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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에 이직하면 받아주나? - 현실적 고민

이 나이에 이직하면 받아주나? - 현실적 고민

링크드인을 켰다 링크드인을 켰다. 3개월 만이다. 알림이 47개다. 대부분 광고다. "시니어 개발자 구합니다" 메시지가 2개 있다. 열어봤다. 하나는 스타트업. 연봉 6000만원. 웃겼다. 하나는 외국계. 연봉은 협의. 영어 면접 본다고 한다. 프로필을 봤다. 마지막 수정이 2021년이다. 기술스택에 Spring 3.0이라고 써있다. 지금 5.x 아닌가. 경력은 화려하다. 20년. 프로젝트 10개. 수상 3번. 근데 이걸 누가 보냐.옆팀 김 부장이 이직했다. 작년에. 50살이었다. 핀테크 스타트업 갔다. CTO로. 3개월 만에 돌아왔다. 정확히는 못 돌아왔다. 우리 회사는 안 받아줬다. 지금 중견기업에 있다. 연봉은 2000 깎였다고 들었다. "거기 애들이 말을 안 들어" 그가 말했다. 술자리에서. "CTO인데요?" "CTO가 뭐 대단해. 평균 나이 29살인데. 내가 꼰대지." 그는 소주를 마셨다. "여기가 낫다. 진짜로." 우리 회사 채용공고를 봤다 인사팀에 물어봤다. "혹시 외부에서 파트장급 뽑나요?" "왜요? 이직하시게요?" 농담조였다. "아뇨. 그냥 궁금해서." "거의 안 뽑아요. 뽑아도 내부 승진 우선이고." "그럼 외부는?" "음... 35세 미만? 시니어급으로 데려와서 키우죠." 35세 미만. 나는 45살이다.점심시간에 채용 사이트를 봤다. 원티드. 로켓펀치. 프로그래머스. "시니어 백엔드 개발자" 검색했다. 200개 나왔다. 조건을 봤다.경력 5~10년 나이 제한 없음 (거짓말) 최신 기술스택 필수클릭했다. 10개. 우대사항을 봤다.MSA 구축 경험 (있다) 클라우드 아키텍처 설계 (있다) 팀 리딩 경험 (있다) Kotlin, Go 능숙자 (없다) 스타트업 문화 적응 가능자 (??)마지막 게 뭐냐. "빠른 의사결정, 수평적 문화, 능동적 업무 태도" 번역하면 야근이다. 주말 출근이다. 칼퇴 없다는 뜻이다. 헤드헌터가 전화했다 작년 말이었다. 번호 모른다고 뜨는데 받았다. "박 파트장님?" "네." "저는 ㅇㅇ헤드헌팅 이 대리라고 합니다. 혹시 이직 의향 있으신가요?" 심장이 뛰었다. "어... 일단 들어볼게요." "네. 저희 클라이언트가 시니어 개발자를 찾고 있습니다. 금융권입니다. 연봉은 현재 대비 120% 수준으로 제안 가능하고요." 계산했다. 9500의 120%. 1억 1400만원. "나이는 괜찮나요?" "네? 아 네. 경력이 중요하죠." 이력서 보냈다. 3일 뒤 전화 왔다. "죄송한데요. 클라이언트가 40세 이하를 원한다고 하네요." "처음에는 괜찮다고." "제가 잘못 파악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끊었다. 이력서에 생년월일이 있었다.동기 녀석이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 대학 동기 단톡방이 있다. 8명. 작년에 한 놈이 썼다. "삼성 계열사에서 연락 왔는데 갈까?" "연봉?" "1억 5000." "ㅅㅂ 가라" "근데 나 43인데 괜찮으려나" "너 경력이 얼만데. 걱정 마." 그 놈은 네이버 출신이다. 10년 있었다. 지금은 게임 회사 팀장이다. 결국 갔다. 삼성 계열사로. 나도 축하한다고 썼다. 근데 속으로 생각했다. '네이버 출신이니까 가능한 거지.' 우리 회사 이름 대면 "아 거기요?" 반응이다. 좋은 의미 아니다. 이직 준비를 해봤다 1월에 각오했다. "올해는 이직하자." 깃헙을 정리했다. 커밋이 드문드문하다. 회사 일은 회사 깃랩에 있다. 개인 프로젝트가 없다. 토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Next.js로. 3일 하고 멈췄다. 문법이 낯설다. 공식 문서 읽는데 2시간 걸렸다. 이거 언제 완성하냐.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만들려고 했다. 레퍼런스를 찾았다. 다들 20대 30대다. 깔끔하다. 세련됐다. 애니메이션 화려하다. 따라 하기 시작했다. 디자인 센스가 없다. 10년 전 느낌이 난다. 한 달 뒤 포기했다. 면접 기출 문제를 봤다 카카오 코딩 테스트 기출이 있다. 유튜브에. 풀어봤다. 첫 문제. 1시간 걸렸다. 정답은 20분 컷이란다. 두 번째 문제. 못 풀었다. 해설을 봤다. DP였다. Dynamic Programming. 학교 다닐 때 배웠다. 기억 안 난다. 댓글을 봤다. "이 정도는 기본 아닌가요?" "30분 컷 했습니다" "저 고3인데 20분 걸렸어요" 고3이 나보다 빠르다. 알고리즘 책을 샀다. "이것이 코딩 테스트다". 700쪽. 하루에 10쪽 읽으면 70일. 두 달 반. 30쪽 읽고 덮었다. 회사 일하랴. 팀원 관리하랴. 이거 공부할 시간 없다. 현실을 계산했다 냉정하게 봤다. 내가 45살에 이직하면. 연봉은 깎인다. 거의 확실하다. 유지되면 감사다. 올라가면 기적이다. 직급도 애매하다. 파트장? 그냥 시니어? 책임? 회사마다 다르다. 팀은? 새로 적응해야 한다. 내가 막내일 수도 있다. 파트장이 35살일 수도 있다. 기술은? 배워야 한다. 회사마다 스택이 다르다. 3개월은 적응 기간이다. 그 기간에 나는 짐이다. 문화는? 우리 회사는 느리다. 안정적이다. 새 회사는? 빠르다. 역동적이다. = 야근 많다. 건강은? 지금도 피곤하다. 새 회사 가면? 더 피곤하다. 계산 끝났다. 답은 명확하다. 안 된다. 그래도 궁금하긴 하다 가끔 생각한다. '내가 정말 경쟁력 없나?' 20년 경력이다. 큰 프로젝트 10개 넘게 했다. 장애 대응 경험 수십 번. 코드 리뷰 수천 개. 후배 육성 수십 명. 이게 시장에서 무가치한가? 외국은 다르다던데. 실리콘밸리는 시니어를 우대한다던데. 한국만 유독 나이 차별이 심하다던데. 근데 나 영어 못 한다. 이력서를 영어로 못 쓴다. 면접을 영어로 못 본다. 결국 한국에서 살아야 한다. 한국 시장의 룰을 따라야 한다. 그 룰은 명확하다. "개발자는 35살까지" 예외는 있다. 네이버 출신. 카카오 출신. 쿠팡 출신. 토스 출신. 우리 회사 출신은 없다. 옆팀 막내가 이직했다 28살이다. 경력 3년. "토스 붙었어요!" 축하해줬다. 진심이었다. "연봉 얼마나 올랐어?" "2000 올랐어요." 2000만원. 나는 파트장 달고 500 올랐다. 쓴웃음 나왔다. "거기 힘들다던데?" "괜찮아요. 배울 게 많대요." 배울 게 많다. 좋은 말이다. 나는 뭘 배우나. 요즘. 회의하는 법? 보고서 쓰는 법? 정치하는 법? 코드는 안 배운다. 그 애가 떠난 자리에 신입이 왔다. 25살. 코딩 테스트 만점이란다. 내가 면접 봤다. 물어봤다. "MSA 경험 있어요?" "아뇨. 근데 배우고 싶어요." "Kafka는?" "책으로 공부했습니다." "실무는?" "빨리 하고 싶습니다." 열정이 있다. 눈빛이 다르다. 나도 저랬나. 20년 전에. 팀장이 물어봤다 1on1 시간이었다. "요즘 어때요?" "괜찮습니다." "얼굴이 안 좋아 보이던데." "피곤해서 그래요." "무슨 고민 있어요?" 말할까 말까 했다. 했다. "팀장님. 솔직히 물어봐도 돼요?" "그럼요." "저 같은 나이에 이직 가능할까요?" 팀장은 48살이다. 나보다 3살 많다. 이 회사 20년 다녔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글쎄요. 어렵죠." "어렵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거죠. 솔직히." "왜요?" "회사 입장에서 생각해봐요. 45살 뽑을 바엔 30살 뽑죠. 10년 더 부릴 수 있잖아요." 논리적이다. 반박할 수 없다. "근데 경력은?" "경력은 중요해요. 근데 나이도 중요해요. 현실이 그래요." "그럼 여기서 계속?" "그게 답이죠. 제 생각엔." 팀장이 웃었다. 쓸쓸한 웃음이었다. "저도 고민했어요. 5년 전에. 근데 안 갔어요." "후회해요?" "글쎄요. 갔으면 어땠을까 싶긴 해요. 근데 안 간 것도 후회는 아니에요." 애매한 대답이다. 그게 정답인 것 같기도 하다. 아내한테 말했다 저녁 먹다가 꺼냈다. "여보. 나 이직할까?" "갑자기?" "요즘 생각이 많아." "연봉 더 주는 데 있어?" "글쎄. 찾아봐야지." "나이 때문에 안 뽑는 거 아냐?" 직설적이다. 근데 맞다. "그럴 수도 있지." "그럼 왜 가려고?" "여기 있으면... 발전이 없어." "발전이 뭔데. 돈 잘 벌잖아." "돈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럼 뭐가 중요한데?" 대답 못 했다. 뭐가 중요하지? 성장? 45살에 성장? 우습다. 도전? 무슨 도전? 누구한테? 자아실현? 개발자로서의 자존심? 허세다. "그냥 있어. 애들 대학 보내야지." 아내 말이 맞다. 현실적이다. 근데 마음 한편이 씁쓸하다. 주말에 코딩했다 혼자 있고 싶었다. 카페 갔다. 노트북 켰다. 개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간단한 거. Todo 앱. "또 Todo냐" 싶지만 뭐 어쩌겠나. React로 만들었다. Next.js 말고 그냥 React. 익숙한 거. 4시간 만들었다. 완성했다. 추가 기능 넣었다. 드래그 앤 드롭. 날짜 필터. 로컬 스토리지. 배포했다. Vercel에. URL 복사했다. 톡방에 공유 안 했다. 창피해서. 혼자 봤다. 새로고침 했다. 잘 된다. 뿌듯하다. 20년 만에 혼자 뭔가 만들었다. 회사 일 아니고. 평가 안 받고. 보고 안 하고. 그냥 내가 만들고 싶어서 만들었다. 이 느낌. 이게 개발자지. 결론은 안 났다 아직도 모르겠다. 이직할까 말까. 알고리즘 문제를 더 풀어볼까. 포트폴리오를 다시 만들어볼까. 헤드헌터한테 적극적으로 연락해볼까. 아니면 그냥 여기 있을까. 파트장 달고. 연봉 조금씩 올리면서. 임원까지 노려볼까. 답이 없다. 45살 개발자의 이직은.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다. 확률의 문제다. 10% 될까? 5%? 1%? 모르겠다. 근데 확실한 건. 0%는 아니라는 것.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것. 어디선가 누군가는 나를 원할 수도 있다는 것. 그 가능성이. 나를 괴롭힌다.이직은 안 할 것 같다. 근데 링크드인은 계속 켤 것 같다.

1on1 면담에서 진심으로 후배를 칭찬하려고 노력하는 이유

1on1 면담에서 진심으로 후배를 칭찬하려고 노력하는 이유

1on1 일정 잡기 월요일 아침이다. 캘린더를 연다. 이번 주 1on1 면담 4건. 김대리, 이대리, 최사원, 박사원. 각 30분씩 잡혀 있다. 솔직히 귀찮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 시간에 코드 한 줄이라도 더 볼 수 있다. 하지만 안 할 수는 없다. 3년 전까지만 해도 나도 받는 입장이었다. 그때 우리 파트장은 1on1 시간에 그냥 업무 얘기만 했다. "진행 상황 어때? 일정 괜찮아?" 5분 만에 끝났다. 허탈했다. '이게 1on1이야?' 그래서 다짐했다. 내가 파트장 되면 진짜로 하자.칭찬 준비하기 1on1 전날 밤이다. 집에서 노트북을 켠다. 각 팀원의 최근 커밋 기록을 본다. 코드 리뷰 히스토리도 확인한다. 김대리는 지난주에 레거시 코드 리팩토링했다. 700줄짜리 클래스를 4개로 쪼갰다. "오, 잘했네." 혼자 중얼거린다. 이대리는 신규 API 문서를 엄청 잘 썼다. 예제 코드까지 다 있다. 최사원은 버그를 3시간 만에 찾았다. 다른 사람들은 하루 종일 헤맸던 거다. 박사원은... 음. 좀 고민된다. 성과가 명확하지 않다. 근데 매일 9시까지 남아서 공부한다. 이것도 칭찬할 거리다. "노력하는 모습 보기 좋다" 이건 너무 뻔하다. "최근에 공부하는 거 보니까 성장 속도가 빠르네." 이게 낫다. 노트에 적는다. 내일 면담 때 쓸 거다. 왜 이렇게까지 하냐고? 예전에 그냥 즉흥적으로 칭찬했다가 망한 적이 있다. "요즘 열심히 하는 것 같아." 후배가 어색하게 웃었다. "아... 네..." 진심이 안 느껴졌던 거다. 준비 없이 던진 말은 가볍다.김대리와의 면담 화요일 오후 2시. 회의실에 들어간다. 김대리가 먼저 와 있다. 노트북 들고 약간 긴장한 표정이다. "편하게 앉아." 커피 한 잔 건넨다. "요즘 어때?" 일단 가볍게 시작한다. "바쁘긴 한데 괜찮습니다." 표준 답변이다. "지난주 레거시 리팩토링 봤어." 본론으로 들어간다. 김대리 표정이 미묘하게 바뀐다. '봤구나' 하는 눈빛이다. "700줄짜리를 쪼갰더라. 어떻게 접근했어?" 이게 중요하다. 그냥 "잘했어" 하면 끝이다. 구체적으로 물으면 다르다. 진짜 봤다는 걸 안다. 김대리가 설명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기능별로 나눌까 했는데요..." 5분 동안 열심히 얘기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다. "그 판단 좋았어. 책임 분리가 명확해졌어." "SRP 원칙 적용한 거 보이더라. 요즘 클린 코드 공부하나?" "네, 퇴근하고 조금씩 보고 있습니다." "효과 있네. 코드에서 보여." 김대리가 웃는다. 진짜 웃음이다. 이게 진심이 전달되는 순간이다. 준비한 게 빛을 발한다. "다만 테스트 코드가 좀 아쉬웠어." 칭찬만 하면 오히려 어색하다. "리팩토링은 좋은데 커버리지가 떨어졌거든." "아... 맞습니다. 시간이 부족해서..." "이해해. 근데 다음엔 테스트부터 보강하고 시작하면 어때?"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칭찬 7, 피드백 3. 이 비율이 적당하다. 면담 끝나고 나가면서 김대리가 말한다. "감사합니다. 파트장님." 표정이 밝다. 이런 게 보람이다.세대 차이의 벽 수요일 오전이다. 최사원과 면담이다. 27살, 입사 2년차. 완전히 다른 세대다. 면담 준비하면서 고민했다. 내가 꼰대처럼 보이면 어쩌지. "요즘 젊은 애들은" 이런 말은 절대 안 한다. 근데 가끔 튀어나올 뻔하다. 최사원이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밝다. 우리 때와는 다르다. "편하게 앉아. 커피?" "전 아아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한겨울에도 아이스다. "요즘 프로젝트 어때?" "재밌어요! 새로운 기술 써보는 게 좋습니다." '재밌다'는 표현을 쓴다. 우리 때는 '배울 게 많다' 했는데. "지난주 버그 찾은 거 봤어." "아, 그거요? 운이 좋았어요." 겸손하다. 근데 진짜 실력이다. "운이 아니야. 로그 추적 방식이 체계적이더라." "네트워크 탭 보면서 하나씩 지워가는 거 어디서 배웠어?" "유튜브요. 요즘 좋은 영상 많아요." 유튜브. 나는 책으로 배웠는데. 세대 차이를 느낀다. 근데 방법이 뭐가 중요한가. "효과적이면 되는 거지. 좋아." "저도 파트장님 코드 리뷰 보면서 많이 배워요." "내 리뷰에서?" "네, 주석 다는 방식이랑 네이밍 센스가 좋으세요." 순간 뿌듯하다. 역으로 칭찬받았다. "고마워. 근데 너도 네이밍은 잘해." "REST API 엔드포인트 설계 보면 직관적이야." 최사원이 활짝 웃는다. "감사합니다!" 이 순간이 좋다. 세대가 달라도 통한다. 진심으로 대하면 전달된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 박사원의 고민 목요일 오후다. 마지막 면담이다. 박사원, 입사 1년차. 가장 막내다. 얘는 좀 걱정이다. 성과가 눈에 안 보인다. 회의실에 들어온다. 표정이 어둡다. "무슨 일 있어?" "아니요, 괜찮습니다." 거짓말이다. 표정에 다 나온다. "편하게 얘기해. 여긴 평가하는 자리 아니야." "...사실 요즘 좀 힘듭니다." "뭐가?" "다들 너무 잘하세요. 저만 못하는 것 같아요." 신입 특유의 고민이다. 나도 겪었다. "네가 못한다고 생각해?" "네... 김대리님이랑 이대리님 보면..." 비교하고 있다. 위험한 신호다. "걔네 경력이 몇 년인데." "그건 알죠. 근데 저는 1년 됐는데도..." 말을 잇지 못한다. 여기서 "넌 잘하고 있어" 하면 안 된다. 공허하다. 구체적으로 가야 한다. "너 매일 9시까지 남아서 공부하지?" "...네." "뭐 공부해?" "요즘은 알고리즘이랑 자바 심화..." "왜 그걸 하는데?" "실력이 부족한 것 같아서요." "코드 짤 때 막히는 게 있어?" "아니요, 그건 아닌데..." "그럼 됐어." 박사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지난달에 네가 짠 사용자 인증 로직 봤어." "예외 처리가 꼼꼼했어. 엣지 케이스까지 다 고려했더라." "그건... 그냥..." "그냥이 아니야. 1년차가 그거 생각하기 쉽지 않아." "저도 1년차 때 예외 처리 대충 했거든." "버그 터져서 혼났어. 너는 미리 막았어." 박사원 표정이 조금 풀린다. "그리고 문서화 잘해. 리드미 파일 보면 이해하기 쉬워." "코드만 잘 짜면 뭐해. 남이 못 알아보면 소용없어." "너는 그걸 알고 있어." "..."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건 실력이 늘고 있다는 거야." "작년 이맘때 네 코드랑 지금 비교해봐." "완전 다를 거야." 박사원이 고개를 끄덕인다. "다만 한 가지만 조언하면." "네." "남이랑 비교하지 마. 어제의 너랑 비교해." "매일 조금씩 나아지면 돼." 진부한 말 같지만 사실이다. 나도 이렇게 배웠다. "알고리즘 공부는 좋은데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 "회사 일 잘하는 게 먼저야." "네... 감사합니다." 나가면서 박사원 표정이 많이 밝아졌다. 이게 1on1의 진짜 의미다. 업무 점검이 아니다. 사람을 보는 시간이다. 왜 이렇게까지 하나 금요일 저녁이다. 이번 주 면담 다 끝났다. 피곤하다. 정신적으로 소모가 크다. 그냥 "잘하고 있어" 하면 10분이면 끝난다. 근데 30분씩 쓴다. 왜 이렇게까지 하냐면. 10년 전 생각이 난다. 내가 대리였을 때다. 당시 파트장은 관심이 없었다. 1on1 해도 형식적이었다. "고생 많아. 계속 잘해봐." 끝이었다.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 몰랐다. 어디를 개선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표류하는 기분이었다. 그때 다짐했다. 내가 파트장 되면 다르게 하자. 후배들이 나처럼 표류하지 않게.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꼰대 소리 듣기 싫다. "요즘 파트장들은 소통이 안 돼." 이런 말 듣고 싶지 않다. MZ 세대랑 일하려면 방식을 바꿔야 한다. 명령하고 지시하는 게 아니라. 인정하고 격려하는 거다. 근데 이게 생각보다 어렵다. 진심이 없으면 티가 난다. 형식적으로 하면 역효과다. 그래서 준비한다. 구체적으로 관찰한다. "잘했어"가 아니라. "이 부분이 좋았어" 라고 말한다. 차이는 크다. 후배들 표정이 달라진다. '아, 진짜 봤구나.' 이게 신뢰다. 실패한 적도 있다 작년 일이다. 신입이 한 명 들어왔다. 첫 1on1 면담 때였다. 준비를 덜 하고 갔다. "요즘 적응 잘돼?" "네, 괜찮습니다." "힘든 거 없어?" "없습니다." 대화가 안 이어졌다. 그래서 급하게 말했다. "열심히 하는 거 보기 좋아." 신입이 어색하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분위기가 싸했다. 면담 끝나고 반성했다. '내가 준비를 안 했구나.' 얘가 뭘 했는지 몰랐다. 그냥 대충 칭찬했다. 들통났다. 다음 면담은 달랐다. 일주일 동안 지켜봤다. 코드 커밋 5개 확인했다. 질문한 내용 3개 기억했다. "지난주 로그인 기능 구현 봤어." "유효성 검사 로직 깔끔하더라." 신입 표정이 달라졌다. "아, 봐주셨어요?" "응, 다만 비밀번호 암호화 부분은..." 대화가 이어졌다. 자연스러웠다. 준비의 차이였다. 칭찬은 공짜가 아니다. 관심과 시간이 필요하다. 세대 차이 극복하기 솔직히 어렵다. 요즘 애들 문화를 다 이해할 수는 없다. 워라밸, 수평적 문화, 즉각적 피드백. 우리 때와 완전히 다르다. 처음엔 답답했다. '이 정도 야근이 뭐가 문제야.' 근데 생각을 바꿨다. '시대가 변했구나.' 억지로 맞추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얘네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뭘 중요하게 여기는지. 면담할 때 물어본다. "너는 일할 때 뭐가 제일 중요해?" 대답이 다양하다. "성장이요." "워라밸이요." "좋은 팀 분위기요." 다 다르다. 그럼 그에 맞춰 대화한다. 성장을 원하면 학습 기회를 준다. "다음 프로젝트에서 새 기술 써볼래?" 워라밸을 원하면 일정 조율을 해준다. "이번 주 급한 거 아니니까 여유 있게 해." 분위기를 원하면 소통을 늘린다. "점심 같이 먹을래?" 정답은 없다.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서 1on1이 필요하다. 개별적으로 알아가는 시간이다. 임원들의 압박 한 달 전 임원 미팅이 있었다. "1on1 면담이 생산성에 도움이 되나?" 질문이 날아왔다. "네, 됩니다." "수치로 보여줘." 난감했다. 이걸 어떻게 수치로 보여주나. "이직률이 낮아졌습니다." "작년에 우리 팀 이직자 0명이었습니다." "다른 팀은 평균 2명이었고요." 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1on1 때문이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영향은 있다고 봅니다." "팀원들 만족도 조사에서도 우리 팀이 높았고요." 겨우 넘어갔다. 사실 수치로 증명하기 어렵다. 눈에 안 보이는 효과다. 팀 분위기, 신뢰, 동기부여. 이런 건 숫자로 못 재는데. 중요하다. 이직률 0명이 우연일까? 아니다. 후배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는. 돈만이 아니다. 인정받지 못해서. 성장하지 못해서. 소통이 안 돼서. 1on1이 이걸 해결한다. 힘들 때도 있다 솔직히 매번 즐겁진 않다. 면담 준비하는 게 귀찮을 때도 있다. '오늘은 그냥 대충 할까.' 근데 안 한다. 시작하면 책임감이 생긴다. 한 번 대충 하면 다음에도 대충 한다. 후배들도 느낀다. '아, 형식적이구나.' 그럼 의미가 없다. 가끔 후배가 같은 고민을 반복할 때도 있다. "저 아직도 실력이 부족한 것 같아요." 지난달에도 같은 얘기 했다. 또 해야 한다. "넌 잘하고 있어. 이번 주에..." 인내심이 필요하다. 근데 이해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자신감은 하루아침에 안 생긴다. 계속 확인해줘야 한다. 보람 느낄 때 지난달 있었던 일이다. 김대리가 슬랙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파트장님, 감사합니다." "?" "제가 다른 회사에서 러브콜 받았는데요."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가는 건가?' "거절했습니다." "왜?" "여기서 더 배우고 싶어서요." "파트장님이 잘 가르쳐주셔서 성장하는 게 느껴져요." 울컥했다. 연봉이 더 높았을 텐데. 여기 남았다. 내 면담이 도움이 됐구나. 이럴 때 보람을 느낀다. 후배가 성장하는 게 보일 때. 코드가 나아질 때. 자신감이 생길 때. 이게 파트장 역할이다. 코드만 잘 짜는 게 아니다. 사람을 키우는 거다. 앞으로도 다음 주 월요일이다. 또 1on1 일정이 잡혔다. 4건. 준비해야 한다. 커밋 기록 볼 거고. 코드 리뷰 확인할 거고. 칭찬할 포인트 찾을 거다. 귀찮을까? 아니다. 이제 루틴이다. 습관이 됐다. 후배들 표정 보는 게 좋다. 면담 끝나고 밝아지는 얼굴. "감사합니다, 파트장님." 이 한마디가 힘이 된다. 나도 언젠가 임원이 될 거다. 그럼 1on1 못 할 수도 있다. 그때까지는 계속할 거다. 진심으로. 꼰대 소리 안 들으려고. 후배 성장 돕고 싶어서. 그리고 솔직히. 나도 배운다. 후배들 얘기 들으면서. 요즘 기술도 알게 되고. 새로운 관점도 얻고. 1on1은 일방통행이 아니다. 서로 성장하는 시간이다.오늘도 면담 준비한다. 30분이 아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