라." 신입 표정이 달라졌다. "아, 봐주셨어요?" "응, 다만 비밀번호 암호화 부분은..." 대화가 이어졌다. 자연스러웠다. 준비의 차이였다. 칭찬은 공짜가 아니다. 관심과 시간이 필요하다. 세대 차이 극복하기 솔직히 어렵다. 요즘 애들 문화를 다 이해할 수는 없다. 워라밸, 수평적 문화, 즉각적 피드백. 우리 때와 완전히 다르다. 처음엔 답답했다. '이 정도 야근이 뭐가 문제야.' 근데 생각을 바꿨다. '시대가 변했구나.' 억지로 맞추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얘네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뭘 중요하게 여기는지. 면담할 때 물어본다. "너는 일할 때 뭐가 제일 중요해?" 대답이 다양하다. "성장이요." "워라밸이요." "좋은 팀 분위기요." 다 다르다. 그럼 그에 맞춰 대화한다. 성장을 원하면 학습 기회를 준다. "다음 프로젝트에서 새 기술 써볼래?" 워라밸을 원하면 일정 조율을 해준다. "이번 주 급한 거 아니니까 여유 있게 해." 분위기를 원하면 소통을 늘린다. "점심 같이 먹을래?" 정답은 없다.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서 1on1이 필요하다. 개별적으로 알아가는 시간이다. 임원들의 압박 한 달 전 임원 미팅이 있었다. "1on1 면담이 생산성에 도움이 되나?" 질문이 날아왔다. "네, 됩니다." "수치로 보여줘." 난감했다. 이걸 어떻게 수치로 보여주나. "이직률이 낮아졌습니다." "작년에 우리 팀 이직자 0명이었습니다." "다른 팀은 평균 2명이었고요." 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1on1 때문이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영향은 있다고 봅니다." "팀원들 만족도 조사에서도 우리 팀이 높았고요." 겨우 넘어갔다. 사실 수치로 증명하기 어렵다. 눈에 안 보이는 효과다. 팀 분위기, 신뢰, 동기부여. 이런 건 숫자로 못 재는데. 중요하다. 이직률 0명이 우연일까? 아니다. 후배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는. 돈만이 아니다. 인정받지 못해서. 성장하지 못해서. 소통이 안 돼서. 1on1이 이걸 해결한다. 힘들 때도 있다 솔직히 매번 즐겁진 않다. 면담 준비하는 게 귀찮을 때도 있다. '오늘은 그냥 대충 할까.' 근데 안 한다. 시작하면 책임감이 생긴다. 한 번 대충 하면 다음에도 대충 한다. 후배들도 느낀다. '아, 형식적이구나.' 그럼 의미가 없다. 가끔 후배가 같은 고민을 반복할 때도 있다. "저 아직도 실력이 부족한 것 같아요." 지난달에도 같은 얘기 했다. 또 해야 한다. "넌 잘하고 있어. 이번 주에..." 인내심이 필요하다. 근데 이해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자신감은 하루아침에 안 생긴다. 계속 확인해줘야 한다. 보람 느낄 때 지난달 있었던 일이다. 김대리가 슬랙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파트장님, 감사합니다." "?" "제가 다른 회사에서 러브콜 받았는데요."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가는 건가?' "거절했습니다." "왜?" "여기서 더 배우고 싶어서요." "파트장님이 잘 가르쳐주셔서 성장하는 게 느껴져요." 울컥했다. 연봉이 더 높았을 텐데. 여기 남았다. 내 면담이 도움이 됐구나. 이럴 때 보람을 느낀다. 후배가 성장하는 게 보일 때. 코드가 나아질 때. 자신감이 생길 때. 이게 파트장 역할이다. 코드만 잘 짜는 게 아니다. 사람을 키우는 거다. 앞으로도 다음 주 월요일이다. 또 1on1 일정이 잡혔다. 4건. 준비해야 한다. 커밋 기록 볼 거고. 코드 리뷰 확인할 거고. 칭찬할 포인트 찾을 거다. 귀찮을까? 아니다. 이제 루틴이다. 습관이 됐다. 후배들 표정 보는 게 좋다. 면담 끝나고 밝아지는 얼굴. "감사합니다, 파트장님." 이 한마디가 힘이 된다. 나도 언젠가 임원이 될 거다. 그럼 1on1 못 할 수도 있다. 그때까지는 계속할 거다. 진심으로. 꼰대 소리 안 들으려고. 후배 성장 돕고 싶어서. 그리고 솔직히. 나도 배운다. 후배들 얘기 들으면서. 요즘 기술도 알게 되고. 새로운 관점도 얻고. 1on1은 일방통행이 아니다. 서로 성장하는 시간이다.오늘도 면담 준비한다. 30분이 아깝지 않다.

MZ 후배들의 칼같은 퇴근 시간, 부럽고 야속한 이유

MZ 후배들의 칼같은 퇴근 시간, 부럽고 야속한 이유

6시 10분 퇴근 시간이다. 정확히 말하면 내 퇴근 시간은 아니다. 신입 김대리가 가방을 챙긴다. 6시 5분이다. 노트북 덮고, 슬랙 상태 '자리비움'으로 바꾸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동선이 깔끈하다. 연습한 것처럼.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그래, 수고했어." 내 대답도 연습한 것처럼 자연스럽다. 이제 익숙하다. 3년 전만 해도 달랐다. 6시에 가방 챙기는 후배 보면 속으로 '저게 뭐야' 했다. 입 밖으로는 안 냈지만. 지금은 그냥 당연하다. 아니, 당연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창밖을 본다. 아직 해가 있다. 6월이니까. 나는 9시쯤 나갈 것이다. 특별한 일 없어도. 습관이다. 나 때는 2005년이었다. 신입사원 박시니어. 첫 출근. 선배가 말했다. "우리 팀은 10시 출근 10시 퇴근이야. 참고로 오전 10시, 저녁 10시." 웃으면서 했던 말인데 농담이 아니었다. 진짜로 밤 10시에 퇴근했다. 매일. 금요일도. 야근 수당? 없었다. 대신 야식은 나왔다. 치킨이나 족발. 밤 9시쯤 시켜 먹으면서 '이거라도 건지는 거지' 했다. 주말 출근도 많았다. 특히 배포 있는 주는 거의 확정. 토요일 오전에 나와서 배포하고, 모니터링하고, 오후 5시쯤 퇴근. 그게 일상이었다. 불만? 당연히 있었다. 근데 다들 그랬다. 선배들도, 동기들도. '원래 그런 거' 였다.그렇게 10년을 했다. 20대가 다 갔다. 연애? 주말에 했다. 결혼? 30 넘어서 했다. 아이? 35에 낳았다. 지금 생각하면 아깝다. 그 시간. 근데 그땐 몰랐다. 다들 그러니까. 변화의 시작 2018년쯤부터였나. 신입들이 달랐다. 면접 볼 때부터 물어봤다. "야근 많나요?" "주말 출근 있나요?" "워라밸은 어떤가요?" 처음엔 당황했다. '이걸 면접에서 물어?' 싶었다. 근데 점점 많아졌다. 이제는 안 물어보는 애가 이상한 정도. 그리고 입사하면 진짜로 6시에 퇴근했다. 일 끝나면. 아니, 일 안 끝나도. "내일 하면 안 되나요?" 처음 들었을 때 할 말이 없었다. 안 된다고 할 이유가 없었다. 급한 거 아니면. 팀장들 모임에서 얘기 나왔다. "요즘 애들 야근 안 하더라." "주말 출근 부탁하면 거절해." "이게 맞나 싶기도 하고." 다들 비슷했다. 불만 반, 부러움 반. 부럽다 솔직히 부럽다. 김대리는 저녁 7시면 헬스장 간다. 주 3회. 몸도 좋다. 나는 헬스장 등록만 3번 했다. 한 번도 석 달 못 채웠다. 이과장은 퇴근하고 영어 학원 다닌다. 회사 돈으로. 근데 진짜 실력 늘었다. 지난번 화상회의 때 영어로 프레젠테이션 하는 거 봤다. 나보다 잘한다. 최주임은 주말마다 등산 간다. SNS에 사진 올린다. 정상에서 찍은 셀카. 맑은 눈. 나는 주말에 소파에서 넷플릭스 본다. 아니면 잔다.부럽다. 20대를 제대로 사는 것 같아서. 나는 20대를 회사에 줬다. 돌려받은 건 경력과 연봉. 나쁘지 않다. 근데 가끔 아깝다. 지금 김대리 나이 때 나는 뭐 했나. 코딩하고, 야근하고, 치킨 먹고. 그게 다였나. 야속하다 근데 야속하기도 하다. 프로젝트 데드라인 코앞인데 6시에 퇴근하는 거 보면. 솔직히 화난다. 참는다. 티 안 낸다. 근데 속으로는 '저게 뭐야' 한다. "내일까지인데 오늘 좀 더 하면 안 돼?"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요. 내일 아침 일찍 와서 하겠습니다." 약속. 친구 만나는 거래. 급한 것도 아니고. 참았다. '내가 꼰대가 되는 건가' 싶어서. 근데 다음 날 아침. 10시에 출근했다. 일찍 온다며? 코어타임이 10시니까 지각은 아니래. 그날 저녁에 내가 야근했다. 12시까지. 혼자. 다음 날 김대리한테 말했다. "어제 내가 마무리했어." "아, 감사합니다. 제가 했어야 하는데." 미안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저녁 6시 10분. 퇴근했다. 역시. 내가 틀렸나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야근한 20년. 그게 맞았나. 회사는 내게 연봉 줬다. 경력 줬다. 파트장 직함 줬다. 공정한 거래 아닌가. 근데 내 20대는 안 줬다. 건강도 안 줬다. 작년 건강검진에서 지방간 나왔다. 허리디스크도 있다. 아내한테 물어봤다. "당신은 어때? 요즘 젊은 애들." "부러워. 나도 저렇게 살고 싶었어." "우리 때랑 다르지?" "다르지. 근데 걔네가 맞는 것 같아." 그 말이 오래 남았다. 우리가 틀렸던 건가. 아니면 시대가 바뀐 건가. 파트장의 딜레마 요즘 고민이다. 팀원 8명. 반은 MZ. 반은 30대 후반. MZ는 칼퇴근. 30대는 눈치 본다. 어정쩡하게. 박차장이 물어봤다. "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6시 퇴근." "나쁘지 않지. 일 끝나면." "근데 다 같이 있어야 할 때도 있잖아요." "그때는 부탁해야지." "부탁하면 거절하던데요." 할 말이 없었다. 관리자로서는 난감하다. 프로젝트는 돌아가야 하는데, 강제할 수도 없고. 근데 개발자로서는 이해한다. 나도 6시에 퇴근하고 싶다. 이게 파트장의 딜레마다. 세대 차이 지난주 회식 때였다. 김대리가 물어봤다. "팀장님은 왜 매일 늦게 퇴근하세요?" "일이 있어서." "내일 해도 되는 일 아닌가요?" 순간 뜨끔했다. 솔직히 맞는 말이었다. "습관이야. 오래 된." "불편하지 않으세요?" "익숙해서 안 불편해." 거짓말이었다. 불편하다. 매일. 이과장이 끼어들었다. "저희 세대는 달라요. 일은 일, 삶은 삶." "부럽네." "팀장님도 하시면 되잖아요." 안 된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안 된다. 바뀌려고 노력 중 작심삼일을 여러 번 했다. '이번 주는 7시에 퇴근하자' - 화요일에 포기. '주말은 쉬자' - 토요일 오전에 출근. '연차 다 쓰자' - 올해도 5일 남았다. 12월인데. 안 된다. 몸이 안 움직인다. 근데 조금씩 바뀌는 것 같기도 하다. 요즘은 후배들 6시 퇴근할 때 '잘 가' 한다. 진심으로. 금요일엔 먼저 말한다. "주말 출근 없으니까 푹 쉬어." 회의 시간도 줄였다. 1시간 회의 30분으로. 30분 회의 15분으로. 급하지 않은 슬랙은 '내일 답장해도 돼' 라고 쓴다. 작은 변화지만 변화다. 인정하는 중 받아들이기로 했다. MZ의 칼퇴근. 그게 맞다. 우리가 틀렸다. 일과 삶의 균형. 듣기만 해도 좋다. 나도 하고 싶다. 부럽고 야속한 감정. 그게 내 문제다. 걔네 문제 아니다. 바뀌려고 노력 중이다. 천천히. 어제는 8시에 퇴근했다. 9시보다 1시간 빨랐다. 오늘은 7시 반 목표다. 언젠가는 나도 6시에 퇴근할까. 모르겠다. 근데 해보려고 한다. 후배들이 부럽다. 솔직히. 많이. 그래도 괜찮다. 부러워하는 거. 인정하는 게 시작이니까.오늘도 9시 퇴근. 목표는 7시 반이었는데. 내일은 진짜 해보자. 아마도.

30대는 밤새 코딩했는데, 45세 이후는 10시 반이면 지쳐

30대는 밤새 코딩했는데, 45세 이후는 10시 반이면 지쳐

10시 반이면 지친다 새벽 3시의 추억 30대 때는 가능했다. 새벽 3시까지 코딩하고 4시간 자고 출근. 점심에 캔커피 한 잔 마시면 또 밤까지 버텼다. 지금은 10시 반만 넘으면 모니터가 흐릿해진다. 눈이 먼저 포기한다. 키보드 두드리는 손가락도 느려진다. 어제 긴급 배포가 있었다. 밤 11시까지 작업했다. 집에 가서 씻고 누웠는데 머리가 지끈거렸다. 잠은 새벽 2시에나 들었다. 오늘 아침 8시 알람이 울렸다. 몸이 안 일어났다. 5분만 더, 5분만 더 하다가 9시에 눈 떴다. 회사 도착은 10시.점심 먹고 오후 회의. 1시간 내내 졸았다. 파트원이 발표하는데 내용이 하나도 안 들어왔다. 커피를 세 잔 마셨다. 소용없었다. 저녁 6시. 드디어 코딩할 시간. IDE를 켰다. 화면을 봤다. 집중이 안 됐다. 30분 동안 10줄 짰다. 지웠다. 다시 짰다. 체력은 거짓말을 안 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44세와 45세의 차이가 이렇게 큰지 몰랐다. 주말에 농구하던 걸 끊었다. 월요일에 출근 못 할 것 같아서. 계단 오르면 숨이 찬다. 우리 사무실은 7층인데 엘리베이터가 느려서 가끔 걸어 올라갔었다. 이제는 무조건 엘리베이터다. 점심 먹고 나면 졸립다. 예전에는 안 그랬다. 요즘은 화장실 가서 변기 뚜껑 닫고 10분 눈 붙인다. 타이머 맞춰놓고. 안 그러면 오후를 못 버틴다.후배 김대리가 물었다. "파트장님 괜찮으세요? 얼굴이 안 좋으신데." "어, 그래? 괜찮아. 어제 좀 늦게 잤어." "요즘 야근 많으시죠? 저희가 더 할 수 있는데." 고맙긴 한데. 내가 안 하면 불안하다. 그게 더 문제다. 야근의 대가 월요일에 야근했다. 화요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온몸이 뻐근했다. 목이 돌아가지 않았다. 파스를 붙이고 출근했다. 화요일에 또 야근했다. 수요일은 하루 종일 멍했다. 회의 때 내가 뭔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점심 메뉴도 기억 안 난다. 수요일 저녁에 와이프가 말했다. "여보, 요즘 너무 피곤해 보여. 좀 쉬어." "다음 주 배포 끝나면 쉴게." "지난주에도 그렇게 말했잖아." 맞는 말이다. 목요일 오후 3시. 갑자기 어지러웠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휘청했다. 벽을 짚었다. 옆자리 이대리가 놀라서 물었다. "파트장님 괜찮으세요?" "응, 괜찮아. 잠깐 어지러웠어." "병원 가보세요." "아니야, 괜찮아." 괜찮지 않았다. 금요일 오후 9시 사무실에 나 혼자 남았다. 팀원들은 다 퇴근했다. 6시 반에. 칼퇴했다. 나는 아직 코딩 중이다. 리팩토링하고 있다. 이 코드가 맘에 안 든다. 3년 전에 내가 짠 건데 지금 보니까 엉망이다. 시계를 봤다. 9시 10분. 배가 고프다. 점심 이후로 아무것도 안 먹었다. 사무실 서랍에 초코바가 있다. 꺼내서 먹었다.모니터가 흐릿해진다. 눈을 비볐다. 코드가 안 보인다. 아니다. 보이는데 이해가 안 된다. 내가 뭘 짜고 있었지? 저장하고 껐다. 집에 가야겠다. 일어서려는데 다리에 힘이 없다. 의자를 짚고 천천히 일어났다. 가방을 챙겼다. 노트북을 넣었다. 무겁다. 엘리베이터를 탔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 누가 봐도 피곤해 보인다. 45세 개발자의 얼굴이다. 30대는 돌아오지 않는다 30대 때는 체력이 자산인 줄 몰랐다. 무한정 쓸 수 있는 줄 알았다. 밤새 코딩하고 아침에 헬스장 가고 저녁에 술 마시고. 다음 날 멀쩡했다. 35세까지는 그랬다. 36세부터 조금씩 달라졌다. 술 마신 다음 날 힘들어졌다. 38세에는 야근하면 이틀이 갔다. 40세 넘어서는 주말에 쉬어야 월요일을 버텼다. 42세에 건강검진 받았다. 의사가 말했다. "혈압이 높네요. 스트레스 받으세요?" "개발자인데요." "아, 그러시구나. 운동 좀 하세요." 운동할 시간이 어딨나. 43세에 허리가 아팠다. 디스크 초기래. 물리치료 3개월 받았다. 지금도 가끔 아프다. 의자에 오래 앉아있으면. 44세에는 눈이 침침했다. 안경을 바꿨다. 도수를 올렸다. 모니터 보는 시간을 줄이라고 했다. 불가능하다. 45세인 지금. 10시 반이면 지친다. 그래도 코딩은 해야 하는데 관리 업무만 하면 편할까. 아니다. 더 답답하다. 회의만 하고, 보고서만 쓰고, 일정만 관리하면. 그게 개발자인가. 파트장이라는 직함이 붙었지만 나는 개발자다. 코드를 짜야 개발자다. 근데 체력이 안 따라준다. 이게 문제다. 오전에는 회의. 오후에는 이메일 답장하고 코드리뷰하고 1on1 하고. 실제로 코딩할 시간은 저녁 이후다. 그때는 이미 지쳐있다. 주말에 하면 되지 않냐고? 주말에는 가족이 있다. 아들 학원 데려다주고 딸 학교 행사 가고 와이프랑 마트 가고. 그것도 해야 한다. 틈틈이 기술 공부도 해야 한다. 요즘 애들이 쓰는 거 모르면 뒤처진다. Next.js도 봐야 하고 Rust도 봐야 하고 Kubernetes도 제대로 공부해야 하고. 시간은 24시간인데 해야 할 건 48시간 치다. 체력은 12시간 치다. 현실을 인정하는 중 어제 새벽에 잠이 안 와서 유튜브를 봤다. 개발자 유튜버가 말했다. "40대 개발자는 체력 관리가 중요합니다." 맞는 말이다. 근데 어떻게 관리하나. 운동? 시간이 없다. 식단 관리? 점심은 회사 구내식당이고 저녁은 편의점이다. 수면? 11시에 자면 아침에 일어나지도 못하고 새벽 1시에 자면 수면 시간이 부족하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건 야근을 줄이는 것뿐이다. 근데 그러면 일이 안 끝난다. 팀원들한테 더 시킬 수도 없다. 다들 자기 일도 바쁘다. 결국 나한테 돌아온다. 파트장이니까. 책임자니까. 그래서 야근한다. 체력이 딸려도 한다. 다음 날 피곤해도 한다. 그게 내 일이니까. 근데 이게 맞나 싶다. 45세에 이렇게 살아야 하나. 50세 되면 어떻게 하나. 55세까지 이렇게 버틸 수 있나. 답은 없다. 알고 있다. 오늘도 10시 반 지금 시각 10시 27분. 졸립다. 코드를 짜고 있는데 집중이 안 된다. 이 함수를 왜 짜고 있는지 까먹었다. 위로 스크롤해서 주석을 읽었다. 아, 맞다. 이거 하고 있었지. 다시 코드를 짠다. 5줄 짰다. 컴파일 에러. 오타다. 고쳤다. 다시 컴파일. 성공. 테스트 코드를 돌렸다. 실패. 로직이 틀렸다. 어디가 틀렸지. 디버거를 켰다. 한 줄씩 따라갔다. 아, 여기다. 고쳤다. 다시 테스트. 성공. 시계를 봤다. 10시 43분. 16분 동안 한 일이 이게 다다. 30대 때는 5분이면 끝났을 일. 저장하고 푸시했다. 노트북을 껐다. 가방을 챙겼다. 내일도 10시 반이면 지칠 것이다. 모레도. 다음 주도. 그래도 출근한다. 코딩한다. 개발자니까. 45세 개발자의 하루는 그렇다.체력은 거짓말을 안 한다. 45세의 10시 반은 30대의 새벽 3시보다 힘들다.

기술 면접관이 된 후 느낀 불안감

기술 면접관이 된 후 느낀 불안감

기술 면접관이 된 후 느낀 불안감 면접관석에 앉다 작년부터 면접관으로 들어간다. 파트장이 되면서 당연한 수순이다. 첫 면접 전날 밤, 예상 질문 리스트를 정리했다. Java 기초, Spring 동작 원리, DB 최적화. 내가 20년간 써먹은 것들이다. "괜찮아, 이 정도는 눈 감고도." 그렇게 생각했다.첫 번째 당황 면접장에 들어온 지원자는 27살. 이력서에 적힌 기술 스택을 보는 순간 식은땀이 났다. Rust, Go, Kubernetes, GraphQL, Next.js. "아... 이거 하나도 안 써봤는데." 일단 내가 아는 걸로 시작했다. "Spring으로 RESTful API 설계해보셨어요?" "네, 근데 요즘은 GraphQL을 더 선호해서요." GraphQL. 들어는 봤다. REST의 단점을 보완한다는 건 안다. 근데 실무에서 어떻게 쓰는지는 모른다. "아, GraphQL. 좋죠. 어떤 점이 좋던가요?" 지원자가 10분간 설명했다. Over-fetching, Under-fetching, Schema, Resolver.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질문은 못 했다. 무슨 질문을 해야 할지 몰랐다.역전된 시간 면접이 끝났다. 옆에 앉은 30대 후배가 물었다. "형, GraphQL 괜찮은 것 같지 않아요?" "응, 근데 우리 프로젝트에 당장은..." 변명이었다. 사실은 잘 모르니까 도입이 무섭다. 우리 팀에 아는 사람도 없다. 레퍼런스 찾아보려면 시간도 들고. 그날 저녁, 유튜브로 GraphQL 강의를 봤다. 40분짜리 영상. 10분 보다가 껐다. 피곤했다. "내일 보자." 그 내일이 아직도 안 왔다. 두 번째 면접, 더 큰 문제 한 달 후 또 면접. 이번엔 5년차 개발자. 이력서에 "대규모 트래픽 처리 경험" 이라고 적혀 있었다. "일 평균 트래픽이 어느 정도였나요?" "DAU 300만, 피크 시간대 초당 5만 요청이요." 오... 우리 서비스는 많아야 1만이다. 좀 쫄렸다. "어떻게 처리하셨어요?" "Redis 클러스터 구성하고, Kafka로 비동기 처리했습니다." Redis는 안다. 캐시다. 근데 클러스터는 이론으로만 알지 직접 구성은 안 해봤다. Kafka는... 이름만 들어봤다. "Kafka 도입 과정에서 어려움은?" 질문은 했는데 대답을 이해 못 했다. Partition, Consumer Group, Offset. 모르는 단어가 3개나 나왔다. "아... 네네. 잘 처리하셨네요." 면접 끝나고 평가서에 뭐라고 쓸까 고민했다. "기술적으로 우수함" 이라고 썼다. 근데 속으로는 "나보다 잘하는 것 같음" 이었다.폭과 깊이 그날 밤 생각했다. 나는 Java를 깊이 판다고 생각했다. JVM 동작 원리, GC 튜닝, 동시성 제어. 이 정도면 시니어 맞지 않나. 근데 요즘 개발은 폭이 필요하다. 프론트도 알아야 하고. 인프라도 알아야 하고. 새로운 언어도 따라가야 하고. 나는 깊이만 팠다. 20년간 Java만. 폭은 좁았다. 후배들은 다르다. 5년 안에 Python, Go, TypeScript 다 써본다. Docker, Kubernetes도 당연히 안다. 클라우드도 익숙하다. "이게 맞나?" 깊이 없이 넓기만 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근데 면접 보면서 느낀 건. 그들의 깊이도 만만치 않더라. 면접관 자격 요즘 면접 들어갈 때마다 불안하다. "오늘은 무슨 기술이 나올까." "모르는 거 나오면 어떻게 대처하지." 면접관이 지원자한테 배우는 꼴이다. 이게 맞나. 옆 팀 박 차장은 더 심하다. 그분은 나보다 2년 선배다. 얼마 전에 면접 끝나고 하소연했다. "야, 요즘 애들 무슨 말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 "저도요." "우리 늙은 건가." "아직 45인데요." "개발자로는 늙은 거지." 씁쓸했다. 검색하는 면접관 요즘은 이력서 받으면 일단 검색한다. 모르는 기술 스택 전부. 간단하게라도 개념은 알고 들어가야 한다. 지난주 면접 전날. Rust 공부했다. 2시간 투자해서 기초 문법 봤다. "메모리 안전성, 소유권 개념." 이 정도만 알고 들어갔다. 면접 중에 "Rust 써보신 이유는?" 물었다. "C++의 메모리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면서 성능도 유지할 수 있어서요." "맞아요, 소유권 시스템이 핵심이죠?" "네, Borrow Checker 덕분에 컴파일 타임에 잡히니까요." Borrow Checker. 전날 못 본 내용이다. 또 모른다. "좋네요, 실무에서 어떻게 활용하셨어요?" 대충 넘어갔다. 면접 끝나고 또 검색했다. Borrow Checker. 공부할 게 끝이 없다. 깊이의 착각 생각해보면 나도 착각했다. Java 20년 했다고 다 아는 건 아니다. Virtual Thread 나왔을 때 개념도 몰랐다. Spring WebFlux도 제대로 안 써봤다. Reactive Programming은 이론만 안다. 깊이를 판 게 아니라. 익숙한 것만 계속 쓴 거다. 새로운 Java 기능도 안 쓴다. "레거시 코드가 많아서." "마이그레이션 비용이 커서." 핑계다. 그냥 배우기 귀찮은 거다. 체력도 떨어지고. 새로운 거 배우면 머리 아프고. 그러는 사이 후배들은 계속 배운다. 그들에게는 모든 게 새로운 거니까. 배우는 게 당연하니까. 역질문 시간 면접 끝나고 "질문 있으세요?" 하면. 요즘은 내가 더 궁금하다. "이 기술 도입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레퍼런스가 적어서 어떻게 공부하셨어요?" "주변에 아는 사람 없으면 어떻게 해결하세요?" 면접관이 물어볼 질문이 아니다. 근데 진짜 궁금하다. 어떤 지원자는 대답해준다. 친절하게. 마치 선생님처럼. "공식 문서 먼저 보고요, 안 되면 해외 포럼이요." "Discord 커뮤니티 들어가면 다들 잘 알려줘요." "일단 해보면서 삽질하는 게 제일 빠르더라고요." 나는 공식 문서 보면 영어에서 막힌다. Discord는 뭔지 잘 모른다. 삽질할 시간은 없다. 세대 차이다. 합격 통보의 무게 면접 평가회의 때마다 고민이다. 내가 제대로 평가한 건가. 이 사람이 실력자인지 아닌지. 판단할 자격이 내게 있나. 결국 다른 면접관들 의견을 따른다. "30대 후배가 괜찮다고 하면 괜찮은 거겠지." "기술 질문 잘 받아쳤으면 실력 있는 거겠지." 내 판단은 점점 줄어든다. 면접관인데. 합격 통보하고 나면 불안하다. "이 사람 들어와서 나한테 뭐 물어보면 어떡하지." "내가 리드할 수 있을까." 파트장인데 말이다. 관리자의 핑계 회사는 말한다. "파트장은 기술보다 관리가 중요합니다." "팀원들이 잘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기술은 팀원들이 캐치업하면 됩니다." 맞는 말이다. 근데 씁쓸하다. "기술 못 따라가도 괜찮아, 넌 관리자니까." 이렇게 들린다. 관리만 하는 개발자. 코드는 못 짜는 개발자. 후배들 실력은 못 따라가는 개발자. 그게 나다. 면접 볼 때마다 확인한다. "아, 나 진짜 뒤처졌구나." 불안의 정체 왜 불안할까. 생각해봤다. 첫째, 권위가 무너진다. 20년차 시니어인데 모르는 게 많다. 후배들이 알면 어떡하나. 둘째, 자리가 불안하다. 관리만 하는 개발자는 언제든 교체 가능하다. 기술 없으면 경쟁력 없다. 셋째, 자존심 상한다. 후배한테 배운다는 게. 면접에서 질문 못 한다는 게. 결국 다 자아 문제다. 실력은 둘째고. 내 위치, 내 자존심이 먼저다. 한심하다. 인정의 시작 지난주 면접 후 솔직하게 물어봤다. 27살 지원자에게. "저는 GraphQL 안 써봤거든요. 3분만 설명해주실 수 있어요?" 당황하더라. 면접관이 질문받는 상황. 근데 설명해줬다. 친절하게. 이해하기 쉽게. "감사합니다. 많이 배웠네요." 그 사람 합격시켰다. 우리 팀에 꼭 필요하다. 내가 모르는 걸 아니까. 면접 끝나고 30대 후배가 말했다. "형, 솔직하게 물어보시는 거 멋있었어요." "아니, 그냥 진짜 몰라서." "그래도 인정하고 배우려는 게 쉽지 않잖아요." 위로인지 칭찬인지 모르겠다. 근데 조금 편해졌다. 바뀐 면접 방식 요즘은 면접 스타일을 바꿨다. 모르는 기술 나오면 솔직하게 말한다. "이 기술은 저도 안 써봤는데, 어떤 점이 좋은가요?" "실무에서 어떻게 적용하셨는지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질문이 아니라 학습이다. 면접인지 세미나인지 모를 때도 있다. 근데 이게 더 낫다. 지원자 실력도 제대로 보인다. 설명 잘하는 사람이 실력자다. 아는 척하는 사람은 금방 티 난다. 그리고 나도 배운다. 한 번에 하나씩. GraphQL, Rust, Kafka. 면접 볼 때마다 하나씩 는다. 느리지만 방법이다. 시니어의 역할 요즘 생각이 바뀌었다. 시니어는 모든 기술을 다 알아야 하는 게 아니다.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면접에서 지원자가 Rust 얘기하면. "우리 프로젝트에 Rust가 필요할까?" 를 생각한다. 성능이 중요한가. 메모리 안전성이 핵심인가. 팀원들이 러닝 커브를 감당할 수 있나. 이건 5년차는 못 한다. 20년 경험이 필요하다. 기술은 몰라도 된다. 판단력은 있어야 한다. 그렇게 자위한다. 매일. 다음 면접 다음 주에 또 면접이다. 이력서 받았다. 이번엔 Python 머신러닝 경험자. 모른다. Python은 문법만 안다. 머신러닝은 완전 초짜다. 주말에 공부해야 한다. "머신러닝 기초" 유튜브 영상. 1시간짜리. 볼 수 있을까. 아들이 "아빠 게임하자" 할 텐데. 일단 저장해놨다. "나중에 보기" 목록에. 거기 영상이 벌써 37개다. 다 못 본다. 알지만 계속 저장한다. 불안하니까.면접관석은 생각보다 불편하다. 판단하는 사람인데 확신은 없다.

아들이 '아빠 코딩 가르쳐줘' 했을 때

아들이 '아빠 코딩 가르쳐줘' 했을 때

아들이 "아빠 코딩 가르쳐줘" 했을 때 그날 저녁 "아빠, 코딩 좀 가르쳐줘." 아들이 저녁 먹다가 말했다. 중2다. 학교에서 정보 과목 배운다고 했다. 내 차례가 왔다고 생각했다. 20년 개발자다. 드디어 내 전문성을 아들한테 보여줄 수 있는 순간. "오케이, 뭐 배우고 싶은데?" "파이썬." 첫 번째 당황. 나는 자바다. 20년 자바. 파이썬은... 스크립트 정도만.노트북 켰다 "파이썬도 할 줄 알지, 뭐." 거짓말은 아니다. 할 줄은 안다. 근데 요즘 파이썬이 뭔지는 모른다. 아들이 노트북 켰다. VS Code다. 익숙하다. 그런데 화면이 뭔가 다르다. "아빠, GitHub Copilot 켜면 안 돼?" 두 번째 당황. 코파일럿. 들어는 봤다. AI가 코드 짜준다는 거. 우리 회사는 보안 때문에 못 쓴다. "아, 그거... 학교에서 쓰래?" "응, 선생님이 추천하셨어. 근데 유료라서..." 나는 20년 개발자다. AI 도움 없이 코딩했다. 그런데 지금 중학생들은 AI로 배운다.일단 시작했다 "좋아, 뭐부터 할까?" "함수 만드는 거 배우고 싶어." 쉽다. 함수는 함수다. 어느 언어나 비슷하다. def hello(): print("Hello")"이렇게 쓰면 돼." 아들이 봤다. 3초. "아빠, 타입 힌트는?" "...뭐?" "타입 힌트요. 파이썬도 타입 쓰잖아요." 세 번째 당황. 파이썬이 타입을? 동적 타입 언어 아닌가? "아, 그거... 요즘은 그렇게 쓰는구나." 검색했다. 아들 앞에서. def hello() -> None: 맞다. 이거다. 본 적 있다. 쓴 적은 없다. 20년 개발자가 중학생 앞에서 구글링한다.계속 물었다 "아빠, 리스트 컴프리헨션 어떻게 써?" 안다. 이건 안다. [x for x in range(10)] "오, 아빠 쩐다." 기분 좋았다. 1초. "근데 아빠, 이거 walrus operator로도 되지 않아?" "...walrus?" "응, 바다코끼리요. := 이거." 모른다. 처음 들었다. "그건... 나중에 배워도 돼." "아 네." 아들 표정이 묘했다. '아빠도 모르는구나' 하는 표정. 내가 후배 코드 리뷰할 때 짓는 표정이다. 30분 지났다 아들이 코드 짰다. 간단한 계산기. 나는 옆에서 봤다. 가끔 조언했다. "여기는 이렇게 하면 더 좋아." 근데 내 조언이 옛날 방식이다. "아빠, 그건 Python 2 방식 아니에요?" "...그래?" "우리는 Python 3.12 쓰는데." 3.12. 나는 3.6에서 멈췄다. 버전이 그렇게 올라갔나. 자바도 21까지 나왔는데 우리 팀은 11 쓴다. 기술 부채. 회사에도 있고, 나한테도 있다. 아들이 말했다 "아빠, 이거 틀렸어." 내 코드를 고쳤다. 맞다. 내가 틀렸다. 인덴트를 탭으로 했다. 파이썬은 스페이스 4개다. 알았는데 손이 자바로 갔다. "아, 미안. 습관이." "괜찮아요. 근데 아빠 회사는 뭐 써요?" "자바." "자바요? 그거 옛날 거 아니에요?" 네 번째 당황. 아니, 이건 당황이 아니라 상처다. "...옛날 거 아니야. 지금도 제일 많이 쓰는 언어야." "아 그래요? 근데 선생님이 요즘은 다 파이썬이나 자바스크립트래요." 맞는 말이다. 틀린 말도 아니다. 근데 아들한테 듣으니까 다르다. 그날 밤 아들은 혼자 코딩했다. 나는 옆에서 일기 썼다. 지금 이거. 가끔 "아빠 이거 봐봐요" 했다. 봤다. 모르는 거 반, 아는 거 반. "오, 잘했네. 근데 여기는..." "아 그거요? YouTube에서 봤어요." YouTube. 나는 책으로 배웠다. 두꺼운 책. "Effective Java" 3번 읽었다. 아들은 10분짜리 영상으로 배운다. 더 빠르다. 더 효율적이다. 나는 늙었다. 깨달았다 내 전문성이 자산인 줄 알았다. 20년 경력. 대기업 파트장. 연봉 9500. 이게 다 내 실력이라고 믿었다. 근데 아들 앞에서는 아니었다. 내가 아는 건 2010년 기술이다. 지금은 2024년이다. 14년 차이. 중학생과 아빠의 차이보다 크다. 아들이 배우는 파이썬과 내가 아는 파이썬은 다르다. 아들이 쓰는 도구와 내가 쓰는 도구는 다르다. 아들의 미래와 내 과거가 만났다. 그리고 과거가 졌다. 다음 날 출근 팀 막내가 물었다. "파트장님, Rust 스터디 하려는데 관심 있으세요?" "Rust? 그거 뭐 하는 거야?" "시스템 프로그래밍 언어요. 요즘 핫해요." 또 모른다. 또 "요즘". "아, 나는 괜찮아. 너희끼리 해." "네~" 막내가 갔다. 나는 자바 코드를 봤다. 익숙했다. 편했다. 근데 아들 생각났다. "아빠 그거 옛날 거 아니에요?" 점심시간 후배랑 밥 먹었다. "파트장님, 요즘 공부 뭐 하세요?" "응? 그냥... 뭐." "저는 요즘 LLM 공부 중이에요. ChatGPT API 써서 챗봇 만들고." LLM. Large Language Model. 안다. 회의 때 나온다. 임원들이 좋아한다. 근데 코드로 못 짠다. "오, 좋네. 나도 해봐야 하는데." "같이 하시죠!" "아, 나는... 일이 좀 많아서." 거짓말이다. 일은 많다. 근데 진짜 이유는 다르다. 배우기 귀찮다. 새로운 게 겁난다. 실패하는 게 무섭다. 아들한테 본 내 모습이 싫었다. 후배한테 또 보이기 싫다. 저녁에 집 아들이 또 물었다. "아빠, 오늘도 코딩 알려줘요." "...아빠 오늘 피곤해." "에이, 조금만요." 싫었다. 솔직히. 또 모르는 거 물어볼까 봐. 또 "그거 옛날 거 아니에요?" 들을까 봐. 근데 아들 눈을 봤다. 반짝였다. 기대했다. 나를 믿었다. 나는 아들의 영웅이고 싶었다. 근데 영웅은 낡았다. 노트북 켰다 "좋아, 뭐 할까?" "오늘은 클래스 배우고 싶어요." 클래스. 이건 내 영역이다. 객체지향. 20년 했다. class Person: def __init__(self, name): self.name = name"이렇게 만들면 돼." "오 감사합니다!" 아들이 따라 쳤다. 근데 또 물었다. "아빠, dataclass는요?" "...뭐?" "dataclass요. 데코레이터 쓰는 거." 또 모른다. 검색했다. 또. @dataclass 있다. 이런 게. "아, 이거... 편리하네." "그죠? 선생님이 추천하셨어요." 선생님은 최신 기술을 안다. 나는 옛날 기술을 안다. 누가 더 나은 선생님일까. 1시간 후 아들이 코드를 완성했다. 학생 관리 프로그램. 클래스 3개. 나는 조언했다. "여기 상속 쓰면 좋겠다." "상속이요?" "응, class Student(Person): 이렇게." "아 네!" 아들이 따라 했다. 작동했다. "와, 아빠 쩐다!" 기분 좋았다. 이번엔 진짜로. 내가 아는 걸 알려줬다. 도움이 됐다. 비록 최신은 아니어도. 기본은 변하지 않는다. 아들이 말했다 "아빠, 감사해요." "응." "학교에서 친구들한테 자랑할 거예요. 우리 아빠 개발자래." 자랑. 친구들이 뭐라고 할까. "개발자? 어른들도 코딩 해요?" 아니면 "와 멋있다!" 일까. 모르겠다. 근데 아들은 자랑스러워했다. 그걸로 됐다. 그날 밤 생각 나는 뭘 가르쳤나. 파이썬? 별로 못 가르쳤다. 아들이 더 잘 안다. 최신 기술? 전혀. 나도 모른다. 그럼 뭘 준 거지. 생각해봤다. 아마도 "자세"다. 모르면 검색하는 것. 틀리면 고치는 것. 새로운 걸 두려워하지 않는 것. (척하는 것) 포기하지 않는 것. 이건 20년이 준 거다. 기술은 변한다. 언어도 변한다. 근데 개발자의 태도는 안 변한다. 그걸 보여줬다. 아마. 다음 날 회의 임원이 물었다. "박 파트장, AI 도입 어떻게 생각하세요?" "좋습니다. 해야죠." "구체적으로는?" "...검토하겠습니다." 모른다는 말을 돌려 말했다. 회의 끝나고 검색했다. "기업 AI 도입 사례" 나왔다. 많이. 읽었다. 어렵다. 근데 읽었다. 아들 생각이 났다. "아빠도 배우네." 맞다. 나도 배운다. 45살에도. 주말 아들이 또 물었다. "아빠, 웹사이트 만들고 싶은데." "웹사이트?" "응, HTML이랑 CSS요." HTML. 안다. 근데 15년 전 거. CSS. 안다. 근데 float 쓰던 시절 거. 요즘은 Flexbox? Grid? "좋아, 같이 해보자." "아빠도 몰라요?" "...조금." "오케이! 같이 배워요!" 아들이 웃었다. 나도 웃었다. 역할이 바뀌었다. 나는 선생님이 아니라 같이 배우는 사람.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노트북 2대 거실에 노트북 2대를 놓았다. 아들 거, 내 거. 같은 튜토리얼을 켰다. "HTML 기초 - 2024년 버전" 아들이 빨랐다. 타이핑이 빠르다. 나는 느렸다. 타이핑은 빠른데 이해가 느리다. "아빠 여기 막혀요?" "응, 이게 뭔지 모르겠어." "아 이거요? 저도 모르는데." "검색하자." "네!" 둘이 검색했다. 찾았다. 해결했다. 하이파이브 쳤다. 이게 코딩이다. 혼자서도 되고, 같이 해도 된다. 깨달았다 (2) 전문성은 2가지다. 하나는 "지식". 하나는 "배우는 법". 지식은 낡는다. 빠르게. 배우는 법은 안 낡는다. 나는 지식으로 아들을 가르치려 했다. 근데 내 지식은 낡았다. 그래서 배우는 법을 보여줬다. "아빠도 모르지만, 찾아보면 돼." "틀려도 돼. 고치면 돼." 이게 20년 개발자가 줄 수 있는 거다. 최신 기술은 유튜브가 준다. 근데 태도는 내가 줄 수 있다. 월요일 출근 팀 회의. "이번 프로젝트에 새 기술 써보면 어떨까요?" 막내가 말했다. 다들 나를 봤다. 파트장이 허락해야 한다. 원래는 이렇게 말한다. "검증된 기술 쓰자. 안정성이 중요해." 근데 이번엔 달랐다. "좋아. 근데 나도 모르는 거니까, 스터디 좀 해줘." "네? 파트장님도 같이요?" "응, 같이." 팀원들 표정이 묘했다. 놀랐다. 좋아했다. "오 좋습니다!" 나도 배워야 한다. 아들한테 보여줬다. 이제 팀한테도 보여줄 차례. 저녁 아들이 말했다. "아빠, 오늘 발표 잘했어요." "오? 뭐 발표했는데?" "정보 시간에 파이썬으로 만든 거요." "오 잘했네!" "아빠가 도와줘서요." 나는 별로 도와준 게 없다. 대부분 아들이 혼자 했다. 근데 아들은 고마워했다. "아빠, 다음엔 뭐 배울까요?" "너 뭐 하고 싶은데?" "게임 만들고 싶어요." 게임. Pygame? Unity? 모른다. 둘 다. "좋아, 찾아보자." "같이요?" "응, 같이." 아들이 웃었다. 나도 웃었다.아들한테 코딩을 가르치는 게 아니었다. 같이 배우는 거였다. 그걸 깨닫는 데 20년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