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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한
- 27 Dec, 2025
야근한 다음 날, 하루 종일 피곤한 이유
어제 야근했다 어제 밤 11시까지 남았다. 긴급 배포. 사실 긴급도 아닌데 팀장이 긴급이라고 했다. 집에 와서 씻고 누웠더니 12시 반. 눈을 감았는데 코드가 보인다. while문이 돌아간다. 잠이 안 온다. 결국 잔 건 새벽 2시. 알람은 7시. 5시간 잤다.출근길부터 이상하다 지하철에서 졸았다. 평소엔 안 그런다. 기사 읽거나 메일 체크한다. 오늘은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다. 종점까지 갈 뻔했다. 회사 도착했다. 엘리베이터에서 거울을 봤다. 눈 밑이 까맣다. "파트장님 안색이..." 하는 후배를 웃으면서 지나쳤다. 괜찮다고 했다. 전혀 괜찮지 않다. 오전 회의가 지옥이다 9시 30분 주간 회의. 1시간짜리. 15분 지나니까 머리가 무겁다. 30분 지나니까 눈꺼풀이 감긴다. 회의실 온도는 24도. 딱 좋은 온도다. 졸기 딱 좋다는 뜻이다. "파트장님 의견은 어떠세요?" 깜짝 놀라서 눈을 떴다. 뭘 물어본 거지. 5초 멍했다. "아 그거... 두 가지 다 검토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만능 답변이다. 20년 차의 지혜다.30대 때는 아니었다 30대 초반엔 이틀 밤샘도 했다. 금요일 밤 야근하고 토요일 오후까지 일하고, 집 가서 씻고 또 일요일 나와서 오후까지. 그리고 월요일 정상 출근. 지금 생각하면 미친 짓이다. 그런데 그때는 했다. 할 수 있었다. 월요일에 좀 피곤하긴 했다. 그래도 오후 되면 괜찮아졌다. 지금은? 하루 야근했는데 이틀째 끌고 간다. 체력의 문제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점심 먹고 나니까 식당 갔다. 된장찌개 먹었다. 밥 한 공기 다 먹었다. 자리로 돌아왔다. 의자에 앉았다. 5분 후 정신을 차렸다. 졸았다. 앉아서. 모니터에 슬랙 알림 17개. 아무것도 안 읽혔다. "파트장님 커피 드실래요?" 고맙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얼음 빼고. 마셨다. 30분 후에 각성 효과가 올 것이다. 그 30분이 길다.오후 3시, 최악의 시간 지금 3시 10분이다. 하루 중 가장 졸린 시간이다. 평소에도 3시는 좀 졸리다. 오늘은 정도가 다르다. 눈을 뜨고 있는 게 고통이다. 아니, 눈을 뜨고 있는 게 불가능하다. 화장실 갔다 왔다. 찬물로 세수했다. 5분간 효과 있었다. 자리 돌아와서 앉으니까 다시 졸립다. 코드 리뷰 해야 하는데 한 줄 읽고 딴 생각한다. 다시 읽는다. 이해가 안 된다. 또 읽는다. 평소 같으면 10분이면 끝날 리뷰를 30분째 하고 있다. 예전엔 다음 날 운동도 갔다 30대 중반까지는 야근하고 다음 날 헬스장 갔다. "어제 늦게까지 했는데 운동까지 하네?" 하던 후배들. "체력이 국력이지" 하면서 웃었다. 지금은 그 후배가 팀장이다. 여전히 야근하고 다음 날 운동 간다. 나는 지금 의자에 앉아서 졸고 있다. 체력의 차이다. 10년의 차이다. 저녁 6시, 드디어 정규 업무 시간 끝났다. 평소 같으면 7시까지는 남아서 일한다. 오늘은 못 하겠다. "먼저 들어갑니다" 슬랙에 올렸다. "파트장님 어제 늦게까지 하셨으니까요" 팀원이 답했다. 고맙다. 눈물 날 것 같다. 가방 챙겼다. 노트북 덮었다. 일어섰다. 일어서는데 허리가 뻐근하다. 하루 종일 앉아 있었다.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엘리베이터 탔다. 거울 봤다. 아침보다 더 안 좋다. 집에 와서 현관문 열었다. 아내가 "일찍 왔네" 한다. "응 오늘 일찍 나왔어" 신발 벗었다. 양말 벗었다. 거실 소파에 그대로 누웠다. "저녁 먹어?" "응... 10분 후에" 눈을 감았다. 정신을 차리니까 8시였다. 2시간 잤다. 소파에서. 저녁 먹고 씻고 침대에 누웠다. 9시 반. 아들이 방문 열고 "아빠 이거 좀 봐줘" 한다. "내일..." 하고 눈을 감았다. 미안하다. 정말 못 하겠다. 결국 인정하는 수밖에 이제 45다. 20대처럼 못 한다. 30대처럼도 못 한다. 야근하면 다음 날 망한다. 이틀은 끌고 간다. 주말에 쉬어도 월요일까지 피곤하다. 이게 현실이다. "나이 들면 체력 관리 해야지" 하던 선배들 말이 이해된다. 그때는 "저는 괜찮은데요" 했다. 지금 그 나이가 됐다. 전혀 괜찮지 않다. 그래도 해야 한다 인정은 했다. 그런데 일은 해야 한다. 긴급 배포는 또 온다. 야근은 또 한다. 다만 이제는 안다. 다음 날 대가를 치른다는 걸. 그래서 야근 다음 날은 중요한 미팅 안 잡는다. 기술 검토 같은 것도 다음다음 날로 미룬다. 오후 3시에는 일어나서 걷는다. 10분이라도. 커피는 2시 이후로 안 마신다. 마시면 밤에 잠을 못 잔다. 적응하는 중이다. 나이 드는 것에. 후배들에게는 "야근 최대한 하지 마" 한다. "정말 급한 거 아니면 내일 해" "집에 가서 쉬어" 그렇게 말한다. 나처럼 되지 말라는 뜻이다. 20년 동안 야근하면서 체력 갈아넣지 말라는 뜻이다. 후배들은 "네 알겠습니다" 하고 칼퇴한다. 잘한다. 진짜 잘한다. 나는 그 시간에 남아서 일한다. 파트장이니까. 웃긴다. 하지 말라고 하면서 내가 하고 있다. 내일은 금요일이다 다행이다. 내일 하루만 버티면 주말이다. 주말에는 12시간 잘 것이다. 토요일 오전은 통째로 잔다. 일어나서 밥 먹고 또 낮잠 잘 것이다. 그렇게 해야 월요일에 정상이다. 이게 45세의 주말이다. 20대 때는 주말에 등산 갔다. 30대 때는 축구했다. 지금은 잔다. 체력 회복에 쓴다.야근 한 번에 이틀이 간다. 이게 40대다.